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sian.road] 한국축구의 ‘최악’은 날마다 경신된다

기사작성 : 2017-10-11 03:21

- 유럽 원정 2연전: 러시아 4-2 한국, 모로코 3-1 한국
- 뛰지 않는 선수, 갈팡질팡 감독, 느린 협회
- 내일이 오는 두려움마저 생긴다

본문


[포포투=홍재민]

시간이 약이란 말이 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정반대다. 시간이 독이다. 하루 자고 나면 더 나빠져 있다. 어제가 제일 나쁜 줄 알았는데, 오늘이 더 나쁘다. 내일 더 나빠질 것 같다는 느낌이 최악 중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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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체조?

10일 스위스 빌/비엔에서 열린 모로코와 평가전에서도 한국은 1-3으로 패했다. 경기 시작 7분 만에 한 골, 11분에 한 골, 심기일전해서 나선다는 후반 1분 또 한 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수비는 자동문처럼 다가서기만 해도 활짝 열렸고, 선수들의 집중도는 거의 음주운전자 수준이었다. “안이한 선수는 가차없이 뺀다”라던 신태용 감독의 외침에 메아리는 없었다. 올 초 기성용의 발언이 생각난다. “지금 이 상태로는 감독이 누가 와도 안 된다.”

러시아와 모로코의 2연전은 신태용호에 매우 중요했다.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해외파만으로 팀을 꾸려야 한다는 핸디캡도 있었지만, 경기 결과는 평범한 평가전의 두 배, 세 배 이상 무거웠다. 아쉽게도 선수들의 플레이에서 그런 현실 자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눈앞으로 지나가는 상대에게 달려들지도 않고, 상대의 크로스와 슛 각도를 없애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신태용호에 이번 유럽 원정은 뼛속까지 연습경기였나 보다.

★ 예비군?

최근 대표팀의 경기력을 두고 축구 전문가들의 지적은 하나로 모인다. “간절하게 뛰는 자세를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전에서도, 모로코전에서도 그 부분은 고쳐지지 않았다. 모로코전 3실점 상황은 기막히게 닮았다. 압박을 받지 않은 상대가 유유히 들어와 연습하듯이 슛을 때려 골을 넣었다. 한국의 수비는 정확히 ‘연습’ 같았다. 그것도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다치면 안 되는 연습.

예전을 생각해보자. 한국은 평가전에서도 이겨야 한다는 강박감이 심했다. 상대팀이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다가 한국의 거친 태클에 넘어져 화를 내는 장면이 많았다. 이번 유럽 원정에 참가한 멤버들은 달랐다. 이번 소집에서 다치지 않고 온전한 몸으로 소속팀에 복귀하는 것을 최우선과제로 삼는 선수들처럼 보였다. 상대에게 공간을 내줄지언정 격한 플레이를 자제하는 그들을 보면서 익숙한 광경이 떠올랐다. 예비군 훈련.

★ 마조히즘?

2017년 들어 대표팀 관련 기사에서 ‘최악’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3월 중국 원정에서 0-1로 패한 뒤에, 홈에서 시리아에 겨우 1-0으로 이긴 뒤에 그랬다. 울리 슈틸리케를 재신임한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은 카타르 원정패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하룻밤 자고 나니 최악이 또 일어났다. 슈틸리케가 쫓겨나면서 이란, 우즈베키스탄 2연전을 앞두고 대표팀에 사령탑이 없어졌다.

감독 후보로 김호곤, 허정무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언론과 팬들은 “최악”이라고 외쳤다. 신태용 감독 부임으로 겨우 수습되나 싶더니 이란과 우즈벡전에서 졸전을 연출해 최악의 정도를 경신했다. 다음날 거스 히딩크와 헹가래 이슈가 터지면서 최악은 더 나빠졌다. 협회의 무대응이 최악에 최악을 더했고, 이번 유럽 원정에서 2경기 7실점 하면서 새로운 최악을 낳았다. 어디까지 나빠질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 같은 마조히스트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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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맞이?

신태용호는 지금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다. 누구나 인정한다. 협회도 히딩크 논란에 대해 “월드컵 본선까지 신태용 체제로 간다”라고 못 박았다. 그런데 솔직히 러시아는커녕 올해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가 이제는 걱정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대표팀은 두 번 더 모인다. 11월 평가전(6~14일)과 12월 동아시안컵(9~16일)이다.

담금질 기회가 되어야 할 경기들이 이제 한 경기, 한 경기 신태용 감독의 목을 죄는 올가미로 변질되었다. 유럽 원정 2연속 참패가 일으킨 후폭풍이 그 증거다. 가뜩이나 부정적이었던 여론은 러시아, 모로코전을 거치며 걷잡을 수 없이 거세졌다. 시간이 독처럼 작용하는 신태용호가 11월과 12월 소집에서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다음 어떤 상황이 올지 아무도 모른다. 신태용호가 무사히 2018년을 맞이할 수 있을까? 그러길 간절히 바라지만, 지금 같은 흐름이라면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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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_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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