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wiki] 과학으로 풀어보는 팀 케미스트리

기사작성 : 2018-10-02 14:05

- 라커룸 분위기가 팀 성패를 좌우한다... 정말?
- 팀 케미스트리와 과학의 상관관계를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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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Ben Welch]

아스널은 스위스에서 살인적인 프리시즌 스케줄을 소화하는 중이었다. 그날은 특별히 아르센 벵거 감독이 저녁 자유시간을 부여했다. 아스널 레전드 레이 팔러는 자서전에서 “우린 숙소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펍으로 향했다”라고 생생히 적었다. “우리는 총 5명이었다. 우리 중 한 녀석이 바텐더에게 가서 주문을 했다. 어이, 맥주 500cc짜리 35잔 일단 줘요.”

“늦은 저녁, 거리로 내려왔다. 한 카페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우리 팀 프랑스 녀석들이 눈에 들어왔다. 녀석들 손에, 글쎄, 담배가 들려져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참을 수 없어 ‘야 이 자식들아, 우리 우승해야 하지 않아? 너희 모두 담배를 태우고, 우린 술이나 퍼마시고, 그래서 되겠어?!’라고 소리 질렀다.”

그렇게 맞이한 1997-98시즌, 그러니까 벵거의 첫 풀 시즌, 아스널은 프리미어리그와 FA컵 더블 우승을 달성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우선 그의 팀은 신선했다. 종잡을 수 없었으면서도 치명적인 매력이 있었다. 결정적으로 최고의 팀 케미스트리를 자랑했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벵거 감독은 난제를 풀기 위해 열중했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라커룸 안에서 어떤 동력을 일으켜야 좋단 말인가?’라는, 아주 고리타분하며 어렵고, 그러나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였다. 이 글을 읽고 있을, 근심걱정 많은 지도자는 일단 술집으로 향하는 그 발걸음을 멈춰보시길 강권한다. 술잔과 담배 대신 메모지와 펜을 손에 쥐고, 지금부터 <포포투>가 하는 얘기를 한번 들어보시라. 메모하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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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하다는 것은 누군가를 위해 싸움도 불사한다는 거다. 동료의 최고 모습을 끌어내는 요령도 알고 있다는 것이고”
케미스트리를 정신력과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훨씬 더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케미스트리는 경기장 위에서 텔레파시를 통해 드러나는 선수들 사이의 미묘한 화합이다. 관계를 더 발전시키려면 사회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 피치 밖에서 끈끈한 연대감은 곧 소속감으로 연결되기 마련이다. 사회적 관계는 스마트폰 안에선 맺을 수 없다. 2011년 요한 카바예(현 알 나스르)는 릴을 50여 년 만의 프랑스 리그앙 우승으로 이끌었다. “고참뿐 아니라 유소년 팀의 어린 선수와도 평소 대화를 나눠야 한다. 그들이 훗날 1군 팀에서 뛰게 될 때 미리 쌓은 친분이 유용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경기장 위에서 소통도 한결 수월해진다. 친하다는 것은 그들을 위해 싸움도 불사하겠단 말과 다르지 않다. 특정 상황에서 동료의 최고 모습을 끌어내는 요령도 알게 된다.”

팀 동료를 승리자로 변모시키는 연금술을 익히기 위해서는 단단한 유대가 필수 불가결하다. 맥주 35잔을 들이부은 뒤 침을 흘리며 ‘나의 동료여, 미치도록 사랑하오’라고 선언할 정도의 동지애는 단결력을 고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끔찍한 패배 또는 잔혹한 훈련 방식에 따른 고통과 같은 역경은 응집력과 결속력을 강화해주는 사회적 접착제로 기능한다.

1996년 3월, 풀럼의 선수 겸 감독으로 부임했던 미키 애덤스는 “풀럼 감독 시절 나는 종종 선수들의 정신력을 시험했다. 내 방법 중에는 매주 화요일마다 엡솜 다운스 경마장까지 왕복 달리기(도보 약 4시간 30분 소요 거리)를 하는 훈련도 포함했다.”

“선수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했다. ‘다른 팀 녀석들은 지금 한가로이 볼 돌리기나 하고 있을 거다. 너희들이 하는 걸 하지 않는단 얘기지.’ 선수들이 고강도 훈련을 함께 견뎌내면서 팀 케미스트리가 고취됐다고 믿는다. 즐겁지는 않았겠지만 우리는 토요일 경기에서 원하는 결과를 가져갔다.” 애덤스는 풀럼의 강등을 막았고, 이듬해 3부 승격을 이끌었다.

최근에는 새로운 감독의 훈련 기법에만 의존하는 식의 풀럼 사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구단은 철저한 신원 조사와 <머니볼> 방식을 참고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영입 대상자가 라커룸에서 불화를 일으키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성격 검사를 실시하는 구단도 있다.

얼핏 혁신적인 시도인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스포츠선수 평가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보 핸슨에 따르면, 팀 케미스트리의 문제 해결 능력에 있어서 체육계가 일반 산업계보다 상당히 뒤처졌다고 한다. 핸슨은 세 차례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한 조정선수 출신이다.

