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인천] 인천이 시즌 막판과 만났을 때

기사작성 : 2018-10-01 00:44

-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31라운드
- 인천유나이티드 2-2 경남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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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홍재민(인천축구전용경기장)]

“나는 책을 사면 마지막 페이지를 먼저 읽어요. 책을 다 읽기 전에 죽어도 결말을 알 수 있으니까요.”

로맨틱코미디의 고전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년작)에서 남자 주인공 해리 번즈(빌리 크리스털)가 했던 말이다. K리그1 막판 경쟁이 한창이었던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해리가 침대 위에서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먼저 읽는 장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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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나이티드를 즐기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간단하다. 경기와 시즌의 마지막 부분만 보면 된다. 그전까지는 아무것도 없다. 뭔가 벌어지곤 하는데 대부분 모르는 편이 더 낫다. 골을 넣지 못해 아쉬워하거나 쉬운 골을 내줘 괴로워한다. 감독이 경질될 때도 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판을 확 뒤집는다. 어느 쪽이 ‘진짜 인천’인지 헷갈린다.

30일 홈경기장에서 치른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31라운드도 그랬다. 잔류권과 승점 차이는 6점, 이날 경남전을 포함해 8경기(24점)가 남았다. 여기서 1부 잔류를 확정해야 한다. 숫자상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모습만 보면 쉽지 않다. 인천은 4월 말 이후 계속 강등권의 삶이다. 7월 말에 잠깐 올라왔다가 금방 떨어져 지금까지 왔다. 상대가 아무리 리그 2위 경남이라고 해도 승점 3점이 간절하다.

희망은 부질없어 보였다. 경기 초반부터 실수를 연발하던 골키퍼 정산이 전반 39분 크로스를 엉성하게 쳐냈다. 바로 앞으로 굴러온 볼을 경남의 김효기가 가볍게 밀어 넣었다. 홈 서포터즈석에서는 “할 수 있어, 인천”이라는 구호가 나왔다. 인천 경기에서 아마도 제일 자주 들리는 외침일 것 같다. 후반 들어 문선민이 교체 투입되었지만, 인천은 추가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역습에서 파울링요가 완벽하게 감아 찬 슛이 인천의 골망을 갈랐다.

인천 하늘이 갑자기 잿빛으로 변했다. “할 수 있어, 인천”이란 구호는 “정신 차려, 인천”으로 바뀌었다. 인천은 경남 골대를 향해 다가서려고 애썼다. 그때마다 경남이 역습 기회를 잡았다. 네게바와 파울링요가 돌진할 때마다 인천의 가슴은 쪼그라들었다. 인천 홈 팬들은 스코어에 절망하고, 상황에 실망하고, 판정에 화를 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문선민이 넘어졌지만, 반칙은 인정되지 않았다. 인천의 운도 다 되었구나, 라는 생각만 들었다.

후반 34분, 아길라르가 올린 프리킥 크로스가 원바운드된 뒤에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프리미어리그의 ‘퍼기 타임’, 미국 NBA의 ‘밀러 타임’처럼 K리그에는 ‘인천 타임’이라도 있는가 보다. 인천이 갑자기 미쳤다. 경기장은 소위 ‘광란의 도가니’로 변했다. 그리고 찾아온 후반 42분, 문선민의 스루패스를 무고사가 깔끔하게 마무리해 기어이 2-2 동점을 만들었다. 인천의 ‘이상한’ 뒷심은 경기 막판 세 번째 골까지 터트리기 일보 직전에 겨우 수그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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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분이나 이어진 비극이 마지막 12분 만에 희극으로 돌변했다. 홈에서 0-2 완패를 당할 뻔했던 팀이 갑자기 ‘아깝게 승리하지 못한 팀’으로 변신했다. 2년 연속 리그 최종전에서 잔류를 확정한 팀의 관록이라고 해야 할까? ‘생존왕’은 경남전에서도 저력을 발휘했다.

2016년(수원FC전)과 2017년(상주전) 마지막 경기에 모두 출전했던 김대중에게 물었다. 머리에 커다란 반창고를 붙이고 나타난 김대중은 “이런 상황을 이미 경험했다. 강등 걱정은 하지 않는다”라고 대답했다. 신입생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하는데,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말해주면서 분위기를 올리고 있다.” 마지막 순간에 나타나는 끈질김의 비결은 도대체 뭔가? “절실함.”

2018시즌은 이제 7경기 남았다. 리그 챔피언은 거의 확정적이다. AFC챔피언스리그 출전권 경쟁이 볼거리로 남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갈수록 인천을 구경하는 재미가 샘솟는다. 잔류 동화 시즌3도 완성될까? 축구의 신이 슬슬 자비를 거둘까? 아무도 모른다. 왜냐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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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_편집장

축구는 재미있어야 합니다. 하든 보든 쓰든 읽든 뭐든 @jaemin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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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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