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wiki] 클롭: ‘민중의 구단’ 리버풀을 달리게 한다

기사작성 : 2018-04-05 16:46

- 2015년 위르겐 클롭이 안필드에 들어왔다
- 풀타임으로 치르는 두 번째 시즌, 리버풀은 유럽 4강을 눈앞에 뒀다

본문


[포포투=Oliver Kay]


(편집자 주: <포포투> 2016년 10월호 커버스토리입니다. 리버풀과 위르겐 클롭 감독을 좀 더 심도 있게 즐기시길 바라는 마음에 독자 여러분께 공개합니다. 원고 분량이 매우 길다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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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20일, 리버풀 선수들이 왓퍼드의 비커리지 로드를 떠나 집으로 향하던 길에 분명해진 사실이다. 선수들은 0-3의 절망적인 패배를 지켜본 감독이 그날 저녁 예정된 크리스마스 파티를 취소하지 않을까 궁금해했다. 대부분 그럴 거로 생각했다. 일부는 부디 그래 주기를 바랐다. 누구도 파티를 벌일 기분은 아니었다.

클롭 감독은 반드시 파티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전원 참석. 그날 밤 선수들과 스태프, 가족은 찜찜한 기분으로 폼비홀 호텔로 향했다. 모두 입장하자 클롭 감독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우리는 다 실망했다. 하지만 이제 경기는 끝났다”라고 입을 뗐다. “지금은 이 파티가 제일 중요하다. 술을 마셔도 상관없지만 아무도 새벽 1시 전까지 나갈 수 없다. 무엇을 하든 다 함께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오늘 밤 임무는 파티다.”

그렇게 그들은 최선을 다해 파티에 임했다. 클롭은 자기 임무를 다하기 위해 곧장 아내(울라)와 무대로 향했다. 격하게 박수를 치느라 좀 처지긴 했지만, 거구치고는 놀라운 민첩한 발놀림을 선보였다고 한다. 저녁 내내 그는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그 웃음은 곧 선수들에게 전염됐다. 1시가 될 때까지 누구도 시계를 쳐다보지 않았다. 대신 선수들과 파트너들, 스태프들 모두 왓퍼드전의 비참한 경기력을 잠시 잊은 채 한데 어울렸다.

그보다 며칠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선수단의 크리스마스 파티를 취소했다. 그들은 UEFA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하고 리그에서는 본머스와 노리치, 스토크에 연패하는 끔찍한 분위기에서 맨유 팬들이나 루이스 판 할 감독이 파티 분위기에 들뜬 선수들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아마 그들의 판단이 옳았을 것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크리스마스 관련 행사가 취소되는 건 흔하다. 최근에도 해리 레드냅과 앨런 파듀 등이 스크루지 노릇을 했다. 그렇지만 두 달 전 잉글랜드에 입성한 클롭 감독은 정반대의 접근방식을 취했다. 그날 오후 그는 비커리지 로드에서 있었던 일보다 크리스마스 파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리버풀 선수들이 클롭의 숙제를 제대로 해냈다면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12개월 전 그는 독일에서 썼던 것과 정확히 똑같은 카드를 택했다. 시즌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 분데스리가 최하위에 겨우 승점 1점이 앞서 있었다. 그의 지도자 경력을 통틀어 최악이라고 할 만한 때에 클롭은 더 행복한 마음으로 겨울 휴식기를 맞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생각은 추호도 말라. 예외는 없다. 전원 참석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클롭 감독이 두 사례에서 공통으로 떠올린 대안은 선수들이 부루퉁한 채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가 원하는 그림은 아니었다. 클롭의 철학은 팀이 함께 승리하고 함께 패하며, 적절한 때에는 확실하게 함께 파티를 벌이는 전우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그는 “함께”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지난 시즌 막판 바젤에서 열린 UEFA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세비야에 패한 뒤에도 “우리가 계속 함께 뭉쳐 이 길을 간다면, 리버풀의 장래는 밝다”라고 강조했다.

