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u23] 정정용, “원팀? 개인의 발전이 더 중요하다”

기사작성 : 2017-07-21 14:59

- AFC U-23 챔피언십 참가한 U-22 대표팀
- 감독 정정용을 만났다
- 이번 대회의 목표는 '개인의 발전'이다

본문


[포포투=정재은(호치민)]

U-22 대표팀의 색깔은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렵다. 태극마크를 처음 단 선수, U-20 대표팀 출신, 하계 유니버시아드에 갈 대학 선수 등이 섞여 23명 엔트리가 구성됐다. 나이도 18세부터 22세까지 천차만별이다. 이들이 뭉쳐 베트남으로 향했다. AFC U-23 챔피언십 예선에서 1위를 하기 위해.

그리고, 이들을 이끄는 지도자 정정용이 있다. 본업은 U-18 대표팀 감독이자 AFC C급 지도자 강사다. U-13 부터 U-21 까지 각급 연령별 대표팀을 지도했다. 석/박사 과정을 통해 지도 이론과 실제를 겸비했으며 '쿨'한 성격으로 선수들과 소통을 잘한다는 평가로 대한축구협회가 운영하는 연령대별 대표팀의 '믿을맨'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급히’ 임시 감독으로 호출된 그는 선수들의 얼굴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지금 이 순간을 “도전”이라고 말한다. <포포투>가 베트남 호치민에서 정정용 감독을 만났다.

Responsive image

FFT: 1차전(마카오)부터 여쭤보겠습니다. 어떤 대회이든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마카오 10-0 대승은 어떤 의미로 볼 수 있을까요?
저는 AFC 대회를 연령별로 많이 다녀봤어요. 마카오는 텐백으로 내려설 거라고 예상했어요. 제가 아는 방법 몇 가지를 선수들에게 알려줬어요. 준비하기엔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수들이 풀어가려 노력하더라고요. 고마웠죠. 우리가 소집 기간도 짧았고 발맞출 시간은 부족했으니 첫 경기는 준비는 하되, 연습 경기처럼 생각하자고 얘기했거든요. 사실 우리가 좀 바꿔야 할 것이 있어요. 제가 한국 축구 패턴을 쭉 지켜보면 모두 첫 경기에 올인하더라고요. 이번 U-20 월드컵도 마찬가지였잖아요. 첫 경기에 올인. 정작 중요한 16강에서는 졌고요. U-17 월드컵에서도 허무하게 토너먼트에서 떨어졌고. 그래서 제가 이런 점을 두고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당연히 첫 경기가 중요한 건 맞지만 이젠 우리도 그 이후의 것들을 피지컬적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고요. 거기에 맞게 패턴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FFT: 마카오전이 끝나고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고마운 건가요?
무언가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잖아요. 저와 호흡 맞췄던 20세 이하 선수들도 있고 새로운 대학생 선수들도 있는데 같이 어우러지려고 많이 노력하더라고요. 조금 어설프긴 했지만. 제가 경기 영상을 다시 돌려봤는데 만들어 나가려고 했던 부분들이 자주 나왔어요. 우리가 베트남전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패턴 플레이나, 빠른 전환, 솔로 플레이 등등. 조금 미흡해서 그렇지 하려고 했던 부분이 나와서 만족스러웠어요. 우리가 부족한 것도 발견했으니까요. 제가 볼 때는 10골보다 조금 더 넣을 수 있었어요. 결정력이 아쉬웠죠. 물론 10골은 쉬운 게 아니니까 만족합니다.(웃음)

FFT: 이번 U-22 대표팀은 선수 소집 과정부터 힘들었어요. 과정이 어땠나요?
선수 50명 명단을 기술위원회에서 만들어 놨어요. 그땐 저도 기술위에 있었고요.(웃음) 제가 감독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죠. 일단 50명 중 1순위가 U-20 월드컵 출전 선수들, 2순위가 8월 유니버시아드에 나갈 대학 선수들, 3순위가 프로에서 U-22 조건에 맞는 선수들이었어요. 그러다 제가 임시 감독이 됐고 30명으로 추려진 명단을 받았어요. 30명으로 파주에서 훈련을 시키고 23명으로 추려서 베트남에 오는 거로 되어있었는데, 운동 시간이 길어야 5일인데 30명 데리고 와서 23명 추리면 나머지 애들은 너무 허무잖아요. 그건 아닌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서 처음부터 23명으로 꾸려서 소집했어요. 프로 선수 상당수가 차출 허락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프로에서 보내준 지도자분들과 구단에게 정말 고맙게 생각해요. 사실 여기 애들 얼굴 반 정도는 몰랐어요.(웃음) 같이 생활하며 익혔고, 개인 능력도 알아갔죠. 그렇게 만들어진 팀이에요. 진짜 급조된 팀이죠. 변명이 아니고 현실이니까.

