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상암] 서울의 ‘엄살’에 유의하세요

기사작성 : 2019-03-04 01:13

- FC서울 2:0 포항스틸러스
- ‘안 될 거야’ 자조적 말에 속았다
- 최용수 감독의 엄살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 셋

본문


[포포투=조형애(상암)]

“무기력하게 경기하지만 않았으면 합니다. 근데 아마 안될 거예요.”
“미팅해 보니까 뭔가 부실하긴 하더라고요. 꼬맹이들…”
“부잣집 도련님에서 지금은 소년 가장이…”

거의 자학 개그 수준이었다. FC서울 최용수 감독은 ‘하나원큐 K리그1 2019’ 1라운드를 앞두고 계속 이런 식이었다. 눈 하나 깜빡 않고 앓는 소리를 했다. 말투는 딱 정겨운 ’막걸리 톤’. 엄살에 일가견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또 속을 정도의 열연(?) 이었다.

당했다는 걸 아는 데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패스 플레이 대명사로 자리 잡은 포항스틸러스가 압박에 삐걱대기 시작했다. 흐름은 15분, 30분마다 변한다고들 하는데 예외는 있는 법. <포포투>는 전반 끝나고 우연히 만난 한 ‘수호신’ 지인에게 “축하한다”고 말해버렸고 너무 당연하다는 듯 그는 축하를 받아들였다.

사실상 전반에 경기를 끝내고도 최용수 감독의 엄살은 계속됐다. 막판 그것 조금 기회를 주고 “불안했다”면서 진짜 두려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미세먼지 조심하라는 ‘안전 안내 문자’가 요란하게 울렸다. 안되겠다. 그렇다면 <포포투>는 ‘서울 엄살 주의보’를 내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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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급 4명이 빠지고

“그 애들 다 어디 갔어?” 최순호 감독이 최용수 감독을 보고 했다는 말이다. 서울의 라인업이 베스트 전력에 못 미쳐 보였다는 뜻이다. 취재진이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해 꺼낸 첫 말도 ‘베스트에서 좀 빠진 느낌’이라는 것이었다. 최용수 감독은 “우리 팀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이 친구들이 진정한 베스트”라고 받아 쳤다. 물론 늘 그렇듯 농담과 진담이 섞인 말이었다. 그리고는 곧 “(주전급) 4명 정도 빠진 게 사실”이라 했다. 큰 기대 없다는 듯 무심한 말투. 그는 기대치를 낮추는 재주가 있었다.

알리바예프? “우리 알리에게 (오늘 경기는) 사실 크게 기대 안 하고 있다.”
박동진? “골? (웃음) … 그냥 바람잡이 역할만 잘 했으면 한다.”

구상에서 4명 여가 틀어진 명단을 들고 서울은 리그 중위권과 하위권을 가를 팀으로 평가받는 ‘경계 1호’ 포항을 꺾었다. 완파한 수준이다. 포항 선수단은 처음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더니 뒤로 갈수록 답답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모르고 당한 게 아니다. 최순호 감독은 “전방 압박을 예상했다”고 했다. 그러니 간격, 압박 타이밍이 워낙 좋아 뚫을 수 없었다는 표현이 적당해 보인다. 여기서 다시 놓치지 말아야 할 건 주전급 4명이 선발에 없었다는 것, 그리고 최용수 감독 인증 ‘자신감 데얀급’이라는 페시치가 이르면 성남전 첫 선을 보일 예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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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 안 쓰려던 선수가 멀티골

이제 간과해선 안되는 게 ‘각성한’ 황현수의 존재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로 나섰다가 실점 빌미를 주고, 자책골까지 기록한 뒤 소속 팀에서도 기회를 잃은 황현수는 동계 훈련 동안 단연 열심히였다고 한다. 서울 관계자가 꼽은 ‘프리시즌 가장 열심히 한 선수’가 바로 황현수다. 최용수 감독도 기회를 준 이유에 대해 “다 본인 노력 덕분”이라고 했다. “사실 선발이 아니었는데 훈련에 임하는 태도가 좋았다”면서 “세트피스에 강점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칭찬했다.

언뜻 불성실해 보이는 이미지. 황현수는 대뜸 “프로 오기 전에 게으르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고백하면서 “아시안게임 이후 스스로도 자책 많이 했고 바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께서도 ‘훈련을 열심히 하는구나’라고 생각하셨을 것”이라고 남모를 노력을 이야기했다. 아시안게임이 계기가 된 건 분명해 보였다. “아시안게임 끝나고 많이 못 뛰었다. (개막전에 뛰게 돼서) 각오부터 남달랐다. 골을 넣고 이 경기는 꼭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최용수 감독이 그 쩌렁쩌렁한 장내 아나운서의 콜에도 황현수가 2골을 넣은 지 몰랐다며 “1골 넣은 줄 알았다. 감독 자격이 없다”고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황현수는 모른 척하신 거라고 변호했다. “기고만장 해질까 봐 다스리는 것”이라고, 다 생각이 있으셔서 한 말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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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전은 준비한 것에 조금

슈팅 슛자 22-2, 최종 스코어 2-0. ‘준비한 것을 잘 해줬다’가 예상한 바였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의 칭찬 수위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좀처럼 선수단 기를 죽이는 언급을 하지 않는 최순호 감독도 딱 잘라 “우리가 밀렸다. 결과는 전반에 (이미) 나왔다고 볼 수 있다”고 했는데도, 최용수 감독은 부족한 부분이 마음에 걸리는지 연거푸 개선해야 할 점을 이야기했다.

“(수비 조직력이) 아직 불안했고 부족했다”, “역습 훈련을 많이 했는데 준비한 게 많이 나오진 않았다”, “조금 준비한 압박 타이밍 나왔는데 완벽하지 못했다”

<포포투>는 상대적 엄살로 읽고 있다. 원래 전교 등수에서 노는 친구들의 고민은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시험이 쉬워서 다 잘 본 것이라는, 어려울 때 다시 봐야 한다는 그들만의 고민. 최용수 감독은 딱 그랬다. “진짜 강팀과 경기가 남아 있다. 그때 다시 시험을 해봐야 될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이유 있는 엄살임에는 틀림없지만, 개막전 내용과 결과에 비춰 볼 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큰 코 다칠 수 있다. 그러니 '엄살에 유의 바랍니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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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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