예정에 따라 강행된 바젤 숙소의 경기 후 파티 분위기는 어땠을까?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고 많은 선수는 미래가 불투명했다. 당연히 파티장은 초상집 같았다. 그렇지만 술잔이 몇 번 돌고 클롭 감독이 선수들을 무대 위로 불러 모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클롭 감독은 “두 시간 전에는 똥 같은 기분이었겠지. 이제는 좀 나아지길 바란다. 들어 봐, 우리는 이제 시작이야. 앞으로 훨씬 많은 결승전을 치르게 될 거야”라고 외쳤다. 그리고는 “우리는 리버풀이다, 트랄랄랄라”라며 노래하기 시작했다. 선수들이 노래에 가세했고 바로 공기가 달아올랐다. 클롭은 그런 감독이다. 앞서 이끈다. 선수들이 그 뒤를 따른다.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기

2015년 10월 9일, 클롭은 리버풀 감독직을 시작했다. 독일 시절부터 리버풀을 지켜보며 내렸던 진단을 선수들과 공유했다. 그는 “현재 리버풀 가족 모두 아주 약간 너무 예민하고, 아주 약간 너무 비관적이면서, 아주 약간 너무 의심하고 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경기장 분위기는 좋지만 제대로 즐기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아무도 현재를 믿지 않는다. 오로지 5년 전, 10년 전, 20년 전만 본다. 이기고 있어도 ‘음, 수비가 문제야’라는 말이 들려온다. 우리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 선수들이 지금부터는 다르다고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의심을 확신으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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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자들? 리버풀의 모든 팬은 처음부터 클롭 감독을 신뢰했다. 영국 축구 어디에도 안필드처럼 감독을 숭배하는 곳은 없다. 제라르 울리에와 라파엘 베니테스 둘 다 클럽에 우승컵을 안겨주기 전부터 신적인 존재였고, 그 이후는 말할 것도 없다.

물론 베니테스 감독은 리버풀의 첫 시즌을 도무지 믿을 수 없는 UEFA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마무리하긴 했다. 그렇지만 리그에서 27경기 13승에 그쳤고, FA컵에서는 몇 단계 아래인 번리에 민망하게 패했다. 아무런 문제는 없었다. 2005년 리그컵 결승전이 열렸던 카디프 거리에서 금테 액자로 장식된 그의 초상화를 볼 수 있었다. 케니 달글리시와 브렌던 로저스도 실패가 분명해지기 전까지 팬들로부터 메시아 대접을 받았다.

잘못된 시기에 잘못된 장소를 찾아왔던 잘못된 남자 로이 호지슨 감독을 제외하면, 힘겨웠던 지난 몇십 년 동안 껄끄러운 분위기에서 리버풀에 입성했던 감독은 없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놀라운 7년을 보낸 클롭 감독은 리버풀을 약속의 땅으로 되돌려 줄 남자 역의 최신 캐스팅이었다.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 신임 감독의 중요 임무 중 하나는 관중석과 훈련장의 분위기 변화다. 클롭 감독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팀을 물려받았다. 이적시장이 닫히고 빡빡한 일정 속에서 팀의 수준을 끌어올릴 방법은 적었다. 그의 고강도 게겐프레싱도 생각처럼 먹히지 않았다. 현실은 선수들에게 원하는 방향으로 압박하라고 지시하기만 하면 되는 온라인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클롭 감독의 도르트문트는 UEFA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종종 120km 이상을 뛰며 화려한 상대를 압도하곤 했다. 그렇지만 그가 물려받은, 사기가 꺾인 리버풀에는 어울리지 않는 전술이었다. 시간이 필요했다. 4개 대회를 병행하며, 특히 UEFA유로파리그와 리그컵에서는 결승전까지 오르며 총 63경기를 치러야 했던 클롭 감독에게는 훈련장에서 공을 들일 시간이 없었다. 그는 하룻밤 사이 리버풀을 도르트문트로 바꿀 수 없었다. 어쩌면 여름이 오기 전까지는 팀을 눈에 띄게 바꿔 놓을 수 없을지도 몰랐다.

클롭 감독은 처음부터 리버풀의 무언가가 “살짝 고장 났다”고 느꼈다. 그는 축구팀이 심장과 영혼에서 뿜는 긍정 에너지로 생존한다고 믿었다. 멜우드와 안필드 근처에서는 그런 기운을 느낄 수 없었다. 리버풀이 놀랍게 치솟을 때면 비슷한 무언가가 느껴지긴 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첼시를 3-1로 꺾었고, 맨체스터 시티에도 4-1과 3-0으로 이겼다. 머지사이드 더비에서는 에버턴을 4-0으로 눌렀다. 리그컵에서는 사우샘프턴에 6-1 대승을 거뒀고, 유럽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비야레알, 도르트문트에 각각 2-0과 3-0, 4-3으로 승리했다. 마지막 경기는 입이 떡 벌어지는 극적인 역전승이었다. 그렇지만 높이 올라가면 그만큼 내려가는 시간이 있었다. 클롭 감독이 머리를 쥐어뜯게 하는 무기력한 패배가 이어졌다.