FFT: 말씀하신 대로 정말 ‘급조된’ 팀인데, 선수들도 선수들이지만 지도자가 가장 힘들 것 같아요.
감독이 제일 힘들어요. 일이 커진 것도 있고요. 사실 이 대회는 타이틀이 있는 대회는 아니지만 내년 본선에 가기 위해선 성적은 필요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3승 부담도 커졌고요.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Responsive image

FFT: 최종 엔트리 구성하는 과정부터 이곳에 와서 준비하는 과정까지 순탄한 길이 아니었어요. 이런 상황 속에서도 무언가 반드시 끌어내고자 하는 게 있을 텐데.
있죠. 선수들한테 이렇게 얘기했어요. “3승 하는 건 당연하다. 근데 3승 하고 돌아가면 너한테 남는 게 뭐가 있냐?”라고요. 결과만 추구하는 건 좀 아닌 것 같고, 이번 대회를 통해서 코칭 스태프가 계속 피드백해주고 가르치는 것들을 꼭 얻어가라고 했어요. 개인 기량에 있어서 한 가지라도 발전을 시키라고요. 피지컬이든, 개인 기술이든, 전술이든 한 가지는 꼭 가져가라. 베트남에 오기 전에 언론에서 프로에서 뛰는 좋은 선수들이 못 왔다고 이야기하는데, 그걸 두고 너희의 실력을 논할 수는 없다. 너희가 발전시킬 수 있는 한 가지를 꼭 찾아라. 그래야 너희들이 떳떳하게 다시 소집될 수 있지 않겠냐. 궁극적인 목적은 3승이지만 개인적인 것도 중요하다.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FFT: 조영욱 선수도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번 대회에선 ‘원팀’으로 뭉치는 것보다 개인의 발전이 더 중요하다고요.
계속해서 주입하고 있어요. 감독을 찾아오기 불편하면 다른 코칭 스태프를 찾아가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부족한 점, 보완해야 할 점을 찾으라고요. 그래서 네 것을 얻어가라고. (FFT: 무언가를 보여주기 보단 얻고 가는 데 초점을 맞추신 건가요?) 그렇죠. 그래야 발전을 하니까. 개인의 발전이 없으면 팀은 발전할 수 없어요. ‘원팀’은 너무 이상적인 목표이고, 실질적인 걸 원하고 있어요. 이번 컨셉은 ‘개인’이라고 선수들에게 얘기해주고 있죠. 나중에 본선에서 새로운 지도자를 만났는데, 그 분에게서 “오, 이 선수 좋네? 이 선수 괜찮네?” 이런 소리 듣고 싶지 않겠어요?

FFT: 과거에도 이렇게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대회를 치러본 적이 있죠?
네. 그래서 제가 이 대회가 너무 두려웠어요.(웃음)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2013년에 U-21 대표팀 한중 교류전이 있었는데, 거기에 다녀오라고 하더라고요. 급하게 명단만 받았어요. 누군지도 몰랐어요. 파주에서 소집했는데 눈이 많이 와서 운동을 하루도 못하고 중국에 가서 딱 이틀 운동하고 시합을 치렀어요. 그리고 첫 게임에 우리가 0-1로 졌어요. 그날 잠을 못 잤어요. 2패 하고 돌아가면 재앙이잖아요. 2차전에는 다행히 정석화가 골 넣어서 이겼거든요. 그때 정말 힘들었어요. 모르는 분들은 가볍게 생각하실지도 몰라요. 이번 대회에서도 ‘동티모르, 뭐. 그냥 이기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니까요. 여건도 안 좋아요. 베트남과 동티모르 경기는 비가 와서 난리도 아니었어요. 잔디에 물이 고여서 볼이 나가지도 않았죠. 환경이 그래요. 베트남도 쉽지 않아요. 그들은 우리가 2002년 월드컵 때 합숙하던 것처럼 지내는 중이에요. 선수 육성에 아주 힘쓰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승리를 해야하니까.

