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wiki] 축구 이론: 실수를 줄여야 성공한다

기사작성 : 2018-09-04 15:48

- 슈퍼스타를 빼도 팀이 잘 돌아가는 이유
- 구멍을 메우는 것만으로도 평균치가 올라간다?
- 승리하고 싶다면 공격을 택하기보다 실수를 줄여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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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편집팀]

축구팬들은 영웅을 원한다. 실전에서는 다르다. 팀에서 가장 형편없는 선수의 존재감이 가장 큰 변수다. 축구이론서 <숫자 게임(The Numbers Game)>의 공저자 데이비드 샐리의 설명에 따르면 그렇다.
(*편집자 주: 2015-16시즌 기록 기준. 아래 언급되는 사례는 당시 팀과 선수에 해당함)

# 강점보다 약점이 성패를 좌우한다
<숫자 게임>에서 축구를 ‘가장 약한 고리’(weakest-link)의 스포츠라 추정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 중 하나가 실수의 영향력이다. 가장 약한 고리의 스포츠란, 특정 경기나 시즌의 성적을 결정하는 데에 팀의 최약 요소가 최강 요소보다 더 크게 작용한다는 뜻이다.

이 이론은 과거의 놀라웠던 사건들도 설명해준다. 2015-16시즌 레스터 시티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이나 첼시의 갑작스러운 중위권 추락, 디에고 시메오네가 이끄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연이은 성공,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없는 포르투갈이 결승에서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이자 개최국인 프랑스를 꺾고 유로 2016 정상에 오른 일 등이다.

이런 결론은 경제학 모델인 ‘O링 이론(O-ring Theory)’ 또는 ‘제약조건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어떤 조직에서 구성원 개개인이 기여하는 수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할 때, 실수가 대재앙이 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성공 여부 역시 가장 뛰어난 구성원보다 가장 형편없는 구성원에 의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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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명칭은 발사 73초 만에 우주선이 폭발하며 승무원 7명이 사망했던 1986년 챌린저호 참사에서 따왔다. 비극의 원인? 지름이 1cm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불량 O링(원형 고무링)이었다. 아리고 사키의 발언에서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1980년대 밀란의 성공을 설계한 사키는 전술의 핵심을 “선수들의 수준을 기하급수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 축구로 보는 ‘유유상종’
오링 이론은 축구를 이해하게 하는 중요한 두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선, 비슷한 실력의 선수끼리 뭉치는 경향이 있다. 자연스레 한쪽에는 갈락티코스가, 한쪽에는 햇병아리 그룹이 생성된다. 주위에 있는 선수들의 수준이 더 높으므로 루이스 수아레스는 리버풀 시절보다 바르셀로나에 한층 더 가치가 크다.

2015-16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이런 현상이 관찰된다. 주로 경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앤더슨 샐리 메타-스카우트(Anderson Sally Meta-Scout)’ 모델을 적용해서 2015-16 프리미어리그 출전자 전원의 경기력 점수를 매길 수 있다. 이 모델에서 0은 한 선수가 자기 포지션에서 프리미어리그 평균이라는 뜻이다. +0.5이면 좋은 선수, +1.0은 스타, +2.0은 슈퍼스타다. 반대로 -0.5면 심각한 문제가 있는 선수다. -1.0이라면 감독이 유소년 팀에서 대안을 찾으려 할 것이다. 클럽마다 포지션을 고려해 2015-16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출전시간을 소화한 11명을 추리고 이 중 점수가 가장 높은 선수를 ‘강한 고리’(strong link)로, 가장 낮은 선수를 ‘약한 고리’(weak link)로 정했다.

일반적으로 강한 고리가 점수가 높을수록 약한 고리도 점수가 높았고, 점수가 낮은 고리들은 자기들끼리 뭉쳤다. 리그 최상위 3개 팀에서는 약한 고리도 평균 이상이었다. 그렇다면 레스터의 대성공 비결은 리야드 마레즈의 경이적 활약일까, 아니면 팀의 ‘약한 고리’인 마크 알브라이튼까지 잘해줬기 때문일까?

