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민의 축구話] AG 단일팀과 축구의 정치종속성

기사작성 : 2018-05-08 11:25

- 2018 아시안게임 단일팀 추진 이슈
- 스포츠에서 정치를 배제하려고 한다지만, 국내 축구 생태계는 이미 정치적이다

본문


[포포투]

4.27 판문점 선언은 아시안게임 단일팀 출전이란 화두를 던졌다. 축구계와 민심의 반응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다. 당장 스포츠의 정치적 이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국내 축구가 정치를 거절할 만큼 정치적으로 당당하지 못하다는 현실도 불편하다.

# 상황 정리

먼저 상황을 정리하자. 4월 초,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체육회를 통해 아시안게임 출전 40개 종목 경기단체를 대상으로 단일팀 의향을 먼저 물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추진 과정에서 얻은 교훈이다. 현재 구기 종목에서 농구와 탁구가 긍정적 회신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유도, 체조, 정구, 카누, 조정까지 총 7개 종목 경기단체가 단일팀 추진에 전향적 의사를 나타냈다.

대한축구협회도 회신했다. 협회 관계자는 “남녀 대표팀 모두 조직력 극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회신했다”라고 밝혔다. 완전한 혹은 최종적 거절은 아니다. ‘난색 표명’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남북 양측의 대표팀 및 경기단체, 아시안게임 주최 측, 다른 출전국의 의사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고 싶어도 못할 수 있고,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할 수도 있다. 축구는 관심 종목인 탓에 변수가 더 많다. 최종 결정까지는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2018 러시아월드컵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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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일팀 구성의 반대 근거

협회의 회신 내용은 상식적이다. 남자 U-23 대표팀은 최근 감독 교체로 혼란을 수습한 직후다. 지금 시점에서 남북 선수 반반씩 섞어 새 팀을 만들어야 할 상황은 김학범 신임 감독에게 재앙이다. 여기에 금메달 부담감까지 얹힌다. 여자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2019년 여자월드컵 준비의 출발점을 아시안게임으로 보고 1년 준비에 착수하려는 순간이다. 남녀 대표팀 모두 ‘우리 그냥 가만히 놔둬 주세요’라는 심정이다.

스포츠적 관점에서도 단일팀 구성은 환영받기 어렵다. 순수주의자들이 ‘스포츠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고 외치는 부분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스포츠는 정치 권력에 취약하다. 그래서 더 멀리해야 한다. 올림픽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쳐서도 안 되고, 대통령의 인종차별 발언에 항의해 국민의례를 거부해서도 안 된다. ‘북극곰을 살리자’, ‘세월호를 기억하자’, ‘한반도 통일 기원’ 등도 스포츠 현장에서 금지되어야 한다. 남북 단일팀 발상 자체가 스포츠적 관점에서 정치 오염이다.

단, 남자 대표팀의 병역 혜택 문제는 예외다. 언론과 여론은 이 부분을 주된 이유로 바라보는 탓에 문제가 커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병역 혜택 문제는 단일팀 구성을 반대할 근거가 절대로 될 수 없다. 아시안게임은 국가를 대표할 영예로운 기회이지 축구선수의 병역을 털기 위한 ‘껀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의 엘리트 선수를 위하는 호의를 체육계의 권리로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협회 관계자도 “회신 내용에 병역 혜택 언급은 없었다”라고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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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의존적 축구 생태계

대중은 축구가 단일팀 아이디어 앞에서 당당하길 원한다. 현실은 조금 다르다. 국내 축구 생태계는 스포츠 가치를 내세우기에 이미 정치종속적이다. 프로축구리그 자체가 정부의 지시로 생겼고, 지금도 정부 예산 덕분에 유지된다. 2018년 현재 K리그 22개 팀 중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구단이 11곳이나 된다. 군경팀까지 합치면 13개 팀이다. 리그 회원사의 59%가 나랏돈으로 살아간다는 뜻이다.

지자체 구단도 나름대로 영업 활동을 한다. 그러나 스폰서십 계약은 실제 가치보다 지자체 혹은 지자체장과의 원활한 관계 맺음을 위한 사업적 포석이 많다. 지자체 구단이 아니면 유치할 수 없는 계약이 많다는 것이다. 국가가 세금으로 대한민국 프로축구선수 59%의 생계를 책임진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어느 종목보다 정부의 득을 크게 보는 곳이 바로 축구 생태계다. 재정 독립성을 갖춘 협회의 사정은 다를 수 있지만, 협회는 국내 축구계 전체를 아우르는 기관이다.

그동안 국가는 축구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왔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세계적 수준의 경기장을 건설했고, 프로구단 11개 팀을 운영해주고 있다. 병역 혜택은 물론 군복무 중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군경팀까지 서비스한다. 사회체육 투자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엘리트 축구계는 국가적 투자에 회신해야 한다. 축구의 보답은 초라하다. K리그는 시장 경쟁력을 상실했고, 국가대표팀은 여전히 월드컵 1승이 버겁다. 그리곤 또 투자론을 펼친다. 발전하겠다고 해서 투자했는데 발전 없이 투자만 계속 요구하면서 단일팀 구성을 곤란해 한다. 정부로서는 이런 축구계가 얄미워 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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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엘리트스포츠 프레임’에 낚여주는 여론

축구 단일팀 추진에 가장 큰 난관은 여론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추진하면서 정부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메달권인 데다 손흥민이란 거물까지 있는 축구에서 벌어질 논란은 훨씬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대중의 눈에 정부와 협회는 강자와 약자, 갑과 을의 관계로 투사된다. 여론은 협회를 비난할지언정 축구 대표팀과 스타플레이어에 관해서는 보호자 역할을 자처한다.

이번 단일팀 추진에서도 여론은 축구의 편에 선다. 당사자들이 언급하기 어려운 병역 혜택을 언급해주는 적극성을 보인다. 오랜 세월 고착화한 ‘엘리트스포츠 프레임’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축구계의 종목 이기심과 한국 축구의 가치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한다. 단일팀 추진에 있어서도 축구인의 밥그릇 본능에 ‘무의식적으로’ 공감해 축구의 공적 기능보다 선수들의 사적 피해에 초점을 맞춘다. 축구계로서는 고맙고 정부로서는 아쉬울 따름이다.

축구 단일팀 작동 스위치는 정부의 손에 있다. 정부가 원하면 단일팀으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다행히(?)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라는 온실 안에서 살아가는 국내 축구계는 스포츠 가치를 수호할 만큼 이미 정치적으로 당당하지 못하다. 여론 보호막이 펼쳐져도 국내 축구계의 정치종속성이라는 팩트는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일팀 성사 여부를 떠나 그 사실을 냉철하게 인지해야 한다.

사진=FAphotos,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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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_편집장

축구는 재미있어야 합니다. 하든 보든 쓰든 읽든 뭐든 @jaemin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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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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