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x] 부진한 스타를 감독은 어떻게 해야 할까

기사작성 : 2017-10-09 17:45

- 프리미어리그와 국가대표를 경험한 '플레이어X'
- 팀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생생하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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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플레이어X]

(편집자 주: ‘플레이어X’는 15년간 잉글랜드 프로축구 1~4부를 모두 거쳤으며 국가대표 경력도 지녔다. 선수단과 라커룸 안에서 벌어지는 ‘진짜 축구 이야기’를 <포포투>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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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그에 있을 때였다. 당시 팀의 최고 에이스가 주장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부진에 빠져 허우적댔다. 그의 부진은 팀 상태를 그대로 말해줬다. 팀도 하위권 신세를 면치 못했다.

감독은 베스트XI을 찾으려고 애썼다. 그러는 동안, 주전 대부분이 한두 번씩 벤치로 밀렸다. 감독의 의중은 여러 가지로 추측할 수 있었다. 기회에 목마른 후보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혹은 성적 저하에 따른 언론과 여론의 비난으로부터 주전들을 보호할 수도 있다. 선수단 전체에 ‘누구도 붙박이 주전은 없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주장이었다. 그는 자타공인 우리 팀의 에이스이자 기둥이었다. 그런 선수가 석 달에 걸쳐 부진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장의 절대적 입지를 놓고 투덜거리는 동료가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축구선수들은 대개 무책임한 성격이어서 아무도 주장이나 감독 앞에서 내색하지 않았다. 경기에 지고 난 직후에 라커룸에서 벌어지는 언쟁의 여파가 매우 길다는 점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조심했다.

선수들은 출전명단 결정을 제각각 받아들인다. 하지만 팀 전체를 위한 결정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다르지 않다. 뛸 만한 선수가 선발로 나선다는 공감대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때 우리 주장은 그렇지 못했다.

감독은 보통 경기 하루 전에 선발 명단을 발표했다. 선발 11인은 훈련용 조끼를 입은 팀을 상대로 조직력을 가다듬게 된다. 훈련용 조끼를 받는 선수는 벤치로 밀렸다는 뜻이어서 다들 조끼를 싫어했다.

하루는 놀랍게도 주장에게 조끼가 주어졌다. 주장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었고, 감독도 마음이 불편해 보였다. 훈련을 시작한 지 15분 만에 감독은 주장에게 조끼를 벗고 선발진 팀에 합류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주장이 벤치로 밀리는 일은 없었다.

감독은 ‘주장도 벤치로 밀릴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모두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받아들인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뛸 자격이 없는데도 에이스를 벤치로 내릴 만한 용기가 그 감독에게 없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훈련을 끝내고 아무도 그 일을 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겠다는 감독의 의중은 정반대로 작용했다. 다음날 경기에서도 우리는 패했다.

내가 경험한 감독들 대부분은 그렇게 행동했다. 누구든 벤치로 밀릴 수 있지만, 에이스에게 무한한 믿음을 심어줄 필요도 있다. 조제 모리뉴와 이케르 카시야스의 건을 생각해보라. 레알 마드리드와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아이콘으로 추앙받던 선수를 모리뉴는 벤치로 내렸다. 절대로 쉽지 않은 결정이다.

알렉스 퍼거슨도 대단한 용기의 소유자다. 팀 내 최고 선수였던 웨인 루니가 이적을 요청하자 바로 선발명단에서 빼버렸다. 스타플레이어는 자존심이 강하다. 뜻을 같이할 때는 큰 도움이 되지만, 스타들은 감독과 불화를 수용할 만한 마음의 여유를 지니고 있지 않다. 최고의 주장은 감독의 대리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등 뒤에서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감독들은 스타가 스스로 슬럼프에서 빠져나오길 바란다. 스타를 벤치로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지금 당장 부진해도 실력이 있다고 믿는다. 최고 스타의 지지를 잃기 싫다는 마음도 있다. 감독보다 인기가 좋은 스타라면 더 그렇다. 스타라고 해도 자신감이 떨어지면 부진을 겪는다. 맨유의 에이스였던 라이언 긱스도 한동안 홈 팬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축구 감독은 정말 어려운 자리다. 스타나 주장이 그런 일을 겪을 때면 감독은 잘하나 못하나 욕을 먹는다. 맨체스터 시티와 조 하트를 생각해보라. 경기력 저하가 뚜렷해도 맨시티는 하트의 편에 섰다. 아쉽게도 하트는 계속 실수를 저질렀고, 성적이 떨어진 끝에 감독은 경질되고 말았다.

마누엘 페예그리니에게 하트가 감사함을 느낄까? 그런 일은 없다. 감독이 스타를 벤치로 내리기로 결정하면 둘의 관계가 좋아질 리가 없다. 이럴 때일수록 코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스타에게 가서 감독의 결정을 이해시키고 다시 주전 자리를 경쟁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해야 한다.

앞서 소개한 우리 팀은 어떻게 되었냐고? 감독은 주장을 계속 출전시켰고, 성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감독은 떠났고, 주장은 계속 그 팀에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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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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