FFT: 맞아요. 특히 대표팀은 성적이 중요하게 여겨지죠.
무조건 결과예요. 결과만 봐요. 제가 지금 딜레마인 게, 결과만 신경 쓴다면 전술적으로 바꾸면 돼요. 텐백 쓰고 역습으로 올라가면 되죠. 근데 이 대회가 유투브로 중계가 되더라고요. 베트남에 텐백 써봐요. 난리 나지. 신 감독도 딜레마였을 거예요. 결과만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아르헨티나처럼 무조건 잠갔을 거예요. 하지만 이 연령대는 결과에 매몰되면 안 되니까. 잠도 못 자요. 결과가 좋게 나오면 뭐든 좋은 쪽으로 받아들여지는데, 결과가 안 좋으면 다 안 좋게 받아들여지잖아요. 그런 게 있으니까.


Responsive image

FFT: 훈련장에서 “대승하고 다음 경기에서 고꾸라지는 건 과정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과정이 좋아야 또 승리할 수 있다”고 선수들에게 말씀하셨어요. 이 연령대를 위한 조언인가요? 아니면 감독님의 기본적인 축구 철학에서 비롯된 말인가요?
모든 축구 선수들에게 필요한 자세예요. 제가 현역으로 뛸 때 1994년부터 3년 동안 시합만 나가면 우승했어요.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을 줄 안다고, 이기는 방법을 터득했던 거죠. 오늘 잘한 팀들이 다음 경기에서 말아먹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자기도 모르게 기분이 ‘업’됐던 거죠. 누군가는 제어해줘야 해요. 상대가 우리보다 약하더라도, 들뜬 기분을 절제할 줄 알아야 해요. 제 경험상 그래요. 이걸 알게 되면 스스로 조절할 수 있어요. 늘 상위권에 있는 팀의 특징이죠. 경기 운영 측면을 이론적으로 배우지 않았어도 답습을 했기 때문에 몸이 기억해요.

FFT: 경기 운영 능력을 갖추는 게 대표로서 기본 자세라는 말씀이시죠?
늘 우리는 소집 기간이 짧다고 말하지만 그 시간 안에서 분명 무언가 만들어야 하잖아요. 경기를 많이 못 뛰어서 문제다? 그 말도 맞아요. 근데 그렇게 못 뛰는 선수 대표팀에 불렀을 때 끌어낼 수 있는 모습이 뭘까 생각한다면, 경기 운영이에요. 그게 힘이에요. 쉽게 얘기해서 중동 축구 더러 ‘침대 축구’라고 하는데 그것도 경기 운영 능력이에요. 90분 지나고 볼 끌고 있는 것도 경기 운영 방법이고요. 그걸 누가 가르쳐 줘요? 선수 본인이 몸에 익어서 하는 행동이죠. 적어도 우리 U-22 대표팀은 그렇게 만들려고 해요. 1차전 대승 거두고, 2차전도 똑같이 대승을 거두면 이제 애들이 방법을 터득해요. ‘아, 어떻게 하면 되겠구나’라는 것을요.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아니까. 그 경험이 정말 중요하죠. 근데 이 친구들이 그런 경험이 없더라고요. 계속 얘기하면서 주입하는 중이에요.

FFT: 그러기 위해 선수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뭘까요?
자기를 발전시켜 어딜 가든 인정받겠다는 간절함이 있어야 해요. 지금 U-20 멤버들이 아시안 게임 간다는 보장이 없거든요. 어리니까. 그래서 말하죠. 너희들은 지금부터 도전을 시작한 거다. 경험을 통해 부족한 걸 많이 느꼈을 거다. 여기서부터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얘기했어요. 또 개개인에게 피드백을 계속 해줘요. 예를 들면 박성부한테 “너 내일 또 게임 뛸 건데 어때?”라고 물어보면 성부는 “세 경기 다 뛰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해요. 이런 대화 자체가 동기부여예요. 누군가에게 인정받는다는 기분이 드니까. (조)영욱이, (이)상민이, (김)진야, (윤)종규 등등 다 제가 어릴 적부터 봐왔던 애들이거든요. 옛날 얘기 꺼내면서 부모님 안부 묻고, 장난도 치고 하면 그 속에서 신뢰가 쌓여요.

