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wiki] 축구 승부조작 몸통 추적기

기사작성 : 2018-09-17 13:39

- 승부조작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 베팅업체 배당률에서 '조작신호'를 읽는다

본문


[포포투= Nick Moore]

# 아프리카 출신의 한 심판은 월드컵 예선 한 경기에서 3골 이상 들어가도록 승부를 조작했다. 크로스가 수비수 무릎에 닿았다. 삑! 페널티킥을 선언했었다. 격렬한 항의에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경기는 2-1로 끝났다. 미션 성공.
# 한 유럽 클럽은 UEFA챔피언스리그 경기 1차전에서 큰 점수 차로 승리했다. 다음 라운드 진출을 사실상 확정한 에 2차전을 양보하기로 했다.
# 승부조작 주범들은 잉글랜드 6부 선수들을 자신들의 팀에 영입했다. 견고했던 팀이 갑자기 패하는 횟수가 늘기 시작했다.
# 한 갑부가 중부 유럽의 한 젊은 골키퍼의 팔자를 고쳐준 뒤에 친선전에서 골을 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골키퍼는 승부조작에 가담하게 되었다.

승부를 조작하는 방법은 수만 가지다. 단순한 방법, 복잡한 방법, 믿기 어려운 방법까지 다양하다. 이상 행동이 단순한 실수인지, 아니면 승부조작 시도인지를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 스위스의 한 업체가 승부조작을 종식하기 위한 전쟁의 선봉에 섰다. <포포투>는 런던에 기반들 둔 비밀 작전 본부를 방문했다. 이들은 부정부패를 바로 잡기 위해 돈을 추적하고 있었다.

Responsive image
“베팅패턴 감시부터 시작한다”

‘스포츠레이더’라는 이름의 회사가 있다. <포포투>의 인터뷰 요청에 회사가 응답하는 방식이 꽤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위치를 공개하지 않고, 실명을 언급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스포츠레이더의 런던 사무실(전세계 34개 지사, 직원 1900여 명)을 방문했다.

스포츠 부정행위 및 부패에 관한 세계 최고의 전문집단인 스포츠레이더는 그냥 놀고먹는 업체가 아니다. 이들은 스포츠를 자금 세탁에 이용하는 전 세계 수많은 범죄조직에 대항한다. 지난 2월, 유럽축구연맹(UEFA) 조사관들 사이에서 살해 위협이 쟁점이 된 적이 있다. 스칸데르베그 팀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발각되었다. 승부조작 혐의로 법정에 선 네팔 선수들이 스포츠레이더에 살해 위협을 가한 사건도 발생했다.

전세계 도박 산업에 관여하는 몇몇 인물은 깜짝 놀랄 일들을 벌인다. UEFA챔피언스리그 결승전처럼 매력적인 이벤트에는 불법 베팅 금액이 10억 유로씩 모인다. 스포츠레이더의 대변인 이언(가명)은 “사람들은 스포츠도박 시장의 크기를 인지하지 못한다. 실제로 얼마나 큰지 증명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말도 안 되게 큰돈이 오간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어떻게 그런 짐승을 감시할 수 있을까? 첫째도 데이터, 둘째도 데이터다. 스포츠레이더는 2001년 독일계 사업가인 카르스텐 쾨를(본명)에 의해 창립했다. 그는 온라인 베팅업체 ‘Bwin’의 설립도 도왔다. 쾨를은 온라인 베팅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 배당률 책정 전문가가 부족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 서비스 제공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차린 회사가 ‘벳레이더’였다. 지금은 전 세계 기업에 산업 정보를 판매하는 스포츠레이더의 한 부서가 되었다.

그 부산물로 2005년 무결성 서비스팀이 생겼다. 이언은 “베팅업체 운영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한다”라고 설명한다. “베팅업체들과 관계를 통해 그들의 정보도 얻게 되었다. 고객들이 작은 실수로도 시장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취약점을 깨달았다.”