“체육은 아직도 선수들의 피지컬과 테크닉에 의존한다. 비즈니스 세계를 한번 보자. 그들은 경력직 직원의 근무시간이 고수익을 창출한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나아가 자발적 노력으로 더 많은 시간 일한 직원이 30% 추가 이익을 가져다줄 거란 사실도 안다.”

자발적 노력은 그에게 낯선 표현이 아니다. 핸슨은 호주 대표로 4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다. 조정 훈련에 매진하면서 면학을 했고, 또 컨설턴트 경력도 쌓았다. 이를 토대로 지난 20여 년간 체육계와 일반 산업계를 넘나들며 활약했다. 많은 지도자와 최고경영자들이 그의 손을 거쳐 자기 분야를 정복했다. “우리를 거쳐 간 팀 중 95%가 이전 시즌보다 더 나은 성과를 거뒀다.”

우승하고 싶다면 선수 기질을 확인하라?
핸슨은 행동 유형 검사 툴(tool)을 특수한 체육 분야에 맞춰 조정해 선수들이 팀 동료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4만 명이 넘는 선수 및 지도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를 바탕으로 우승팀의 비결뿐 아니라 허풍쟁이와 말재주가 좋은 리더의 구별법도 파악했다.

“DISC 모델 안에는 크게 네 가지 행동 특성이 존재한다: 우월감(Dominance), 영향력(Influence), 착실함(Steadiness), 양심(Conscientious)을 뜻한다. 명령 하달, 통제(또는 지배), 결정하기를 선호한다면 당신은 D 유형에 해당한다. D 유형을 가진 선수는 전체 팀에서 대략 15%를 차지해야 한다. 에너지와 아이디어가 넘치고 자발적인 행동을 즐긴다면 I 유형으로 보면 된다. I 유형 선수를 팀의 25~30%가량 채우는 것이 좋다. 이 유형은 보통 팀에서 플레이메이커를 담당한다.”

“S 유형은 오직 팀의 안위만을 걱정한다. 이타적이며 충성심이 높다. 배려심도 많다. 다른 선수들을 한데 뭉치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잘 한다. 35~40%를 S 유형으로 채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C 유형이 남았다. 여기에 속한 이들은 전술을 잘 따르며 체계를 중시한다. 경기 중에는 세트피스를 선호한다. C는 20~25%가 적당하다.”

이 수치대로 꾸역꾸역 스쿼드를 구성한다고 해도 라커룸 내 의견 충돌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핸슨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런 충돌이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과도하게 친밀감을 과시하는 듯한 모습은 진정한 의미의 팀 케미스트리로 볼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라커룸은 치열한 긴장감이 넘치는 도가니가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도자들은 종종 ‘선수들이 서로서로 잘 지내는 걸 보니 우리 팀 케미스트리는 최고인 것 같다’고 말한다. 선수들이 잘 지내는 이유는 단순히 서로 책임질 생각이 없어서다.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면 선수 개인은 정직보다 융화를 추구하는 상황에 봉착한다. 다들 누군가에게 묻어가려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높은 수준의 퍼포먼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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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커룸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경기에서 이겨도 팀 분위기를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 당연하게도 이기지 못할 때는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는다. 그렇게 되면 라커룸에는 냉기가 돌고, 여기저기서 충돌이 불가피하다.

카바예는 팀의 이익이 개개인의 자기 보호 본능보다 우선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심은 팀 케미스트리를 깨트릴 가능성이 높다. 모든 선수는 팀이 요구하는 바를 이행하고자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

팀 케미스트리 높이는 방법
‘어떻게?’라는 물음이 자연스레 따라온다. 핸슨은 답을 가지고 있다. 바로 교육이다. 서로 다른 행동 특성 유형을 보이는 동료에 대한 이해심과 팀의 최우선 가치인 승리에 기여하려는 열망까지 지녔다면, 그들은 필시 동료를 존중할 준비를 마친 셈이다.

“그들이 팀에 제공하는 3가지 중요한 행위를 알아보기 위해 서로 다른 행동 특성 유형을 지닌 그룹을 각각 분석해봤다. 그룹들로 하여금 서로 다른 그룹의 행위를 지켜보게끔 하고서 그 행위가 팀에 어떤 가치를 부여했는지에 대해 공개적 토론하게 했다.”

“그리고는 해당 그룹에 ‘팀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기 위해 바꿔야 할 것 같은 행위가 있었는가?’에 대해 같은 그룹 멤버들에게 물었다. 피치 위에서 고함을 지르기보다는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거나, 일대일 대화를 하자는 등의 의견이 나왔다.”

팀은 선수들의 다양한 행동 특성 유형을 깊이 연구하고 라커룸의 좌석 배치까지 신경 쓰는 등의 방법으로 팀 케미스트리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 연애 및 관계학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유명한 자연인류학 헬렌 피셔 박사의 주장이다.

