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interview] 말레이시아행 김두현, “이적? 끝 아닌 시작”

기사작성 : 2017-12-26 14:02

- 베테랑 미드필더 김두현, 말레이시아 클럽 이적
- 출국 전 단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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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배진경]

“제 선택을 두고 뜬금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죠.”

김두현이 엷게 웃었다. 프로 생활만 17년에 달한 베테랑 미드필더는 자신에게 돌아올 반응을 짐작하는 듯했다. “두렵거나 걱정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다만 “성남 팬들에게 충분히 보답(승격)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김두현의 무대가 바뀐다. 행선지는 말레이시아 네그리 셈빌란(Negeri Sembilan)이다. 이곳을 연고로 하는 네그리 셈빌란FA와 입단 계약을 맺었다. 지난 24일 가족과 함께 말레이시아로 출국했다. 성남FC와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종료됐다.

국내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성남 구단과 남기일 감독 모두 김두현에게 잔류를 요청했다. 적극적인 영입 의사를 보인 다른 팀들도 있었다. 그러나 김두현의 선택은 말레이시아행이었다. 선수 생활 이후의 진로까지 고민한 뒤 내린 결정이었다. 내년이면 서른일곱 살이 되는 그는 지도자 생활까지 염두에 두고 ‘생의 전환’을 위한 교두보를 준비해왔다. 외국어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환경을 원했다. 쓰임새가 다양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다.

국내에서 쌓은 경험은 충분했다. 2001년 수원삼성에서 프로로 데뷔해 FA컵(2002)과 K리그(2004) 우승에 기여했다. 2005년 성남일화로 옮기면서 절정에 올랐다. 김학범 감독 시절 ‘무적 성남’의 질주를 이끄는 전술의 핵으로 활약했다. ‘김두현 시프트’라는 말이 등장했을 정도다. 그해 팀 우승과 함께 K리그 MVP에 선정되는 기쁨도 누렸다. 2008년에는 잉글랜드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으로 이적해 팀의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이끌었다. 2009년 다시 국내로 돌아와 수원-경찰청-성남FC를 거쳤다. 이 기간 동안 병역의무를 포함해 또다른 경험을 쌓았다. 살림살이가 축소되거나 시민구단으로 재탄생한 친정팀에서 선전과 강등이라는 극단의 상황에 섰다. 지나고 보니 “나쁜 경험이란 없다”는 고백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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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현은 <포포투>의 성실한 칼럼니스트이기도 했다. 2012년부터 올해 12월호까지, 매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다양한 주제로 칼럼을 기고해왔다. 컨디션 관리나 동계훈련, 이적, 심리 문제 등 선수 생활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주제는 물론 프로축구선수노조나 동남아/중국 축구 시장의 움직임, 유소년 육성 시스템, 팬 문화 등 축구계 전반의 이슈에도 두루 통찰력과 깊은 식견을 보였다. 이번 이적은 평소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셈이다.

출국을 나흘 앞둔 날 오후. 경기도 판교 김두현의 집 근처에서 그를 만났다. 공식 촬영을 극구 사양했던 그는 대신 ‘폰카’에 환하게 웃어주었다. 이삿짐은 거의 정리했다며 편한 차림이었다. 인터뷰 말미 팬들을 향한 인사에는 “끝이라고 단정짓고 싶지는 않다”고 전했다. 그리하여, 이어지는 김두현의 이야기는 ‘새로운 시작’에 관한 것이라고 보면 더 좋겠다.

FFT: 새 팀과는 계약이 완료된 건가? 미국행 이야기도 있었는데 말레이시아로 간다고 해서 의외였다.
“네그리 셈빌란이라는 팀과 계약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자동차로 4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다. 올시즌엔 2부리그에 있었던 팀인데 내년에는 1부리그로 올라간다. 승격 예정이었던 다른 팀이 자격을 박탈당하면서 이 팀이 올라가게 됐다. 구단에서 나한테 기대하는 부분도 경험을 나눠 달라는 거다. 한국인 프로선수로서 어떤 삶을 보냈는지 본을 보여주고 싶다. 그곳 회장님은 (은퇴 후)지도자 자리도 제의했다. (영어)개인 교습도 지원해준다. 지도자 생활을 생각할 때 나한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일지 고민했다. 가장 크게 필요성을 느낀 건 외국어였다. 일단 외국어 문제를 자연스럽게 극복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미국행도 생각했다. 그런데 적응이나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것 같았다. 나중에 다른 라이센스 취득으로 연수를 떠날 계획은 있다. 상대적으로 동남아에서의 생활은 여유가 있는 편이다. 태국도 축구하기에는 좋은 환경이지만 영어를 쓰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아이들 교육 환경에도 말레이시아가 나아보였다. 축구 외적으로 내가 준비해야 하는 게 뭔가 생각했을 때 많은 부분들이 충족되는 팀이었다. 계약기간은 일단 1년이다. 1년 더 연장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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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T: 솔직하고 냉정하게 자신을 평가할 때, 경기 체력은 어느 정도인 것 같은가?
“2년 정도는 더 부담없이 뛸 수 있을 거 같다. 내가 생각하는 내 컨디션과 주위에서의 평가가 다를 수 있어서 동료들에게도 물어봤다. 다들 2-3년은 충분히 더 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남기일 감독님도 남아 달라고 하셨고, 몇몇 팀들에게서도 같이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물론 1, 2년 더 K리그에서 뛸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남으면 시즌이 끝날 때마다 똑같은 질문과 생각을 반복하게 된다. ‘지도자가 되려면 뭘 준비해야 하는가’다. 답은 똑같을 거 같았다. 언젠가는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다.”