관중석에서, 라커룸에서, 심지어 이사회에서도 감독에 대한 믿음은 확고했다. 아마 2010년 펜웨이스포츠그룹이 리버풀을 인수한 이후로는 처음이었을 것이다. 클롭 감독은 프리미어리그 첫 시즌이 막판으로 향하는 동안 그다지 만족하지 못했다. UEFA유로파리그의 긴장감 넘치는 여정이 자잘한 균열을 덮었다. 바젤에서 승리했다면 완벽한 위장에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비야와 결승전 후반전에 모든 약점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리버풀은 상대 압박에 바스러졌다. 이 팀은 아직 클롭의 팀이라 할 수 없었다. 긴 여름이 될 터였다.

끝없는 달리기와 사랑의 헤드록

클롭의 부임 후 몇 달 동안 리버풀의 라커룸에서 나온 유일한 불평은 훈련 일정이었다. 지난 몇 시즌 동안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은 1일 2회 훈련에 익숙해졌다. 클롭은 오전 1회, 오후 2회로 하루 3회 훈련을 시했다. 오후 1회, 저녁 2회 구성은 더 끔찍했다. 리버풀 선수들은 갑자기 매주 다른 훈련 일정에 적응해야 했다. 저녁 경기를 준비하려고 저녁에 훈련했다. 소위 생체 주기 훈련이었다. 지극히 합리적인 방식이지만 축구선수들은 고정적인 일정을 선호한다. 선수들이 잠재적인 효과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거라는 확신이 없다면 그들의 일상을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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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클롭 감독의 첫 훈련이 끝난 뒤, 포르투갈 출신 신예 주앙 테세이라가 고통을 호소했다. 다른 두 선수는 통증이 더 심해졌다. 일부 선수가 훈련 강도에 의문을 품었다. 네덜란드 출신의 피트니스 코치 라이몬드 베르헤이옌은 지난 시즌 종종 트위터에서 쉴 새 없이 부상자가 발생하는 리버풀의 감독이 “전통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갑작스레 지나치게 강도를 올렸다는 주장이었다. 지난 몇 주 사이에도 인테르나치오날레의 사령탑에 오른 프랑크 데 부어가 클롭 감독은 압박 전술을 도입하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클롭 감독은 캘리포니아 전지훈련을 프리시즌 투어로 생각하거나 표현해서는 안 된다고 선언했다. 투어가 아니었다. 리버풀은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세인트루이스에서 인터내셔널챔피언스컵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다. 본질적으로는 ‘훈련 캠프’였다. 당연히 치열해야만 했다. 그는 피트니스 및 컨디셔닝 분야 전문가를 새로 영입했다. 클롭 감독을 닮은 안드레아스 코른마이어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루이스 판 할, 유프 하인케스, 펩 과르디올라와 함께 일했다. 코른마이어가 선수들에게 고강도 훈련으로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들겠노라 경고할 때 클롭 감독은 배꼽을 잡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캘리포니아 스탠퍼드대학교에 자리 잡은 훈련 캠프에서 리버풀의 몇몇 선수들과 스태프들은 이렇게 힘든 프리시즌이 생전 처음이라고 했다. 코른마이어는 선수들의 육체를 시험했고, 클롭 감독은 마음가짐을 가다듬고자 했다. 감독과 젤리코 부바치, 피터 크라비에츠, 페페인 레인데르스 코치는 선수들을 익숙한 포지션에서 끌어내 전술적 테스트에 맞서게 했다. 리버풀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 치른 프리시즌 원정 4경기에서 트램미어, 플리트우드, 위건, 허더즈필드에 단 한 골도 내주지 않고 모두 승리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훈련장에서 진지한 시간을 보내야 할 때였다.

훈련장 바깥 분위기는 조금 더 부드러웠다. 클롭은 선수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미소와 웃음소리가 함께하길 바랐다. 훈련은 무자비했고 그만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부담이 컸지만, 대신 마음은 편했다. 그의 장난스러운 헤드록은 인정의 신호로 반갑게 받아들여졌다.

