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모스크바] 러시아-아르헨, ‘꿈의 구장’ 입구에서 만나다

기사작성 : 2017-11-12 09:27

- 미리 가본 2018 러시아 월드컵
- 개막전과 결승전이 벌어질 꿈의 구장, 속살을 엿보다
- 러시아 0-1 아르헨티나, 아구에로 결승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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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배진경(모스크바/러시아)]

대한민국에서 러시아를 이야기할 때면 십중팔구 이런 이미지를 소비한다. 거대한 밍크코트를 두르고 귀까지 모피 모자를 덮어쓴 사람들, 보드카로 대변되는 알코올의 나라, 혹은 다산의 상징인 마트료시카 인형들. 냉전시대 초-중 교육을 받은 이들이라면 좀 더 무서운 이미지를 떠올린다. 사회주의 혁명이니 공산당의 거점이니 하는 말은 ‘악’에 가까운 뜻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 이해하든 러시아는 차갑고 딱딱하고 폐쇄적인 이미지의 연장선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조각만으로 전부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실패한다. 실체를 마주하면 편견과 무지를 깨닫는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혁명 이전 러시아제국의 궁과 교회 등 곳곳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유산이 감탄을 자아낸다. 공연이나 예술을 평범한 일상으로 즐기며, 생각보다 잘 웃고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물론 ‘역시는 역시’인 사실도 있다. 러시아는 겨울이 길다. 한국에선 늦가을 정도인 11월은 러시아에서 벌써 겨울이 깊어지는 계절이다. 지난 8일 모스크바에 온 이후 매일 조금씩 더 추워지는 날씨를 실감했을 때, 너무나 자연스럽게 ‘동토의 땅’이라는 수식어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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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한국시간)은 또 한번 반전을 경험한 날이다. 차가운 나라가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현장을 목격했다.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A매치 친선전, 러시아와 아르헨티나가 맞붙었다. 두 팀의 대결은 여러 모로 관심을 끌었다. 2018 월드컵 개최국인 러시아에는 본선 예행연습을 시작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세계 최고’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천신만고 끝에 본선에 합류한 뒤 자신감을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 하루 전 아디다스가 공개한 월드컵 공인구 ‘텔스타18’이 정식으로 투입되는 첫 경기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꿈의 충돌’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었다. 루즈니키 스타디움은 2018년 월드컵을 열고 닫는 경기장이다. 내년 6월 14일 개최국 러시아의 첫 경기이자 대회 개막전이 이곳에서 열린다. 2002년의 한국이 그랬듯 개최국 신화를 꿈꾸는 러시아에게는 그 시작이 중요하다. 한달 뒤인 7월15일에는 다시 이곳에서 월드컵의 최종 승자가 탄생한다. 아르헨티나는 그 자리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한다. 메시에게 없는 딱 한 가지가 바로 월드컵 우승 타이틀이다. 그의 축구 인생에 월드컵 대관식을 치르는 순간이 온다면, 그 현장은 루즈니키 스타디움이어야 한다. 이후의 시간은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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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3000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은 일찌감치 만석이었다. 러시아는 관중석 1층과 2층에 걸쳐 3단으로 색깔을 구분해(하양-파랑-빨강) 그들의 국기를 상징하는 카드섹션 퍼포먼스로 방문자를 맞았다. ‘러시아! 러시아!’를 외치는 홈관중의 함성이 수차례 루즈니키를 진동시켰다. 경기 전부터 내린 보슬비로 기온은 3도까지 떨어졌지만, 관중석을 빼곡히 채운 사람들이 서로의 방한벽(?)이 되어 체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결과는 아르헨티나가 챙겼다.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에도 러시아는 기세를 살리지 못했다.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거나 마무리하는 작업이 빈약했다. 한달 전 한국을 상대로 4-2로 승리하던 당시 화력은 종적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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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르헨티나의 경기력도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아구에로를 최전방에 두고 디 마리아-메시-살비오가 2선으로 서는 공격 라인은 세계 정상급이었지만 슈팅은 골대를 벗어나거나 러시아 골키퍼 아킨페예프에게 막혔다. 월드컵 남미 예선을 치르는 동안 최종전 직전까지 경기당 평균 한 골도 채 넣지 못했던 그들의 빈공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언제나처럼 메시가 고군분투했다. 그의 짐을 덜어준 이는 세르히오 아구에로였다. 후반 41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오른쪽 측면에서 날아온 패스를 슈팅으로 연결한 첫 시도는 막혔지만, 재차 이어진 슈팅이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80분 남짓 함성과 탄식으로 러시아 대표팀과 호흡하던 루즈니키는 일순 침묵에 빠졌다. 일부 관중들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그들의 모습에서 5분도 채 남지 않은 시간 동안 결과가 바뀌지 않을 거라는 짐작은 확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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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나고 빠져나오는 데에도 낯선 대기를 경험했다. 2층의 동선을 완전히 통제한 상태로 1층 관중들이 모두 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2층 관중들이 한 발짝이라도 뗄 수 있게 됐을 때는 경기가 끝나고도 30분이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8만 대관중이 모인 만큼 귀가길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였을 것이다. 그러나 정체 행렬 속에 체증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문득 이곳에서의 신화를 꿈꾸는 러시아와 아르헨티나의 속내가 궁금해졌다. 오늘의 루즈니키는 그들에게 ‘꿈의 구장’으로 향하는 입구였을지 모른다. 7개월 뒤 같은 곳에서 진짜로 웃을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남은 시간을 활용하는 건 각자의 몫이다. 다만 확실한 건 동토의 땅이 축구 열기로 꿈틀대고 있다는 사실이다. 7개월 뒤 우리는 가장 ‘뜨거운 러시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미리 가본 루즈니키의 체감 온도가 가리키는 진실이었다.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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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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