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told] 'GK 경쟁' 최민수, "나는 월드컵에서 뛸거다"

기사작성 : 2019-04-24 10:06

- 2018 FIFA U-20 월드컵에 가는 최민수, 케빈 하르!
- 뛰는 모습을 많이 못 봤는데....
- 정정용 감독이 그를 호출한 이유는?

본문


[포포투=정재은(파주)]

드라마 '뷰티인사이드'의 강사라, 영화 '토르:라그나로크'의 발키리 테사 톰슨, 배우 성동일. 세 존재의 공통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면 당신은 이미 '조연'의 맛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렇다. 셋 모두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 명품 조연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들에게 할당된 러닝 타임은 터무니없이 적지만, 탄탄한 연기 내공을 마음껏 드러낸다. 아픈 사연도 가득해 때론 주연보다 더 정이 간다.

파주 NFC(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에서도 22일부터 구슬땀을 흘리며 '특급 조연'이 되기 위해 준비 중인 이가 있다.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를 둔 복수국적자 최민수(독일명: 케빈 하르)다. 그는 분데스리가 함부르크SV에서 성장 중인 골키퍼다. 사실 특별한 성장 배경 외에는 딱히 주목받을 만한 점이 없었다. 그런 그가 FIFA 2019 U-20 월드컵에 갈 골키퍼 3인에 포함됐다.

포지션 특성상 아직 그가 '넘버원'이 되기엔 힘들어 보인다. '특급 옵션'으로 조건을 놓고 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알고 보니 남다른 사연과 보여줄 능력이 많다. 그는 폴란드에서 정정용호의 '명품 조연'으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에 시동을 걸었다. "누구든 주전 골키퍼가 될 수 있다"며 내친김에 주연까지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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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단 불이익과 학업 스트레스에서 견디기

최민수는 지난해 소속팀과 큰 갈등을 겪었다. 그는 10월 U-19 대표팀과 함께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AFC U-19 챔피언십에 향했다. 대회에 가기 전, 함부르크 U-19 감독 다니엘 페트로프스키는 최민수의 차출을 반대했다. 분데스리가 주니어리그(북부지역) 개막 후 7라운드 내내 '넘버원'이 최민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U-19 대표팀 합류 의지는 강했다. 다니엘 감독은 "네가 인도네시아에 다녀오면 남은 시즌 경기를 못 뛰게 할거니 각오하고 가라"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듬해 최민수는 함부르크 2군으로 자동 승격하기 때문에 소속팀 경기도 중요했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인도네시아행이었다.

구단 복귀 후 11라운드부터 그는 감독의 말처럼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졸지에 벤치 신세가 됐다. 심지어 15라운드부터는 명단에서 제외됐다. 참다 못한 최민수는 직접 다니엘 감독을 찾아가 대화를 나눴다. 결국 잔여 경기에선 후반전 교체로라도 뛸 수 있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23라운드에서 마침내 다시 선발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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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폴란드에서 열리는 FIFA U-20 월드컵도 우려가 됐다. 의무적 차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본인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구단에서 충분히 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베른트 호프만 회장은 "이런 기회는 가로막지 않겠다"며 최민수의 U-20 대표팀 합류를 흔쾌히 허락했다. 최민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클럽에서는 물론 대표팀에 보내주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 일정이 겹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갈등이 좀 있었지만 이젠 다 괜찮아졌다. 지금은 만족스럽다."

여기에 학업 스트레스까지 더해졌다. 프로 구단 소속 유소년 선수이지만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김나지움(Gymnasium; 독일의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녔다. 구두시험을 제외하고는 다른 학생들과 똑같은 날짜에 시험을 치러야 한다. 성적 산출 방식도 축구선수에게 주는 차별점은 없다. 최민수는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경쟁해야 해서 조금 힘들었다. 매일 아침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오후에 훈련하러 갔다. 그래도 할만했다"고 말했다.

올해 만 19세가 된 그는 졸업시험인 '아비투어(Abitur)'까지 치러야 했다. 하필 지난 U-19 대표팀 스페인 전지훈련과 일정이 겹쳤다. 당시 대한축구협회에서 훈련 합류 공문을 받았으나 최민수는 전지훈련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중요한 시험이라서 반드시 봐야 했다. 그 시험을 못치면 고등학교 졸업을 못한다"고 전했다. U-20 월드컵을 위한 국내 소집 3일 전까지도 교내 시험을 치렀다. 그는 "아직 점수는 안 나왔지만 시험은 잘 봤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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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불구하고 U-20 WC 합류

소속팀에서 경기 출전 횟수가 너무 적고, U-20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중요한 전지훈련에도 함께하지 못했다. 남들이 축구에만 집중할 때 책상에 앉아 공부까지 했다.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정용 U-20 대표팀 감독은 최민수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정 감독이 제안한 합류 날짜는 4월 22일, 국내 훈련 소집일이었다. 그는 최민수에게 "미리 와서 경쟁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비교 분석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기 때문에 4주 전에 와서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말이 핵심이었다.