“선수들의 경쟁심을 부추길 의도가 아니라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사람과 계급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나란히 앉히는 결정은 삼가야 한다. 예를 들어 어색한 사이의 두 공격수가 있다고 치자. 이들은 팀 내 최다 득점 경쟁에 한창이다. 서로에게 패스하는 대신 꾸역꾸역 본인이 골을 넣으려고 한다. 이 상황에서 라커룸에 긴장감이 안 생기고 배길까?”

피셔 이론은 모든 사람의 행동 특성 유형이 우성의 뇌 화학물질에 좌우된다고 말한다. 진화론에 근거하여 아주 먼 과거로부터 시작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직접 들어보자.

“수백만 년 동안 인간은 수렵 사회 안에서 진화를 거듭했다. 수렵 사회는 존립하기 위해 사고 및 행동 방식이 제각각인 모든 인간을 필요로 했다. 공격적이면서 실험 정신이 투철한 사람(테스토스테론; 남성의 대표적인 성호르몬), 추친력이 강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도파민; 뇌신경 세포에 흥분 전달 역할을 하는 전구물질), ‘잠깐만. 예전에 이렇게 해본 적 없잖아. 하던 대로 하자’는 사람(세로토닌; 기분을 조절하는 화학물질), 끝으로 공감 능력이 뛰어나며 협력 의지가 강한 사람(에스트로젠; 여성의 대표적인 성호르몬) 등등이다. 라커룸의 역학 관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유일한 경쟁우위는 케미스트리다. 다른 부분은 돈을 주고 사거나 베끼면 된다”
미래의 스포츠 분석은 패스, 크로스, 기대 득점과 같은 데이터보다 신경 전달 물질(Neurotransmitters), 호르몬, 있는 그대로의 몸짓 따위가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팀 케미스트리 문제를 해결할 알고리즘은 미래 성공에 대한 보상 정도로 여기면 된다. 그리고 체육과 과학이 점점 더 밀접해진다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싱크스트렝스>의 공동 설립자이자 선임 과학자인 케빈 비커트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과학자들이 선수 생물학적 관점에서 팀 케미스트리를 객관적으로 수량화하는 첫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다. 우리는 경기 중 선수들의 심박동수간의 동시성을 분석한다. 하나의 팀으로 뛸 때, 육체적, 정신적 욕구에 신경계가 어떻게 예측하고 반응하고 또 회복할지도 연구한다.”

분석가들은 미국의 두 정상급 여자 대학 축구팀의 경기 데이터를 수집했다. 포착된 하나의 흐름은, 볼을 빼앗긴 수비수가 상대가 결승골을 넣는 모습을 멀뚱히 지켜본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모든 수비수가 보통 한 몸처럼 움직이지만, 멘털이 붕괴한 선수는 그 몸에서 떨어져 나간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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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커트는 “우리는 퍼포먼스 예측 방식에 여러 변수를 삽입해왔다. 팀 케미스트리를 통해 모든 종류의 경기력을 예측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정 비율 정도는 예측할 수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메이저리그(미국 프로야구)와 NBA(미국 프로농구)에서 활동한 카테리나 베즈루코바 버펄로 경영대 교수는 인구통계학적 단층선을 찾아냈다. 팀 디비전이 인종, 민족, 사회 경제 배경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팀 케미스트리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다들 이런 점을 신경 써야 한다. 팀 케미스트리는 승리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내지는 더 근본적인 질문: 팀 케미스트리가 성공을 가져다주는 걸까, 아니면 성공이 팀 케미스트리를 야기하는 걸까?

애덤스는 “결과가 케미스트리에 영향을 주는 건 분명하다. 선수들은 팀 훈련을 통해서 영감과 공감을 얻는다. 하지만 선수들 사이에 더 강한 케미스트리가 형성되려면 목표로 세운 결과를 얻어야만 한다”라고 강조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로도 읽힌다. 닭이 없으면 달걀을 얻을 수 없고, 달걀이 존재하지 않으면 닭도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다. 이 본질적인 관계를 유념하자. 핸슨은 “최상위 레벨에서 하나의 팀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경쟁 우위는 케미스트리 뿐이다. 다른 부분들은 돈을 주고 사거나 베끼면 된다”라고 단언한다.

줄담배를 피우는 대륙의 패거리와 맥주창고와 같은 영국 녀석들로 구성된 벵거의 아스널은 모든 게 제대로 돌아갔다. 팔러는 DISC 분석 모델의 존재, 그리고 토니 애덤스의 뇌에서 소용돌이치던 호르몬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단, 팔러가 케미스트리의 효용 가치를 제대로 알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팀으로 함께 할 때 조각도 맞춰진다. 각 팀은 전체 그림을 맞추기 위한 다른 퍼즐 조각도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 라커룸에서 퍼즐이 완성되자 우리는 굉장한 팀이 되었다. 구성원 모두가 팀을 위해 헌신할 때, 비로소 가치 있는 팀이 되는 법이다.”


사진=포포투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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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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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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