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column] 카카의 고백: 맨시티를 거절했던 날

기사작성 : 2017-12-26 14:20

- 스타의 맨시티 이적설이 나오자 밀란 팬들이 한곳으로 모였다
- 응원가를 부르며 잔류 결심을 애원했던 그곳은 카카의 집 앞이었다

본문


[포포투]

2009년 1월, AC밀란이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의 1억 파운드 제안을 수용했다. 대상은 브라질 천재 카카였다. 하지만 협상은 막판에 틀어졌다. 당시 밀란 팬들이 카카의 집 앞에 모여 ‘제발 떠나지 말라’고 애원하는 광경이 유명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카카에게서 직접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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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을 또렷이 기억한다. 집에 있는데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다소 들뜬 목소리로 잉글랜드 클럽 맨시티가 밀란 측에 엄청난 액수의 이적료를 제시했다고 하시더라. ‘밀란이 제안을 수락할 것 같구나’라고도 하셨고.

밀란 이사들에게 전화가 왔다. 아버지에게 상황을 열심히 설명하더라. 당시만 해도 밀란은 팀 내 최고의 선수들을 팔아넘기는 그런 구단이 아니었다. 희망자만 이적을 용인한다는 정책이 확고했다. 물론 나는 밀란을 떠날 생각이 없는 쪽이었다. 그런데 아드리아노 갈리아니 부회장이 아버지에게 한 말은 이랬다. ‘알다시피 우리는 이번 건을 성사시키길 바랍니다. 우리가 제안받은 이적료가 어마어마해요.’

# 낯선 경험

나는 늘 아버지와 거의 모든 것을 터놓고 얘기했다. 우리는 잉글랜드로 이적을 검토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아버지가 잉글랜드로 날아가 마크 휴즈 감독과 몇몇 구단 고위층을 만나면서 협상이 본격화됐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 나는 이탈리아에서 정말 잘 지냈다. 이적을 고민하게 된 근본적 이유는 밀란이 제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소속 클럽이 ‘왜 이적하면 안 되는데?’라고 말한다면, 나로서는 다른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솔직히 그때는 맨시티에 관해 아는 것도 없었다. 셰이크 만수르가 구단을 인수했고, 그가 팀 리빌딩 계획을 세웠다는 것, 세계 정상급 선수를 끌어모으는 중이고 수개월 전 호비뉴를 영입했다는 사실 등, 아주 기본 정보만 알았다. 나는 맨시티가 향후 잉글랜드를 선도할 빅클럽이 될 거라 예상했다. 몇몇 경기를 시청하기도 했다.

맨시티와 대화하면서 이적에 관한 세부 정보를 얻었다. 우린 이적과 관련된 모든 사람이 이해하도록 프로젝트의 세부사항까지 확실히 정하길 바랐다. 예컨대, 세계 최고의 클럽이 되기 위해 정확히 어떤 부분까지 실행에 옮길 것인가? 이 프로젝트에 누가 추가로 가담하나? 나 말고 팀에 합류하는 선수는 누구인가? 구단의 장단기 목표는 각각 무엇인가?

협상 테이블에선 상세한 이야기가 오갔다. 연봉은 밀란보다 훨씬 좋은 금액을 제시했다. 자연스레 앞으로 내 인생이 어떻게 바뀔까 상상하게 된다. 잉글랜드에서 어떤 축구 인생이 펼쳐질지, 새 클럽에서 일상은 어떨지, 가족이 환경 적응에 얼마나 어려움을 겪을지 등등. 모든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기도를 많이 했다. ‘신이시여, 균형 잡힌 결정을 내리게 도와주소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안주할 수 있도록 살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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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앞에 모인 밀란 팬들

협상 막바지였던 어느 날, 밀란 집에서 쉬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아버지였다. 맨시티 대표이사와 미팅을 앞두고 전화를 건 것이었다. 그 순간, 창밖에 수백 명에 달하는 밀란 서포터즈가 모여 있었다. 나를 설득할 마지막 기회라고 느낀 팬들이 내게 그 사실을 알려주려고 모인 거였다. 다른 구단과 협상 중인 시기에도 그들은 내게 무한한 애정을 표현했었다.

그들은 나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나도 그들을 아꼈으니 짝사랑은 아니었다. 솔직히 팬들이 내 아파트 앞에 모이지 않았더라도 결정이 바뀌지는 않았을 거다. 하지만 그런 중요한 순간에 그들이 전해준 깊은 사랑은 지금까지 내 가슴속에 남았다. 팬들은 나를 끔찍이 아꼈고, 나와 함께하길 바랐다.

건물 밖에서 팬들이 응원가를 부르는 와중에 아버지는 ‘결정을 내리렴’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마음을 굳히고 ‘아버지, 지금은 못 가겠다고 말해주세요. 밀란에 남는 게 제 결정이에요. 훗날을 기약해보자고요’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이적할 적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주된 이유는 그들이 세웠던 스쿼드 강화 계획의 불확실성이었다. 스쿼드가 어떤 형태를 갖출지 불분명했다. 제대로 작업이 이뤄질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지금 맨시티는 굉장한 스쿼드를 갖춘 팀으로 변모했다. 만약 최근 그런 제안을 받았다면 결정은 쉬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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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항상 그때 그 순간을 궁금해한다. 서포터즈즈를 향해 창문 밖으로 웃으며 밀란 셔츠를 흔들던 그 순간을. 그건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혼란스럽고, 또 압박을 받던 힘든 시기를 향한 작별 인사이기도 했다.

아버지와 통화를 마치고 나는 최종 결심을 밀란 구단에 알려야 했다. 구단이 공식 발표했고 언론도 앞다퉈 보도했다. 그들이 내 아파트를 둘러싸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팬들은 환호하고, 소리치고, 노래하고, 춤을 췄다. 화염과 연막탄도 등장했다. 약 30분 뒤, 레오나르두가 집을 찾았다. 우린 그날 저녁 내내 협상과 내 마지막 결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 마음의 평안

지금은 그 결심을 후회하지 않는다. 누구나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나. 이미 한 쪽으로 결판이 난 상황인데도 그 결정을 계속 떠드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나는 그때 이후로 진행된 내 삶과 경력에 만족한다. 프로선수로서 나 자신도 자랑스럽다. 그때 그 결정은 나 자신을 찾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수개월 뒤 나는 밀란을 떠나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하면서 또 다른 꿈을 이뤘다. 오래전부터 항상 ‘밀란을 떠나야 한다면 새 클럽은 레알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맨시티의 제안을 뿌리친 걸 보면, 내 결정에 있어 돈이 우선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그해 6월과 7월에도 다른 구단에서 제안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밀란은 협상의 문을 열었고, 나도 이적을 염두에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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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프리미어리그를 누비는 경험도 굉장했을 것 같다. 35세인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건 어렵지 않다. 이미 경력을 쌓으며 생겨난 일, 내 선택의 결과물을 모두 알기 때문이다. 나는 지나온 날들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커리어를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었다면, 언젠가 한 번은 잉글랜드 무대를 누비는 선택을 했을 것 같다.

<포포투> 독자들은 갈림길에서 평정심을 갖고 결정을 내리길, 그래서 그 결정에서 마음의 평안을 얻길 바란다. 내가 ‘지금 이적하진 않겠지만 감사하다’라는 말로 맨시티 이적을 거부하면서 평안을 얻은 것처럼.

인터뷰 및 구술 정리=Felipe Rocha,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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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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