아담 랄라나는 이렇게 말한다. “훈련장에서 그는 무척 다정하다. 웃으며 농담을 던지곤 한다. 사람들은 그가 누구든 안아준다고 하지만 선수들에게는 때때로 큰 의미를 가진다. 내가 필요한 존재라는 확신을 주고, 힘겨운 훈련을 견딘 선수에게 그가 감사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는 엄청난 노력을 요구한다. 100%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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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두 사코를 훈련 캠프에서 쫓아낸 것도 그런 이유였다. 클롭 감독은 사코가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 수속 시간에 늦고, 재활 훈련에 빠지고, 팀 식사에 지각하자 화를 냈다. 사코는 선수들이 샌프란시스코 현지 관광 도중에 클롭 감독의 인터뷰를 방해하는 실수도 저질렀다. 그렇지만 클롭의 불만은 기본적으로 사코의 시간관념이었다. 그는 “우리에겐 규칙이 있고 우리는 존중한다. 누군가 그 규칙을 존중하지 않거나 존중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내게 주면 내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게 전부다”라고 설명했다.

훈련 초점은 대개 클롭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인 게겐프레싱에 있었다. 상대 진영에서 공을 빼앗는 게 끝이 아니다. 공을 소유한 상대는 물론이고 패스를 받을 만한 선수까지 차단한 뒤, 상대가 가장 허술해진 틈을 타 곧바로 빠르고 결정적인 공격으로 가해야 한다. 그들은 역습 훈련을 계속 반복했다. 훈련이 계속되면서 움직임은 더 빠르고 매끄러우면서 날카로워졌다. 팔짱을 끼고 터치라인 옆에 서 있던 클롭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어느 시점이 지나자 그가 직접 입을 여는 일도 줄어들었다. 대신 페페인 레인데르스가 “훈련에 승리하면 경기에도 승리하는 거다”라는 주문을 읊었다.

코치 겸 감독, 단장

리버풀의 소유주인 펜웨이스포츠그룹(이하 FSG)의 거물들 사이에는 오랫동안 잉글랜드 출신 지도자에게 신뢰와 힘을 실어주는 데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FSG는 메이저리그의 보스턴 레드삭스처럼 감독에게 선수 선발과 훈련을 맡기고 선수 영입이나 장기적인 전략은 위원회가 결정하는 모델을 선호했다.

브렌던 로저스 전 감독은 저항했다. 리버풀이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다가섰던 2013-14시즌에도 안필드에서는 감독과 클럽 고위층이 다른 방향을 향한다는 느낌이 있었다. 로저스 감독가 향상된 조건에 재계약했던 2014년 5월에도 마찬가지였다. 다음 시즌 루이스 수아레스를 바르셀로나에 팔았다. 로저스 감독의 의중보다 위원회의 판단으로 영입한 선수 일부가 팀에 섞이지 못해 성적이 추락하자 양자 관계는 악화일로였다.

2015년 가을, 리버풀의 모든 이가 클롭 감독이 FSG 모델에 어울릴 거라 확신하지 못했다. 그러나 뉴욕에서 구단주와 투자자들을 만난 그는 도르트문트에서 미하엘 초어크와 함께 일했던 경험을 설명했다. 자기가 기대하는 수준의 전문가와 함께할 수만 있다면 이 모델이 자신에게 아주 잘 맞을 거라 설득했다. 엠레 찬과 피르미누의 능력을 어떻게 끌어냈어야 했는지를 열정적으로 토로하면서도 고위층의 영입 정책에 기본적으로 동의했다.

클롭 감독은 재빨리 FSG 회장 마이크 고든과 긴밀한 사이가 되었다. 그는 로저스 체제에서 영입위원회의 실세이자 ‘사실상 단장’으로 인식되었다. 지금은 기꺼이 클롭 감독에게 힘을 실어준다. FSG는 클롭을 감독뿐 아니라 단장 수준으로 신임한다.

