[from춘천] '내 동생 건드린 게 너냐?' 강원의 형들이 나섰다

기사작성 : 2019-06-24 05:21

- K리그1 2019 17라운드 강원5-4포항
- 0-4로 끌려가다가 (이광연 울 뻔) 5-4로 뒤집었다
- 우리 막내 기 살려주려고 형들이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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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정재은(춘천)]

전반전 2실점. 이광연의 어깨가 축 처졌다. 친구 이재익이 쪼르르 달려갔다. "멘탈 잡아. 네 실수 아니야. 후반전에는 실점하지 말자!" 뒤이어 '넘버원' 김호준이 어깨를 따듯하게 감싸며 토닥였다. "이것도 경험이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자신 있게."

후반전 2실점. 포항스틸러스의 네 골로 스코어는 0-4. 강원FC 형들이 잔뜩 화가 났다. 후반 25분부터 추가시간 5분이 끝날 때까지 골을 몰아쳤다. K리그1 2019 17라운드, 춘천송암스포츠센터에서 강원은 경기를 5-4로 뒤집어버렸다. 프로 데뷔전 치르는 강원의 막내 잘못 건드렸다가 포항은 혼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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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위기, 동기부여 UP… 시작은 평온했다

강원의 출발은 아름다웠다. U-20 월드컵 준우승 멤버 2인 이광연, 이재익이 집으로 돌아온 후 치르는 첫 경기였다. 둘 다 뛰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이재익은 컨디션이 온전하지 않았다. 김병수 감독이 무리하지 말고 쉬라고 했다. 이광연은 프로 데뷔전 기회를 잡았다. 월드컵에서 '빛광연'이란 별명까지 얻어올 정도로 활약이 뛰어났다. 선발 소식을 들은 이광연은 "기분이 좋았다. 월드컵에서 했던 것처럼 하면 운도 따라줄 것 같았다"고 했다.

팀 사정도 괜찮았다. 승리는 없었지만 어쨌든 최근 두 경기 무패를 기록했다. 득점력도 꾸준했다. 포항은 반등하기 위해 좋은 상대였다. 최근 4경기 무득점을 기록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홈경기다. 준우승의 기운을 등에 업은 두 막내가 합류한 강원은 분위기도 좋고, 동기부여도 확실히 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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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효슛이 곧 득점… 강원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완델손이 그 분위기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전반 18분과 38분에 골을 넣어 전반에만 스코어 2-0을 만들어냈다. 후반전에도 마찬가지. 이석현이 추가 득점을 한지 2분 만에 완델손이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그의 강원전 유효슛이 전부 득점으로 연결됐다.

"상대 골키퍼가 어린 선수이니 (선수들에게)슈팅 좀 실컷 하라고 해야겠다"던 김기동 감독의 말이 그라운드 위에서 재현된 것이다. 이승모가 연이어 찬 두 차례 유효 슈팅도 여기에 의미를 둘 수 있다. 강원의 골문이 탄탄하지 못하다는 걸 포항은 알고 있었다.

'두들겨 맞던' 이광연은 마음을 다잡았다. "이것도 경험이라 생각해서 너무 크게 받아들이진 않았다"며 "네 골 먹었다는 걸 받아들이는 순간 무너질 수밖에 없다. 다음에는 이러지 말자"고 혼자 다짐했다. 하지만 어두워진 표정은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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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동생 건드린 게 너냐?!... 형들이 뿔났다

강원의 형들이 후반 25분부터 반격에 나섰다. 조재완이 한 골을 만회하더니 문전 혼전 상황에서 발렌티노스가 가볍게 골망을 갈랐다. 스코어는 순식간에 2-4가 됐다.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린 강원이 신나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김현욱이 슈팅하더니 교체 투입된 정조국도 강력한 헤더슛을 날렸다. 김지현도 가세했다. 정규 시간 종료 2분 전 박창준까지 날카로운 슈팅을 때렸다. 전부 다 득점으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그때 조재완은 "느낌상 (역전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위협적인 장면이 자주 나왔기 때문"이다.

추가시간 4분이 주어졌다. 느낌 제대로 파악한 조재완이 두 번째, 세 번째 득점을 연달아 뽑아냈다. 강원 진영 그라운드가 아수라장이 됐다. 벤치에 있던 멤버들까지 모두 달려가 동점골을 자축했다. 다른 한쪽에선 이광연이 그라운드 위로 무너져 내리며 기쁨을 만끽했다. "너무 죄송하고 감사했기 때문"이었다.

아직 고마워하기엔 일렀다. '큰 형님' 정조국이 조재완의 패스를 받아 추가시간 5분에 결승골을 터뜨렸다! 그렇게 강원은 거짓말같은 대역전극을 펼쳤다. 하마터면 기가 '팍' 죽을 뻔한 막내 동생에게 웃음도 되찾아 줬다. 라커룸으로 향하는 김호준은 "와, 이거 완전 역대급 경기다!"라고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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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연, "두, 세발 더 뛰어준 형들…너무 고맙고 미안해"

이쯤에서 이광연의 데뷔전 소감이 궁금하다. U-20 월드컵에서 극적인 경기를 숱하게 치르고 온 그가 또 한 번 '역대급' 경기의 중심에 있었다. '언제쯤 쉬운 경기를 치를 수 있겠냐'는 <포포투>의 농담에 그는 해맑게 웃으며 "아, 모르겠다. 아직도 짜릿하다"고 답했다. 데뷔전 4실점이 "큰 상처"라고 하지만 "좋은 약"이 됐다고도 했다.

형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나 때문에 실점했다. 골키퍼에게 최고로 안 좋은 순간이었는데 형들이 앞에서 두, 세발 더 뛰어줬기 때문에 너무 고맙고 죄송했다." 특히 해트트릭을 터뜨린 조재완에게는 "최악의 데뷔전이 될 뻔했는데…고맙다"고 전했다.

김병수 감독은 그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광연이가 오늘 약간 '쫄았'던데?"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 경기를 통해 좀 더 안정감을 찾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향후 김호준과 직접 경쟁을 시키기보단 아직 배우는 단계에 둘 예정이다. "경험이나 기량적으로는 김호준 선수가 아직은 월등히 낫다. 광연이는 젊은 패기가 있고 우리가 U-22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아직은 경쟁을 붙이기 보단, 광연이가 호준이에게 좀 더 배워서 큰 선수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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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쓴 약이 몸에도 좋다고 하지 않던가. 이광연은 프로 무대 경쟁력을 이번 경험을 통해 키워야 한다. 포항전에서 얻은 교훈을 잊지 않고 훈련에 임한다면 한층 더 단단한 골키퍼가 될 수 있을 거다. 형들에게 보답을 할 날도 올 거고.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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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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