배당률은 미래의 가능성을 부분적으로 반영한다. 동시에 베팅업체의 리스크까지 반영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엑서터전 대패에 막대한 돈이 걸리면, 소위 큰손들은 예상 손실을 줄이기 위해 엑서터의 승리에 매력적인 배당률을 책정한다. 같은 이유로 승부조작 그룹이 큰손들과 후반 추가시간 득점에 베팅한다면, 베팅업체들은 이를 반영해 배당률을 수정한다.

“한 베팅업체가 혼자 막대한 돈을 벌면, 드러나지 않은 이유가 많다는 뜻이다. 다른 업체보다 먼저 부상 정보를 취득했다거나 빼어난 분석가를 보유했다거나 혹은 베팅업체가 실수를 깨달아 배당률을 조정했다는 뜻이다.”

어느 한 곳에서 비상식적인 배당률은 승부조작의 결정적 증거가 된다. “수많은 고객이 비정상적인 배짱으로 베팅을 한다면, 그것은 누군가 결과를 조작했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스포츠레이더는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을 자체 개발했다. FDS는 17개 종목 28만여 경기를 살펴 이상 징후를 찾아내는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은 정답이 아니라 경보 정도로 기능한다. 경보가 울리면 다음 단계인 정밀분석팀으로 넘어간다. 전문가 100여 명이 연중무휴로 일한다. 경보 발령으로부터 72시간 이내에 베팅 패턴의 합법 여부를 가린다.”

분석가들은 필요에 따라 베팅업체, 언론사와 협력한다. “현장에 나간 당사 직원은 어느 팀이 주장의 생일 파티로 술에 취한 상태라는 사실까지 꿰고 있다. 우리는 모든 옵션을 파악한다. 승부조작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랬다간 평판이 망가진다. 우리는 기관총이 아니라 저격용 총이다. 실수 없이 명중해야 한다. 우리는 항상 베팅 패턴에서 출발하지만, 신뢰를 얻기 위해선 그 이상이 필요하다.”

스포츠레이더는 부정행위라고 100% 확신할 때에만 파고든다. 지금까지 3800경기를 적발했다. 2009년 146경기에서 출발해 지난해에는 650건으로 늘었다. 적발 건수의 증가는 곧 승부조작 범죄의 증가를 의미한다. 이언은 전체 경기의 0.5~1%가량이 조작의 영향을 받는다고 추정한다. 결과적으로 스포츠레이더의 보고서는 지금까지 유죄 판결 36건, 해당 종목 집행기관의 징계 251건(출전 정지, 벌금 등)을 끌어냈다.

Responsive image
“요구받은 득점 수를 못 채울까 봐 두려웠다”

“갑자기 누가 다가와 ‘5만 파운드 줄 테니까 0-5로 져달라’고 말하는 식이 아니다. 승부조작자들은 선수나 구단 직원에게 접근한다. 시간을 들여 환심을 산 후에야 진짜 목적을 말한다. 만약 그들의 요청을 들어주면 그들은 ‘너는 나를 위해 경기를 조작했어. 이제 너는 내 거야’라고 돌변한다. 매춘과 마약은 종종 협박용 카드로 사용된다. 고참 선수의 팀 내 영향력을 악용해 젊은 후배를 끌어들인다.”

대규모 범죄 집단이 연루된 케이스도 흔하다. “발칸계나 이탈리아인, 아시아 범죄조직이 개입한다. 구단주가 직접 선수들에게 ‘불행히도 오늘 경기에서 져야겠어’라고 말하기도 한다. 선수 경력을 목숨처럼 귀하게 여기는 선수들이 입도 뻥끗 못 한다.”

범죄자들은 심지어 일정에도 손댄다. 악명 높은 싱가포르 출신 슈퍼브로커 윌슨 라지 페루말은 수많은 친선전을 계획하고, 경기 심판진을 직접 골랐다. “부정 조작된 친선전에선 늘 한 쪽이 머릿수가 많다. 참가자들은 모두 이러한 방식에 동의했다.”