2018 AFC U-19 챔피언십 1차전에서 나온 실점 원인이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이다. 당시 수비수들과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큰 실수를 저질렀다. 결국 2차전부터 이광연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정 감독은 "작년 대회에서 지도자로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첫 경기만 뛰고 못 뛰었다. 당시 4강전에 뛰게 하고 싶었으나 광연이가 너무 잘해서 못 바꿨다. 이 선수를 육성하려면 다시 도전하게 해야한다. 그래서 이번에 기회를 다시 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믿음에 최민수는 열심히 커뮤니케이션에 매진하고 있다. "점점 한국어 실력이 나아지고 있다"는 그는 박지민과 한 방을 쓰며 골키퍼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단어들도 습득한다. 2년 전 U-20 대표팀에서 함께했던 조영욱과 장난도 스스럼없이 치며 대화를 나눈다. 조영욱은 특히 고마운 존재다. "케빈, 너 저거 알아들었어?"라 묻고 본인이 다시 천천히 설명해주기도 한다. 최민수는 "정정용 감독님은 대표팀 합류 전에 내게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라'고 하셨다. 그게 무엇보다 지금 가장 중요하다고 말이다. '네 능력은 이미 잘 알고 있으니 일단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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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음 받았으니 보답하기 위해

부침과 스트레스가 실타래처럼 꼬이는 상황에서도 최민수는 정 감독의 믿음을 받았다. 폴란드로 가는 골키퍼 3인 안에 들었다. 이제 잘 준비해 그에 대한 보답을 해야 한다. 미션은 '넘버원'보단 '훌륭한 옵션 되기'이다. 일단 경쟁자 2인이 쟁쟁하다. 박지민은 약 2년 가까이 정정용호를 꾸준히 오가며 호흡을 맞췄고, 이광연은 지난해 챔피언십에서 팀을 준우승으로 이끄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에 반해 최민수는 아직 정정용호에서 눈에 띄게 보여준 모습이 없다. 그가 무리해서 대회 4주 전에 파주NFC로 입소한 이유다.

정 감독은 최민수의 장점에 관해 자세한 설명은 피했지만 "경쟁력이 분명히 있는 선수"라고 정리했다. U-20 대표팀 골키퍼가 갖춰야 할 첫 번째 역량으로는 "빌드업"을 꼽았다. 이는 최민수가 자신의 장점으로 언급한 "빌드업 능력"과 같다. 빠른 빌드업을 통한 공격 축구를 지향하는 독일에서 골키퍼를 육성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선수비 후역습'을 펼칠 정정용호에서 골키퍼의 빌드업 능력은 중요하다. 수비 후 역습으로 빠르게 치고 올라가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게 골키퍼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정 감독이 최민수에게 무엇보다 기대하는 능력은 '경기 시야'다. 최민수는 "(감독님이) 내가 골키퍼가 가져야 할 '경기 시야'는 이미 수준급이라고 하시더라. 3인에 들었다고 절대 안주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 라고 설명했다. "나는 골대 앞에서 선수들에게 엄청 지시한다. 그래야 경기장에서 함께 경기 운영을 잘 할 수 있다. 동료들의 시야가 좁아지지 않도록 내가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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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훈련 속 미니 게임에서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게임 내내 유난히 굵직하고 커다란 목소리가 자주 들렸다. "뒤에 봐!", "뒤로 와!", "앞으로 나가!" 등이 그라운드 위 선수들을 움직였다. 목소리 주인공은 최민수였다. 알고보니 함부르크에선 감독이 전술 지시를 최민수에게 맡길 정도란다.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려면 정확한 의사 전달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언어'라는 페널티는 최민수에게 큰 부분이다. 또 수비 라인은 서로간의 호흡이 특히 중요하다. 여기에는 골키퍼도 포함된다. 주전 골키퍼 경쟁에서 아직까지 유리한 쪽은 아무래도 이광연 혹은 박지민이다. 하지만 축구엔 늘 변수가 존재한다. 어쩌면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포지션이 바로 골키퍼이기도 하다. 그 순간에 등장하는 '신의한수'가 될 수 있게 최민수는 착실히 준비중이다. 정 감독의 첫 번째 주문,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몸을 풀고 있다. 최민수가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는 방법이다.

그럼 '넘버원' 욕심은 없냐고? 최민수의 대답은 이렇다. "나는 소속팀에서 유일하게 국가대표 타이틀을 달았다. 이곳에서 나의 100%를 쏟아낼 거다. 내가 앞으로 더 보여줄 모습이 많다. 월드컵에서 뛰고 싶다. 지금까진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있고, 누구든 주전이 될 수 있다. 최종 선택은 감독님의 몫이다."

사진=FAphotos, 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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