# 성공 확률 높이려면 구멍을 메워라
오링 이론에서 축구에 접목할 수 있는 두 번째 힌트는 다른 조건이 모두 같을 때 슈퍼스타를 무리하게 영입하기보다 팀의 가장 구멍을 메우는 쪽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약한 고리와 강한 고리의 수준을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렸을 때, 약한 고리를 발전시키는 쪽이 더 큰 골 득실차와 승점, 순위 향상을 끌어냈다. 바꿔 말하면, 마레즈가 알브라이튼보다 훨씬 많은 골과 도움을 기록하긴 했지만, 레스터 내부만 놓고 보면, 알브라이튼의 활약이 좀 더 값지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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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디에고 시메오네의 지휘 아래 거두고 있는 성공도 그가 암묵적으로 수용한 ‘가장 약한 고리’ 철학에 크게 빚지고 있다. 그는 “축구는 실수의 게임이다”고 했다. “실수를 줄일수록 승리에 가까워진다. 공격을 많이 할수록 승리에 가까워진다는 건 거짓말이다. 실수를 줄여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의 약점으로 보이는 부분을 파고든다.” 시메오네는 상대적으로 빈약한 클럽 재정 때문에 자기가 최고 스타를 영입할 수 없다는 현실을 잘 안다. 특히 그가 부임했을 당시에는 영입 능력이 더 나빴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이 라리가나 UEFA챔피언스리그 클럽 중 ‘가장 뛰어난 최악의 선수’를 보유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자기가 어느 지도자보다 선수의 능력을 극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미국 출신 사회학자 찰스 호튼 쿨리는 운동선수 출신이 아니다. 그렇지만 운동과 인연이 없는 친하지 않은 그가 적은 유명한 문장을 그대로 축구에 빗댈 수 있다.

“(축구는) 정신적 자아가 뒤섞이고 연동하는 것이다. 나는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할지 상상한다. 내 마음이 어떨지,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 마음이 어떨지 생각하는 당신을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중략) 이런 재주를 부리지 못하거나 부릴 뜻이 없는 이들은 제대로 게임을 할 수 없다.”

쿨리의 말은 결국 사람 사이의 연결 관계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개인 그 자체보다도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장 약한 고리’ 모델이 선수 개인의 수준에만 초점을 둔다고 이해하기 쉽다. 마치 예상 선발 라인업을 2차원적으로 그린 그림으로 축구를 이해하는 꼴이다. 원자화된 이런 그림은 쿨리가 말한 ‘뒤섞임’ 변수를 완전히 배제하기 때문이다. 11명 사이에 존재하는 근접성과 중요성을 모두 표시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복잡한 그림이 필요하다.

이런 연결은 경기 중 패스나 터치 같은 행동일 수도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팀들이 경기 중 하이파이브나 주먹 부딪히기, 포옹을 많이 나눌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니면 동기나 문화적 차이, 개인적 호감이나 반감, 이해, 기대 같은 정신적 연동일 수도 있다. 따라서 가장 단순하게는 팀에서 가장 실력이 처지는 선수를 팀의 ‘약한 고리’로 볼 수 있지만, 좀 더 복잡하게 두 선수 사이의 허약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연결을 ‘약한 고리’로 볼 수도 있다.

# 경험을 반복할수록 마음을 잘 읽는다
리버풀의 듀오 존 토샥과 케빈 키건은 ‘텔레파시가 통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그런 인식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TV프로그램에서 초능력 테스트를 받기도 했다. 트레버 다우니(아일랜드 출신 작가 겸 배우)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등을 맞대고 앉은 두 사람은 기호가 그려진 카드를 받았다. 한 사람이 카드를 들어 보이면 다른 사람이 그 카드를 맞혀야 했다. 둘이 계속 카드를 맞히자 스튜디오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할 말을 잃었다. (중략) 그때 키건이 참지 못하고 킥킥거리며 토샥이 집어 드는 카드가 카메라 렌즈에 비친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여러 축구 전문가들은 끈질기게 선수들 사이의 텔레파시에 관해 떠들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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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파트너의 움직임이나 패스 방향을 예측하거나 다친 동료의 빈자리를 메우는 일은 카드 그림을 맞히는 것과 전혀 다르다. 그보다는 내부자만 이해하는 농담(“오늘 감독 기분이 좋은데”)을 나누거나 눈살을 찌푸리는 이유를 해석하기, 포커판에서 허풍쟁이를 찾아내기와 비슷하다. 마음을 읽어야 하는 이런 게임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모든 사회적 행동의 뼈대를 이룬다. 축구는 가장 도전적이고 경쟁적인 환경에서 폭넓은 조정력을 요구한다. 사회 과학자들은 정신적 뒤섞임을 조성하는 상황에 관해 상당히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우선, 경험과 반복은 대개 긍정적이다. 레스터의 대니 드링크워터와 제이미 바디는 몇 년간 많은 경기에 함께 출전했다. 바디는 “대니는 내가 어디로 갈지 정확히 안다. 대부분 볼 필요도 없다. 어디로 가는지 대충 알게 되면 나는 공을 쫓아간다”고 말한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는 경기마다 어설픈 땜질을 시도하는 대신 동일한 선발 명단을 고집함으로써 전술적 단순함을 유지했다.