올여름(2016년) 영입과 이적 대부분은 물론이고 지원스태프의 대대적 교체, 멜우드 수리, 훈련복 디자인의 일부 수정까지 모든 일이 클롭 감독의 손을 거쳤다. 감독 부임 9개월밖에 지나지 않았고, 프리미어리그에서 13승이 고작이었던 지난 7월 클롭 감독은 6년짜리 재계약에 합의했다. 지그날 이두나 파크(도르트문트의 홈구장)의 행복했던 7년 뒤에 내린 선택이 옳았음을 확인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제대로 된 클럽을 찾았다고 확신했다. 고용주도 제대로 된 감독을 찾아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특정한 도시에서, 특정한 클럽만 맡을 수 있는 지도자라고 평가한다면, 클롭 감독은 발끈할지 모른다. 표현을 바꿔보자. 그에게 안성맞춤이었던 도르트문트처럼 오래전부터 팀과 팬이 강력하게 연결되어온 노동계급 클럽 리버풀이 귀족적 클럽보다 클롭 감독에게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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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롭 감독이 도르트문트를 떠나겠다고 발표했을 때도 바이에른 뮌헨이나 레알 마드리드를 이끄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려웠다. 리버풀 서포터즈 팟캐스트(the Anfield Wrap)를 운영하는 닐 앳킨슨의 의견을 들어보자.

“그가 지배적 지위의 클럽에 감독으로 부임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는 도전이 필요한 것 같다. 바르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 심지어 아스널을 지도하는 모습도 상상이 가지 않는다. 클롭 감독은 축구가 그 도시의 핏줄처럼 기능하는 클럽을 원한다. 도르트문트와 리버풀의 유사점이다. 맨체스터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다른 도시에는 다른 원동력이 있다.”

리버풀의 감독에게는 특정한 이미지와 언행이 기대된다. 일반적으로 빌 섕클리를 떠올린다. 울리에와 베니테스, 달글리시, 로저스는 모두 다른 방식으로 그런 이미지에 부응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클롭 감독에게는 ‘상남자’ 느낌이 자연스레 묻어난다. 그는 “리버풀 사람들이 축구를 살아가는 방식이 너무 좋다. 그 안에는 역사가 있다”라고 말했다.

앳킨슨의 설명이 이해를 돕는다. “나는 그가 민중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믿는다고 생각한다. 그는 관중의 힘을 믿는다. 선수와 팬의 유대감을 믿는다. 웨스트 브롬전(지리멸렬한 2-2 무승부 홈경기)이 끝나고 그걸 느꼈다. 그는 선수들과 함께 손뼉을 쳤다. 결과를 자축하는 듯했다. 일부 팬들은 그런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혹스러워했다. 하지만 그와 선수들이 끝까지 자신들과 함께해준 우리에게 감사하며 유대감을 강화하려 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관중도 그 지점에서 반응했다고 생각한다.”

클롭 감독은 지난 시즌이 끝나갈 즈음 한 기자회견에서 “이 클럽에는 힘이 있다는 걸 느낀다”라고 말했다. “안필드에서 도르트문트와 맞붙었을 때 느꼈다. 비슷한 상황의 다른 클럽보다 우승 가능성이 커 보이는 클럽이 있다. 도르트문트에서 그런 기운을 처음 느꼈다. 한 시즌이 끝날 즈음 바이어 레버쿠젠이 턱밑까지 따라 왔는데, 미하엘 초어크 단장은 내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레버쿠젠은 정상을 차지한 적이 없고, 도르트문트는 정상에 서는 클럽이라는 이유였다. 리버풀에서도 그런 기운을 느낀다. 서포터즈도 마찬가지일 거로 생각한다.”

열심히 노력하고 더 열심히 뛰기

일하지 않을 때가 있기는 한가? 클롭 감독이 자주 받는 질문이다. 요즘 축구 감독들이 모두 워크홀릭이라고 해도 클롭 감독은 어떤 면에서든 그중 최고라 할 만하다. 전술부터 경기의 사소한 부분까지 일일이 챙긴다. 클럽 식구와 분위기까지 챙기려면 영혼까지 털릴 듯하다. 팬의 기대에 부응하는 동시에 모든 구석을 다독여야 한다는 리버풀 사령탑의 일상은 피곤하게 들린다. 클롭 감독은 자기 업무 수행에 가차 없다.

그가 피로에 맞서 단 하나 양보하는 게 있다. 클롭 감독은 매일 저녁 멜우드 훈련장에서 폼비 자택으로 돌아가 잠시 눈을 붙인다. 가끔 한 시간 넘게 자기도 하지만 두 시간을 절대 넘기지 않는다. 깨어나면 활기를 되찾는다고 하는데, 딱 저녁을 즐길 시간이다. 클롭 감독과 아내는 산책을 좋아한다. 1960년대 도르트문트에서 활약했던 스트라이커 로타 에머리히의 이름을 따 엠마라고 부르는 콜리-리트리버 혼합종 애견과 폼비 해안이나 근처의 숲을 거닌다. 그와 코칭스태프는 시내 펍을 즐겨 찾는다. 종종 클롭 감독과 코치들이 탁구나 다트를 즐기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한다.

