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상암] 선제골! 내려와! 버텨! 먹었다! 죄송하다!

기사작성 : 2017-09-25 02:03

-K리그클래식 31라운드 FC서울 1-1 포항스틸러스
-선제골을 소극적으로 지키다가 승점 2점을 날렸다

본문


[포포투=홍재민(서울월드컵경기장)]

“홈 팬들께 좋은 모습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2017시즌 들어 FC서울의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자주 들었던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24일 포항전에서도 황선홍 감독은 그렇게 말했다. 그런 말을 제일 하기 싫은 사람은 본인일 것이다. 2017년은 그에게 참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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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의 출전명단을 볼 때마다 ‘볼 잘 차는 선수’가 참 많다고 느낀다.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포항의 최순호 감독도 “벤치가 더 좋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취재진이 “혹시 탐나는 선수가 있느냐”라고 물었다. 최순호 감독은 명단지 아래를 가리키며 “어휴, 이 아래에도 정말 많아”라고 또 허허 웃었다. 벤치에 데얀, 윤일록, 이명주, 하대성, 김치우가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경기 전, 황선홍 감독은 “선제골이 빨리 들어가면 난타전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킥오프되자마자 양 팀은 ‘재미’에 관한 희망을 줬다. 1분만에 윤승원이 유효 슈팅을 때렸다. 3분 뒤에는 심동운의 호쾌한 슛을 양한빈이 잘 막았다. 전반 10분, 고요한이 아크 정면에서 때린 슛이 높이 떴다. 그래도 청량했다. 경기 초반부터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슛을 때리는 시도는 시즌 막바지 K리그에서 드물기 때문이다.

전반 14분 오스마르가 첫 골을 넣었다. 마치 ‘이 경기는 지키기에 급급한 따분한 경기와 다를 것’이라고 선언하는 것만 같았다. 지난 주중 경기에서 4골이나 넣었던 서울 멤버들에게는 자신감이 있었다. 가뜩이나 올 시즌 홈 성적이 불만족스러우니 이런 기회에서 골을 더 넣고 싶어 할 것 같았다. 한 골 뒤진 포항이야 득점에 대한 간절함이 당연히 클 것이고. 앞으로 남은 76분이 기대되었다.

서울의 기어가 갑자기 툭 떨어졌다. 고속에서 기어를 내리면 RPM이 치솟고 속도가 떨어지면서 소음이 발생한다. 선제골 직후 서울이 꼭 그랬다. 템포가 떨어지며 볼 소유를 포항에 내줬고, 1-0 상황에 신이 난 홈 팬들의 응원 소리만 커졌다. 5분 뒤, 페널티박스 안에서 이상호가 넘어진 장면에서는 주심이 호응하지 않았다. 그라운드에서 서울이 후진한 만큼 포항은 전진했다. 최순호 감독은 “실점이 오히려 주도권을 잡는 큰 역할을 했다”라고 말했다.

후반 들어 황선홍 감독은 이상호를 빼고 이명주를 넣었다. 볼 컨트롤과 시야, 패스가 좋은 미드필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서울은 최종수비와 미드필드가 고정된 자리에서 리드를 지켰다. 절실함과 체력에서 앞선 포항은 계속 전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포항의 공격은 세밀하지 못했다. 후반전 내내 볼이 서울 진영에서만 정처 없이 떠돌아다녔다. 전반 14분 선제골 희망과 너무 다른 따분함이 밀려왔다.

정규시간 종료 10분 전, 서울의 안녕이 깨졌다. 완델손이 신광훈과 고요한을 한꺼번에 벗겨내고 귀중한 동점골을 터트렸다. 서울이 갑자기 급해졌다. 부랴부랴 데얀이 들어갔다. 템포와 속도, 체력이 바닥난 동료들은 데얀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서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핸드볼 반칙 어필뿐이었다. 스스로 물러난 서울은 승점 2점을 버렸다. 홈 팬들의 일요일 오후는 또 김이 샜고.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었는데, 일요일 오후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보낸 일반 팬들까지 만족시킬 수 있었는데, 서울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독심술이라도 부리는지 심동운은 “서울 선수들이 지키고자 하는 성향이 강했다. 서울이 골을 더 넣으려고 했다면 양 팀 모두 골이 많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고 필자의 생각을 콕 짚었다.

서울은 억울할지 모른다. 애매한 판정에 승점 2점을 도둑맞았다고 말이다. 언제나 패자는 판정이 불만인 법이니까. 그들에게서 승점 2점을 훔쳐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기 부주의로 잃어버렸을 뿐이다. 뒤로 물러나면서 주머니에 있던 승점 3점 중 2점이 길 위로 툭 떨어진 거다. 다시 주우러 가자니 너무 멀리 와버렸고. 홈 팬들에게 죄송할 뿐이고. 또.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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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_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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