FFT: 지도자 생활을 굳이 외국에서 준비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사실 한국에서 준비하는 것도 맞을 수 있다. 누군가 이끌어주는 환경에서, 막내코치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다만 내 생각은 좀 달랐다. 굳이 한국에서만 지도자 생활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국내가 아니라 밖으로 시야를 넓히면 시장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언젠가는 아시아가 큰 단일 시장이 될 수도 있다. 세계적인 지도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아시아에서는 경쟁력을 인정받는 지도자가 나오는 때도 생길 거다. 그렇게 갈 수 있는 길 중 하나가 내가 선택한 방법이다. 외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해외 클럽에서 먼저 지도력을 인정받으면 역으로 국내에서 재평가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물론 국내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들이지만, 그러기에는 국내 상황이 너무 급변하는 경향이 있다. 지도자가 단계적으로 성장해 자기 역량을 제대로 펼치기도 전에 밖에서 흔드는 경우가 많다. 점점 (감독)연령대도 낮아지는데, 젊은 시절에 타격이 생기면 회복이 쉽지 않은 환경이다.”

FFT: ‘나이 든’ 선수에 대한 지도자들의 편견이 힘들었던 건 아닌가? 아니면 후배들이 계속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 대한 부담이라거나?
“그런 부담감은 없다. 후배들이 스타가 되고 주전으로 올라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선배 입장에서 해야할 역할이 있는 것도 맞다. 다만 이런 고민은 있었다. 팀에서 ‘나이 든’ 선수들은 대부분 뒷방 신세가 된다. 상징적인 존재감을 갖고 있는 레전드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팀에 있는 게 부담을 주는 존재로 여긴다. 팀이 선수를 생각하는 것과 선수가 팀에 갖고 있는 애정 사이의 괴리감이다. 어떻게 보면 선수의 짝사랑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엔 남기일 감독님이나 성남에서 함께하길 바랐지만 새로운 경험이 필요했다. 내 선택을 두고 ‘뜬금포’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나는 이 길을 잘 개척하고 다듬고 싶다.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동남아 축구의 시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이 팀을 좋게 본 이유 중 하나도 관중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관중수가 많은 팀이라는 건 그만큼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고 축구를 소비하는 시장성이 있다는 얘기다. 아예 다른 환경에서 지도자 생활을 준비하고 좋은 선례를 남긴다면 후배들에게도 새로운 길이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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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T: 선수로서 대체로 성공적인 시간을 보냈는데, 성남에서의 시간은 흔치 않은 경험이었을 것 같다. 강등 충격에 깊은 부진까지 이어졌다.
“(개선을 위해)’어떻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은 많이 했다. 하지만 내가 개입할 수 없는 부분이었고, 나 혼자 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FFT: 원인은?)… 그냥 다 못했다고 봐야 한다. 선수들, 지도자, 구단 프런트 모두 자기 역할을 했지만 그냥 열심히만 해서는 될 일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든 ‘쿵짝’이 잘 맞아야 하지 않나. (FFT: 합이 안 좋았다는 뜻인가?)그렇다고 볼 수 있을 거 같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묻고 가야하는 부분이 있다. 아쉬운 건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팬들에게 미안하다. 나중에 다른 부분으로 갚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FFT: <포포투>에 대략 5년 정도 칼럼을 기고했다. 현역 선수로서 정기적인 글쓰기를 한다는 건 어떤 경험이었나? (주: 칼럼 기고는 손 글씨, 이메일, 구술 정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좀더 다양하고 깊은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었다. 생각이 그냥 스치기만 하면 어느 시점에 그냥 잊어버리거나 없던 일이 되어버리지 않나. 기록으로 남기면서 더 뚜렷해지고 정리되는 부분이 있었다. 정리하면서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는 자극도 받았다. 그걸 또 공유할 수 있어서 뿌듯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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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T: 담당자로서 인상적이었던 건 어떤 주제를 던져도 막힘 없는 의견을 제시하고 통찰을 보인다는 점이었다. 평소에 자신만의 철학이나 소신이 없으면 언급하기 힘든 주제들에 대해서도 부담을 느끼지 않더라.
“평소에 생각나는 건 꾸준히 메모로 남기는 편이다. 어떤 건 경기에 관련된 내용일 수도 있고, 어떤 건 여러 지도자들을 경험하면서 앞으로 내가 갖춰야 할 지도자상에 대한 가치관일 수도 있다. 팬들이 즐거워하는 축구에 대한 고민도 있다. 요즘 유일하게 챙겨보는 경기는 맨체스터 시티 경기다. 과르디올라의 전술과 팀 운영이 너무 흥미롭다. 나는 모리뉴보다 펩을 좋아한다. 펩은 창조자고 모리뉴는 그에 맞서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는 능력자다. 궁극적으로는 창의성이 있는 축구가 이긴다. (전술)아이템이 많고 수가 많으면 어떤 환경에 처해도 문제 해결 능력이 생긴다. 펩은 그걸 해낸다. 질문과 답을 알고 있는 지도자이기 때문에 선수들도 신뢰를 갖고 뛸 수밖에 없다.”
(한동안 김두현의 ‘특강’이 이어졌다. 일반적인 4-4-2나 3-5-2가 향후 공격 전술에서 극단적으로 어떤 형태로 진화할지, 맨시티의 창조성과 포지션에 관한 통념 파괴가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한 분석부터 유럽과 한국의 축구 환경, 유소년 시스템, 지도자상 비교까지 광범위한 내용의 대화가 오갔다.)