FFT: 선수들이 부족한 점을 본인들이 느끼도록 놔두는 편인가요? 아니면 말해주는 편인가요?
얘기를 하죠. 붙잡고 얘기하기보다는 훈련 중에 한 마디씩 툭툭 던지죠. 그때 스스로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라 생각이 들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하고요. 제가 한 마디 던지면 그때부턴 본인들이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해요. 자기들 몫이에요. 그런데도 안 한다면 정말 게으른 선수죠. 어쩔 수 없어요.

FFT: 그렇다면 지도자 정정용의 인생에 있어 이번 대회는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고꾸라진 적이 많아요. U-17 월드컵에 와일드카드로 아슬아슬하게 진출한 적도 있고요. U-15 대표팀 이끌고 아시안게임 본선에 진출했지만 말레이시아전에서 져서 문책을 당해 지도자를 내려놓기도 했고. 이런 과정을 겪고 축구협회에서 나왔죠. 약 7년 동안 협회 지도자로 활동하다 나온 거죠. 마침 대구FC에서 1년 동안 수석코치로 있었는데, 그 시기가 제겐 안식년이었던 것 같아요. 시련도 겪어보고, 1년 동안 코치도 해보니 전술적으로 또 다른 것들을 배웠어요. 이번 대회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기보단 또 하나의 도전이에요. 감사한 시간이기도 하고요. 힘들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잖아요. 감사하죠. 저도 기술위원 해봤지만 우리나라에 지도자 많은데 막상 떠오르는 사람이 없어요. 입맛에 딱 맞는 사람이 없다니까. 어쨌든 이름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은 좋은 거잖아요. 그러니까 감사한 일이죠.

FFT: 마지막 질문입니다. 베트남에 와서 축구 외적으로 선수들에게 꼭 하라고 한 것이 있나요?
책을 한 권씩 들고 와서 읽으라고 했어요. 스마트폰 못 하게 하는 건 말이 안 되고, 대신 책 읽는 시간을 좀 늘리라고 했죠. 그냥 책도 아니고 축구 관련 서적이요. 그래서 각자 한 권씩 챙겨왔어요. 목록을 다 정리했어요. 대체로 전술 책을 많이 들고 왔더라고요. 축구는 내가 직접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식을 얻는 부분도 중요해요. 독후감까지 써내라고 하진 않았는데 베트남에 있는 동안 자기가 가져온 책을 꼭 다 읽었으면 좋겠어요.

Responsive image

사진=FAphotos, 포포투
writer

by 정재은

축구를 좋아합니다. 축구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은 더 좋습니다. @jaeun1230
트렌드
포포투 트렌드

[영상] 카메룬 대표팀은 왜 원피스 유니폼 입었나

포포투 트렌드

[영상] 송민규는 어떻게 30분만 뛰어도 눈에 띄냐..

Responsive image

2020년 8월호


[COVER] MORE THAN A HERO, MORE THAN A GAME
임영웅이 쓰는 영웅들의 이야기
[SPECIAL] 세계가 사랑하는 그 이름 브라질
히바우두, 베베투&호마리우, 호비뉴, 피르미누, 호베르투 카를로스, 마르타
[INTERVIEWS] 야프 스탐, 주니오, 팔로세비치, 이정협&이동준,
[READ] PHEONIX THE SNAGMU: 군팀 상무는 무엇으로 사는가+김태완 감독 인터뷰

[브로마이드(40x57cm)] 임영웅(2면), 리오넬 메시, 프란체스코 토티
주식회사 볕
07806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2로 35(이너매스마곡2), 821호
구독문의 : 02-302-1442    카톡 : fourfourtwokr
대표이사 김도영 사업자등록번호 : 758-88-00295 통신판매신고번호 : 제2019-서울강서-2752호
Copyright © BYUTT.COM All rights reserved.
포포투코리아 웹사이트 제작 디자인 l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