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interview] ‘정치인’ 호마리우, 적폐청산을 외치다

기사작성 : 2017-10-26 11:39

-브라질의 축구스타 호마리우의 새 직업은?
-무려 정치인!!
-그가 적폐청산을 위해 킥을 날린다는데!

본문


[포포투=Thiago Robelo]

1994년 월드컵 챔피언, FIFA ‘올해의 선수’에 빛나는 호마리우 지 소우자 파리아. 우리가 알던 그 호마리우와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지금 리우데자네이루의 열정에 넘치는 상원의원이시다.

‘정치인’ 호마리우는 부패에 킥을 날린다. 그는 2015년 브라질 상원에 의해 브라질축구협회(CBF) 부패 조사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 선임 당시 호마리우는 “축구협회, 클럽들, 운영진, 회장단 등의 비리도 파헤칠 것”이라고 선전포고했다. 그는 “축구를 하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은 엿 먹을 짓을 한 빌어먹을 놈들에게 엿 먹으라는 말을 많이 하지 못한 것이다”라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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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T: 정치계에 입문한 계기가 궁금하다.
“딸이 다운증후군 환자다. 당시 우리 부부는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부모를 자주 만났다. 한번은 그 부모 중 한 분이 내게 정치인이 돼서 서민의 권리 신장을 위해 싸우면 어떻겠냐고 농담조로 말했던 것이 시작이었다. 2008년 지금의 정당인 브라질사회당(PSB)의 러브콜을 받고 이곳에 발을 디뎠다.”

FFT: 본인이 다른 정치인과는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나?
“내 주된 업무는 장애인들을 보호하는 일이다. 복지, 스포츠, 교육 등의 증진을 위해 노력해왔다. 나는 꽤 괜찮은 정치인이고, 지금껏 해온 일에 만족한다. 많은 이가 나의 실패를 예상했다. 그들 생각이 지금은 바뀌었을 거라 믿는다.”

FFT: 도널드 트럼프를 보면 비정치인 출신이 지지를 얻기가 더 쉬운 것도 같다. 왜 그럴까?
“브라질 정치계에는 알다시피 부패 및 범죄가 만연하다. 내년에 대통령, 주지사,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열리는데, 이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의 분노가 사그라들길 희망한다. 더 이상의 집회는 없어야 한다. 시위에 반대한다는 얘긴 아니다. 그들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 다만 이번만큼은 다른 방식으로 부패한 정치인들을 몰아내야 하고, 제일 나은 방법이 바로 내년에 열리는 선거다.”

FFT: 축구선수로서 명성이 도리어 정치 경력을 방해하지는 않나?
“유명세가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은 축구 그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그들은 축구선수들이 오직 돈과 여자 때문에 축구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수 중에는 자가발전과 학습에 매진하는 이들, 더 나은 시민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많다. 나는 정치계에 잘 적응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국회 참석률이 거의 100%다.”

FFT: 상원의원을 넘어 리우데자네이루 주지사가 될 생각은?
“상원의원 임기가 2024년까지다. 지난해 솔직히 리우 주지사 출마를 고민했었다. 하지만 우리 당에서 다른 후보를 내세우면서 출마 의사를 접어야 했다. 내년 주지사 선거를 앞두고 많은 이가 내게 의중을 묻고 있다. 현재 리우는 끔찍한 상황에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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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T: 축구와 정치의 다른 점은?
“닮은 구석이 많다. 피치 위에서 나는 징가(ginga; 삼바 특유 움직임)로 수비진을 무너뜨리곤 했다. 정치 바닥 위에서 내가 해야 하는 일도 이와 비슷하다. 브라질을 부패국가로 만들려는 나쁜 정치인들을 무찔러야 한다.”

FFT: 당신 같은 파티광이 정치인이 된 사실에 놀라는 사람이 꽤 있는 것 같다.
“선수 시절 파티를 즐겼다. 물론 지금도 파티를 사랑하지만,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믿어달라, 나도 내가 지금 하는 행동에 놀랄 때가 있으니! 나는 빈민가에서 태어나 학업도 끝마치지 못했다. 41세까지 축구선수로 활동했고, 은퇴 4년 뒤 정치 인맥 하나도 없이 정치 바닥에 발을 올렸다. 내가 걸어온 길이지만, 믿기지 않는다.”

FFT: 선수 시절 할 말은 하는 선수로 유명했다. 브라질축구협회와 국제축구연맹에 관해 할 말이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좋아하는 분야지! FIFA는 부패 집단이다. 새 수장(지아니 인판티노)이 조직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니 나아질 거로 바라고 있다. 브라질축구협회(CBF)? 그들은 여자와 유소년 축구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관심사는 오직 돈, 돈 그리고 돈이다. 브라질 축구는 현재 암흑기인데 협회야말로 이런 상황을 만든 암 덩어리다. 나는 우리가 보유한 협회 관련 증거 자료들을 이곳 경찰청, FBI, 스위스 경찰, FIFA, 남미축구연맹(CONMEBOL) 등, 생각나는 모든 곳에 전달했다. 브라질 축구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수치스럽기 짝이 없다.”