심판은 일반적인 포섭 대상이다. “심판만큼 결과를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심판은 누구의 골이 아니라 3골, 4골 등 총 득점 수만 조작하면 된다. 페널티킥을 선언하면 그만이다.” 가나 주심 조셉 람프티는 임무에 실패한 대표 사례다. 지난해 람프티는 남아공과 세네갈의 월드컵 예선전에서 승부조작을 시도한 사실이 들통났다. 볼이 세네갈 수비수 칼리두 쿨리발리의 무릎에 맞았는데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흔한 실수로 볼 수도 있지만, 알고리즘은 이를 정확히 포착했다. 스포츠레이더의 파트너 중 하나인 국제축구연맹(FIFA)은 역사상 처음으로 승부조작에 의해 재경기를 선언했다. 람프티는 영구자격정지를 당했다.

페루말 사단은 2013년 서던스타스 스캔들에 연루됐다. 멜버른 클럽의 선수 4명과 코치 1명이 말레이시아 브로커들과 함께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이다. 당시 수비수였던 라이스 노엘은 경찰 조사에서 “패닉에 빠졌었다. 0-2로 끌려가던 경기 도중 전화 한 통을 받았는데, 보스가 ‘젠장,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할 거야’라고 말했다. 우리가 요구받은 만큼의 골을 넣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려웠다”라고 진술했다.
스포츠레이더의 알고리즘은 재차 진가를 발휘했다. 노엘과 팀 동료이자 골키퍼인 조 우들리가 승부조작에 관여한 사실을 인정해 FIFA로부터 영구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언은 “그들은 영리하지 못했던 것 같다”라고 말한다. “당시 경찰이 현장에 있었다. 그런데 승부조작범의 전화를 받은 선수가 동료 골키퍼에게 ‘우리 한 골 더 먹어야 해’라고 지시했다. 엉뚱한 방향으로 몸을 날리는 골키퍼의 행동은 차라리 코미디였다.”

스포츠레이더와 범죄자들은 대척점에 선다. 고양이와 쥐 같은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몇 년 전 어떤 조직은 경기력을 조종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새로운 접근법을 개발했다.” 그중 하나가 ‘유령 경기’다. 실재하지 않는 경기를 치르는 것이다.

“베팅업체가 축구경기의 배당을 잡기 위해선 실제로 일어난 이벤트 데이터가 필요하다.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지만, 그들은 그럴 듯한 골 장면까지 꾸며낸다. 물론 자신들이 돈을 건 팀이 골을 넣는다.”

2012년 벌어진 몰디브 U-21 대표팀과 투르크메니스탄 U-21 대표팀의 경기, 포르투갈의 프리문데와 스페인의 폰페라다의 2014년 맞대결이 ‘유령 경기’였다. “마약 밀매와 비슷하다. 인간은 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다. 무수한 베팅업체에 분산 베팅하는 수법으로 배당률을 건드리지 않는 신종 승부조작범도 발견했다. 하지만 우리의 시스템도 이제 진일보했다. 허를 찌르는 시도도 잡아낼 수 있다.”

Responsive image
“스포츠의 핵심은 정직한 대결이다”

스포츠레이더가 마피아를 무너뜨릴 수는 없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들과 일하고 있다. 호주 경찰과 연계를 통해 서던스타스 스캔들을 발각한 후에 더 많은 기관과 협력하게 되었다. 인터폴과도 긴밀히 협력한다.

이언은 “경찰이 우리의 시스템을 알게 되면서 일이 밀려들었다”라고 말한다. 스포츠레이더는 이제 전세계 경찰을 대상으로 무상교육을 제공한다. 이상 시도를 추적하는 시스템 개발도 돕는다. 각국은 자국 사정에 맞는 플랫폼을 개발해 서로 공유하는데, 스포츠레이더가 여기에서도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몸통의 체포가 까다롭다. 유죄 판결을 내리기 위해 요구되는 결정적 증거가 스포츠적 제재에 필요한 증거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

“스포츠 기구는 가담자들을 징계할 수 있지만, 사법권은 없다. 우리의 FDS는 조작 행위를 정확히 찾아낸다. 문제는 우리가 찾아낸 자들이 깃털이라는 것이다. 17세 아이들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른다. 자신이 걸린 곳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나이다. 우리는 배후 세력을 잡아야 한다.”