FFT: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읽었던 칼럼 중 이런 내용이 있었다. ‘선수가 1년 내내 매 경기 100%의 컨디션으로 뛸 수는 없다. 실제 컨디션이 60%, 80%인 상태로 뛸 때가 훨씬 많다. 중요한 건 그런 상태일 때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좋은 습관’이라는 화두와 연결되는 내용 아닌가.
“몸 관리가 왜 중요할까. 한두 경기만 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일년 내내 지속할 수 있는 몸상태를 만들기 위해 관리가 필요한 거다. 그 관리에는 좋은 생각, 좋은 마음가짐이 다 포함된다. 그게 쌓이면 습관이 된다. 물론 한두 경기 집중해서 잘할 수 있고, 서너 경기 반짝할 수도 있다. 혹은 한 시즌 특별하게 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롱런하는 선수가 되려면 반드시 좋은 습관을 가져야 한다.”

FFT: 프로 생활 17년이면 ‘좋은 습관’으로 성공한 표본 아닌가. 후배들에게 전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젊은 선수들 대부분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한다. 좋은 차도 사고 싶고, 좋은 집에 살고 싶고, 이쁜 여자도 만나고 싶다. 대부분 그렇다. 그런데 한해만 반짝해서는 이 ‘하고 싶은’ 걸 다 이룰 수 없다. 지속성이 필요하다. 그걸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모든 보상은 오직 축구로만 가능하다. 그래서 축구를 잘해야 하고, 축구를 잘하기 위해 많이 노력해야 한다. ‘축구는 축구, 노는 건 노는 거’, 이렇게 구분하면 잠깐 행복을 누릴 수는 있어도 지속성은 갖기 어렵다. 모든 건 축구라는 토대 위에서 이뤄진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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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T: 최근 K리그는 전반적으로 굉장히 위축된 분위기다. 2001년 데뷔 당시와 비교하면 어떤가.
“확실히 양적으로나 외연으로는 많이 팽창한 것 같다. 그만큼 질적인 수준이 높아졌느냐 하면, 그건 잘 모르겠다. 예를 들어 팬들의 눈높이만 해도 많이 달라졌다. 2001년에는 순수하게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이 더 많았던 거 같다. 지금은 팬들도 나름의 전문성을 갖고 있다. 언론이나 전문가들의 평론도 있고, TV중계를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팀들의 경기도 실시간으로 본다. 축구를 보는 팬들의 시선 자체가 높아졌다. 그에 맞게 우리도 변했어야 했다. 경기력, 구단 운영, 정책 등에 좀 더 세련되고 체계적인 발전이 이뤄졌어야 했다. 그 부분에서 총합적으로 팬들을 만족시킬 만큼 깊어지진 않았던 거 같다. 팬들 없이는 산업성을 가질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더 위축되지 않았나 싶다. 일단 내년에는 실력과 스타성을 가진 후배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최소한의 관심이라도 끌어올 수 있지 않을까.”

FFT: 이제 한국에서의 선수 생활에 작별을 고한다고 봐도 되나?
“그렇게들 생각하실 거 같다. 그런데 끝인 것처럼 말하고 싶진 않다. 또 모르지, 진짜 마무리는 한국에서 해야한다는 생각에 나중에 들어올지도.(웃음) 그곳에서도 충분히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거다. 어떤 형태든 다시 국내 팬들께 좋은 모습으로 인사 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진=FAphotos
writer

by 배진경

녹색 온도, 녹색 아닌 풍경 @joy2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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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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