리버풀의 감독직은 그 자리에 앉은 이의 진을 빼놓기로 악명 높다. 그레이엄 수네스와 제라르 울리에는 리버풀 감독 재직 시절 심장에 심각한 문제를 겪었다. 베니테스는 내부의 긴장 관계에 휘말려 미치기 직전까지 갔다. 호지슨은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끌 때보다 더 괴로워 보였다. 달글리시는 2011년 초 기운을 회복하고 돌아왔으나 루이스 수아레스의 해프닝을 포함해 많은 사건에 시달렸다. 다음 시즌이 끝나고 결국 클럽을 떠나기 전까지 그의 얼굴은 창백해져만 갔다. 낙천주의자였던 브렌던 로저스조차 세 번째 시즌에는 침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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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롭 감독은 많은 전임자처럼 리버풀 감독직 수행을 위한 모든 업무에 자신을 기꺼이 내던지면서도 에너지를 아끼려 할 때도 있다. 개중 하나가 라이벌 감독들과 벌이는 “미디어 설전”이다. 올여름 이적시장 도중 그는 선수 한 명에게 1억 파운드 가까운 돈을 쓰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축구는 함께 뛰는 경기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언론과 조제 모리뉴 감독은 폴 포그바를 노리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겨냥한 얄팍한 공격이라고 해석했다. 모리뉴 감독은 “어떤 감독들은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를 지휘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 스트레스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반격했다. 언론은 이제 클롭 감독의 응수를 기다렸다. 클롭은 “다른 클럽들에 관심이 전혀 없다.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다”라고 깨끗이 정리했다.

리버풀 감독직은 라이벌 감독과 설전 말고도 무척 피곤한 자리다. 고용주와 관계도 그렇다. 리버풀 감독 선임자 중 몇몇은 고생스러운 과정으로 그 사실을 깨달았다. 도르트문트 시절 징계 기록이 증명하듯이 클롭 감독은 욱하는 성질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는 자기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안다. 그 자체만으로도 힘겹다.

때가 되었다는 신호? 헛된 기대?

2016년 8월 14일, 에미리츠 스타디움의 원정팀 라커룸. 리버풀은 아스널과 시즌 개막전 전반전에 고전했다. 필리페 쿠티뉴의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1-1 균형 상태에서 하프타임을 맞았다. 클롭 감독은 선수들에게 명료한 메시지를 전했다. “너희들은 아스널보다 몸 상태가 좋다. 나가서 보여줘라. 우리가 이길 거다.”

후반 18분 만에 리버풀은 4-1로 앞서 나갔다. 모든 것이 뜻대로 풀리는 행운의 시간 동안 공격을 가하는 원정팀의 유동성과 속도, 움직임은 클롭이 지향하는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었다. 특히 아담 랄라나의 골과 쿠티뉴의 두 번째 골이 빛났다. 결국 리버풀이 4-3으로 이겼다. 아르센 벵거에게 익숙한 시즌 초반 악몽을 더해줬다는 사실에 리버풀 팬들은 신이 났다.

때가 되었다는 신호일까? 아니면 리그 우승 없이 26년을 허송한 클럽이 또 헛된 기대를 품는 것일까? 클롭은 언젠가 리버풀이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증명해야 한다는 발상 자체를 비웃었다.

그렇지만, 그날 오후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는 통계가 나왔다. 리버풀 선수들은 90분 동안 117.6km를 뛰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뛴 거리’를 측정한 이래 가장 높은 숫자였다. 벵거를 비롯한 여러 감독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눈치를 보는 시즌 개막전이라서 더욱 놀라웠다.

축구에서 상대보다 더 많이 뛰었다고 해서 우승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클롭은 경기를 끝낸 뒤에 제일 먼저 ‘뛴 거리’를 확인한다.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는, 그리고 올바른 방향으로 뛰는 에너지와 체력, 투지는 결국 전체 경기력의 단단한 기반이 된다. 왓퍼드 원정 참패에서 8개월 만에 리버풀은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신했다. 그들의 시즌 기준은 개막전에 맞춰져 있었다. 리버풀은 앞으로도 필요할 때에 사력을 다하겠지만, 무엇보다 클롭이 있기에 그렇게 열심히 뛸 것이다. 클롭의 말처럼 열심히 뛰기만 하면 한계는 없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포포투> 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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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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