그러나 시즌 내내 일부 선수에게만 의존하는 전략은 장기적인 약점도 있다. 연구에 의하면, 한 시즌에 예외적으로 많이 출전한 선수는 다음 시즌에 출전 시간이 크게 줄었다. 부상이나 피로, 대체할 수 없는 선수들의 이탈이 발생한다. 첼시의 2015-16시즌이 우울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스탬퍼드 브릿지에는 디에고 코스타의 분노부터 에당 아자르의 권태, 조제 모리뉴의 짜증과 주치의 에바 카네이로 법정 공방까지 악재가 넘쳤다.

정신적 뒤섞임은 상황이 긍정적일 때, 즉 즐거운 분위기에서 친구처럼 가까이 함께할 때 활성화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하나로 뭉친 레스터와 첼시의 차이였다. 라니에리는 절묘하게 분위기를 조성했다. 드링크워터의 증언을 들어보자. “비밀은 없다. 그저 우리가 어떻게든 해내는 사람들일 뿐이다. 그라운드 위에서 모두 기꺼이 서로를 위해 열심히 달린다.” 시메오네도 아틀레티코에서 같은 과정을 거치며 생각을 키웠다. 한 자료에는 “그는 식사 때에도 선수들이 작은 식탁 여러 개에 나눠 앉는 대신 거대한 식탁 하나에 마주 보고 앉길 원한다”라고 적혀 있다.

# 슈퍼스타 빠지면 더 잘 돌아가는 이유
미국의 스포츠 기자 빌 시먼스가 대중적으로 퍼트린 ‘유잉 이론’(뉴욕 닉스의 패트릭 유잉)은 강한 고리 이론을 뒤집은 발상이다. 닉스는 유잉이 경기에서 빠질 때마다 더 잘하는 듯했다. 시먼스는 두 가지 핵심 요소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스타플레이어는 언론의 주목과 팬들의 관심을 과도하게 받지만 팀은 스타로부터 실질적인 무언가를 얻어내지 못한다. 그런 선수가 부상이나 이적, 졸업, 계약 만료, 은퇴 등으로 팀을 떠나면 언론과 팬은 그 팀의 다음 시즌에 아무런 의미도 부여하지 않는다.”

시먼스는 유잉 이론이 어떻게, 그리고 왜 작동하는지는 단 한 번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몇 가지 메커니즘을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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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슈퍼스타 한 명에게 쏠렸던 관심이 실은 정말 뛰어난 팀 동료들이 얼마나 평가절하됐었는지 깨닫는 것으로 이어진다. 둘째, 실제로는 가장 약한 고리의 스포츠였던 종목이 실수로 가장 강한 고리의 스포츠로 인식되었을 수 있다. 이때 슈퍼스타가 없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 셋째, 슈퍼스타가 뛰는 동안 그에게 적극성과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팀 전술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었을 수 있다. 넷째, 강한 고리가 사라진 뒤 발생하는 외부 의심이 남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되어 자기 실력 이상을 발휘하게 했을 수 있다.

유잉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엄청난 우승 경력은 ‘CR7 이론’이 절대 존재할 수 없다는 근거가 된다. 그렇지만 그가 무릎 부상으로 일찍 빠져야 했던 유로2016 결승전은 유잉 이론의 예라고 할 수 있다.

호날두가 교체된 이후 그라운드에서는 앞서 설명한 메커니즘이 모두 작동했다. 호날두에게 패스를 공급할 필요가 없어진 포르투갈은 수비적인 4-1-4-1 포메이션으로 전환함으로써 프랑스가 장악했던 미드필드를 공략할 수 있었다.

동료들의 의욕도 급상승했다. 라이트백 세드릭 소아레스는 “모두 충격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하프타임에 크리스티아누가 환상적인 얘기를 해줬다. 그는 ‘다들 들어 봐, 나는 우리가 승리할 거라고 믿어, 그러니 계속 함께 뭉쳐서 싸우자’고 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모두가 엄청난 태도를 보였다. 하나로 뭉쳐 싸우면 훨씬, 훨씬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상대팀 프랑스는 호날두가 나간 이후 다른 팀이 되었다. 축구가 가장 강한 고리의 스포츠였다면, 프랑스의 우승 가능성은 엄청나게 커졌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프랑스의 우승 확률은 겨우 몇 퍼센트 높아졌을 뿐이다. 왜냐고? 축구는 선수들의 육체와 정신 그리고 그들 사이의 다양한 육체적 정신적 연결이 모두 ‘뒤섞이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서 축구는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가장 약한 고리의 스포츠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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