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상암] 그들에게 한여름 K리그는 OOO이다

기사작성 : 2017-08-03 02:35

-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4라운드: FC서울 3-1 강원FC
- 우리에게 K리그란 무엇인가

본문


[포포투=홍재민(서울월드컵경기장)]

지난 주말부터 K리그는 욕먹기 바빴다.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손가락질뿐이고 그 끝은 하나같이 뾰족하다. 현장에서 단 한번 본 적 없는 매체까지 가세해 씹어댄다. 노이즈마케팅이라고 자위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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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포터즈의 K리그

2일 저녁 7시 반이다. 킥오프 휘슬이 울렸다. 스마트폰의 날씨 앱을 열었다. 섭씨 32도. 덥다. 몸에 걸친 섬유와 닿는 살갗 곳곳마다 기분 나쁘다. 반대편 관중석에서 플라스틱 부채가 파닥거리며 반짝거린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보호막이라도 쳐진 것처럼 바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숨이 턱 막히고, 짜증이 툭 나온다. 어제와 내일이 평일인 수요일 저녁에, 열대야를 뚫고 축구 경기를 보러오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북측 스탠드에 모인 서포터즈가 제자리에서 펄떡펄떡 뛰며 소리친다. 처음부터 끝까지 90분 내내 그렇게 한다. 한 달 내내, 한 시즌 내내 그런다. 동원된 관중이 아니다. 제 발로 경기장을 찾고, 골대 뒤쪽에 모여서 노래하고 구호를 외친다. 이기면 잘했다고, 지면 수고했다고 박수를 친다. 재미가 있으나 없으나 변함이 없다. 관중석에 앉은 팬들도 표현만 다를 뿐 마음은 매한가지다. 팬들에게 K리그는 승패와 상관없는 90분이다.

# 풋볼러의 K리그

FC서울은 마음이 별로 편하지 못하다. 우승을 다투고 싶은데 상위 스플릿의 밑자락에 걸터앉았다. 되는가 싶다가 자꾸 제동이 걸린다. 원정팀 강원FC도 마찬가지다. 들어간 돈, 모인 이름값, 경기에 보이는 내용을 결과가 따라주지 못한다. 그 와중에 지구가 돌아 여름이 찾아와 두 팀 선수들의 발목을 잡고 늘어진다. 발밑에서는 열기가 올라오고, 들이마시는 공기는 뜨겁고, 눈앞에서는 상대가 죽일 듯이 달려든다.

서울의 임민혁은 근 6개월 만에 선발 출전했다. 또래에서 가장 빛났던 임민혁이라도 프로에서는 앞에 버티고 있는 내로라하는 선배들이 너무 많다. 뛰고 싶어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좀처럼 벌어지지 않는다. 주세종이 징계를 받고, 이명주와 하대성이 다치고서야 제일 어리고 제일 작은 임민혁에게 뛸 기회가 주어졌다. 거친 중원에서 임민혁은 깔끔한 패스를 이어가며 거친 중원에서 열심히 옹알거렸다. 경기 종료 후, 공동취재구역에 나온 임민혁의 이마에는 여전히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샤워에도 땀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제일 나이가 많은 데얀은 경기 처음부터 끝까지 뛰었다. 아찔한 무더위와 팽팽한 균형 속에서 데얀은 선제골을 터트렸다. 레전드의 150호 골을 향한 찬가가 어느 때보다 크게 외쳐졌다. 체력이 한계에 다다른 후반 45분, 슬쩍 내준 패스가 팀의 세 번째 골로 연결되는 과정을 지켜본 서른일곱 살 공격수는 그자리에 쪼그려앉았다. 동료들에게 달려갈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의 머리 위에 말풍선을 그리고 ‘하얗게 불태웠다’라고 쓰면 딱이다. 팀버스에 타기 전, 데얀은 “나이는 그냥 숫자다”라고 말했다. K리그는 임민혁에게 인내하는 곳, 데얀에게는 나이를 잊는 곳이었다.

# 축구 기자의 K리그

오늘도 ‘더럽게 재미없고 무능력하고 엉망진창’이라는 K리그를 취재하러 꾸역꾸역 경기장까지 갔다. 오늘 길에 누군가 공유한 ‘K리그가 야구에 비해 인기를 끌지 못하는 10가지 이유’라는 기사를 읽었다. 취재 현장에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매체가 흥행 실패 이유를 10가지나 나열할 정도로 K리그를 지켜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베트남 올스타전 숙취의 끝을 알리는 토사물이라고 해야 하나? 다음에 현장에서 만나면 글쓴이와 통성명이라도 해야겠다.

열대야 속에서 관중석에 앉아 땀을 뻘뻘 흘리는 11,361명의 뇌구조를 궁금해하며 경기 전후로 감독과 선수들의 말을 받아적고, 하프타임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질문을 던지고, 득점 장면을 기록하고,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다. 0-0 무승부에도 굴하지 않으니 3-1 스코어는 대환영이다. 이번 주말에도 K리그는 또 돌아가고, 친근한 동지들이 기자석에 앉아있을 거다. 축구 기자에게 K리그는 현장이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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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_편집장

축구는 재미있어야 합니다. 하든 보든 쓰든 읽든 뭐든 @jaemin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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