FFT: FIFA 회장이 되고픈 야망은?
“부친과 내가 응원하던 아메리카 FC의 회장이 첫 번째 꿈이다. 그 이후로는 브라질축구협회장이 되고 싶다. 정치인이란 점은 두 조직의 회장이 되는 데 걸림돌이 될 것 같지 않다. 아메리카 FC와 협회를 운영하려면 일단 내 시간부터 둘로 쪼개야 할 것 같다.”

FFT: 당신이 선수로 활약하던 시절에 선수들은 정치 및 사회 이슈에 관해 말하길 꺼리지 않았다. 요즈음 선수들에게선 이런 모습을 찾기 어렵다.
“축구계가 변한 거다. 현대축구는 막대한 돈이 오고 가는 일종의 비즈니스다. 과거에는 소크라티스, 칸토나 같은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땐 열정이 축구를 대표했다. 사랑과 돈을 위해 뛰었다. 나는 그 시절의 마지막 세대였다고 자부한다. 지금은 어떤가? 어린 선수들은 오직 돈을 벌 목적으로 축구선수가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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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T: 축구 경력을 통틀어 만나본 이들 중 가장 영리한 인물은 누구?
“요한 크루이프. 꽤 오랫동안 최고의 감독이기도 했다. 우린 좋은 친구였다. 그는 나나 다른 누구 할 것 없이 진솔하게 대해주었다. 많은 선수는 그의 독특한 캐릭터 때문에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지만, 나는 그런 모습도 좋아했다.”

FFT: 그렇다면 최고의 선수는?
“디에고 마라도나. 경기장 위에서 수차례 맞붙을 때마다 최고라고 느꼈다. 믿기 어려운 능력을 지닌 위대한 선수였다.”

FFT: 바르셀로나 시절, 시즌 중반 요한 크루이프 감독과 협의로 리우 카니발에 참가하러 브라질로 날아갔다는 게 사실인가?
“사실이다. 당시 바르셀로나 선수 중 나를 제외하면 모두 유럽 출신이었다. 같은 기간 휴가를 받아도 나는 이동에만 하루 반나절을 소비해야 했다. 불공평하다고 느꼈다. 얘기를 전해 들은 크루이프 감독이 내게 조건을 걸었다. 다음 경기에서 2골을 넣으면 추가로 이틀 휴가를 주겠다고. 나는 그 경기에서 60분 만에 두 골을 넣었고, 이후 한 골을 추가해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경기가 끝나고 곧장 공항으로 달려가 리우행 비행기를 탔다. (웃음)”

FFT: 리우데자네이루에 관해 얘기해보자. 월드컵과 올림픽이 이 도시의 유산이라고 보는가?
“월드컵이 남긴 유산 같은 건 없다. 올림픽도 마찬가지다. 나는 월드컵 개최가 돈 낭비라고 주장한 거의 유일한 사람이다. 결국 내가 옳았다. 정부는 거대 경기장의 건립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지만, 지금 그 경기장에선 거의 경기가 열리지 않는다. 브라질은 보건, 교육, 치안 등 다양한 문제가 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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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T: 옛 동료 호나우두가 브라질축구협회장직에 관심을 보인다. 어떻게 생각하며, 그를 지지할 생각이 있나?
“전혀. 호나우두는 2014 월드컵 당시 월드컵 조직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그래서 절대 지지할 수 없다. 그가 부패해졌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조직위에 합류하기로 했을 때, 나는 조직위가 문제 많은 집단이며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기 때문에 재고하라고 권유했다. 그런데 내 말을 무시했다. 호나우두는 조직위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었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문제점을 못 본 채 한 것이다.”

FFT: 축구 경력을 통틀어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우승했을 때.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나는 결승전에서 매우 차분했다. 물론, 승부차기 때는 긴장했다. 대표팀 소속으로 한 번도 차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페널티킥을 연습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브라질은 24년 만에 영광을 차지했다.”

F: 먼 훗날 사람들이 호마리우를 위대한 정치인, 위대한 축구선수 중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길 바라나.
R: 음. 일단, 일찍 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나중에 하겠다! “(웃음) 머지않은 미래에 사람들이 호마리우를 그저 호마리우로 기억했으면 한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용감하게 말할 줄 알던 사내, 좋은 친구이자 좋은 아빠였던 남자로 기억되길 바란다. 나는 페널티에어리어 안에서만큼은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선수였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으로서도 그와 비슷한 경지에 오르도록 노력할 것이다.”

사진=포포투,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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