스포츠레이더는 현재 영국 방첩부대 출신 전직 군인들을 중심으로 스페셜리스트 그룹을 보유한다. 더 많은 정보를 캘수록 더 자주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 그래서 스포츠레이더에서 근무하려면 세심한 검열이 필요하다.

“우리는 직원들의 성장 배경까지 살핀다. 관대해 보이는 직원은 피해야 한다. 우리 분석가는 베팅을 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클라우드 없이 사내 서버만 사용해 암호화 수준도 굉장히 높다. 소셜미디어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큰돈을 벌려는 세력의 골칫덩어리다. 고로 우리도 그들의 타깃이 될 수 있다.”

<포포투> 독자가 가장 궁금해야 할 질문을 던질 차례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승부조작이 몇 건이나 일어났나? 이언은 웃으면서 “좋은 질문이지만, 특정 리그를 언급할 수 없다”라고 도망간다.

대신에 종목별 취약성을 들려줬다. “축구 경기는 조작하기가 쉽지 않다. 테니스에선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할 수 있다. 내가 1세트를 따내고, 당신이 2세트를 이기기로 미리 합의한다. 그리고 3세트에서 진검승부를 펼친다. 실력 좋은 선수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겠지만, 우리 둘 모두에게 돈이 걸릴 것이다.”

프리미어리그와 크로아티아 3부 리그에는 다른 알고리즘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 두 리그의 인지도와 베팅 시장의 크기를 고려하면 그렇다. 물론 프리미어리그도 100% 깨끗하다는 확신은 없다. “도박 빚을 진 부자들은 범죄자들과 결탁할 가능성이 있다. 그들은 쉽게 마음을 연다. 배드민턴 경기를 조작하기가 더 쉽겠지만, 벌 수 있는 액수가 적다. 축구는 파이가 크다.”

스포츠레이더의 너브센터를 떠날 시간이 다가온 듯하다. 경보가 울렸기 때문이다. 남유럽의 한 리그 경기에서 이상 징후가 보고되었다. 한 분석가(밥이라고 하자)가 우리를 여러 대의 스크린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거기에서 아시아의 한 베팅업체가 추가 득점이 나올 확률이 희박하다는 이벤트를 띄웠다. 경기 시간은 후반 43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밥’은 조작이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지었다. 이언은 이 일을 시작한 뒤로 “환멸을 느끼게 되었다”라고 말한다. “스포츠의 핵심은 결과에 대한 예측불가성 그리고 정직한 대결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조금 다르다.”

일러스트=포포투UK
writer

by 편집팀

남들보다 442배 '열일'합니다 @fourfourtwokorea
트렌드
포포투 트렌드

[영상] 잉글랜드 전율시킨 슈퍼 쏜! 슈퍼 골!

포포투 트렌드

[영상] 내한공연 전 흔한 맨시티팬 근황

Responsive image

2019년 12월호


[COVER] 라힘 스털링: 잉글랜드 욕받이에서 국민 영웅으로
[FEATURE] 바르셀로나 & 레알마드리드: 유럽 정상 복귀 시나리오
[FEATURE] 2019 한국축구 총 결산: 아시안컵 좌절부터 절정의 손흥민까지
[READ] 북극권 더비: 포포투가 또 한번 극지 탐험에 나섰다
[INTERVIEWS] 로날드 데 부어, 마이클 오언, 애슐리 반스, 산드로, 오장은 등

[브로마이드(40x57cm)] 이동국, 전세진, 프랭크 램파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주식회사 볕
03175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3길 7 한글회관 302호
구독문의 : 02-302-1442    카톡 : fourfourtwokr
대표이사 신혜경 사업자등록번호 : 758-88-00295 통신판매신고번호 : 제2017-서울종로-0716호
Copyright © BYUTT.COM All rights reserved.
포포투코리아 웹사이트 제작 디자인 l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