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민의 축구話] 위기의 대표팀, 급할수록 돌아가야

기사작성 : 2017-04-03 04:54

- 국가대표팀 감독 거취 놓고 장고 돌입
- 위기에 빠진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
-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돌아가야 한다

본문


[포포투=홍재민]

FIFA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는 자존심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한국에서 축구 산업이 연명할 수 있는 대명제. 지금 그게 통째로 뒤흔들리니 지금 대한축구협회 의사결정권이 고심에 빠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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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

지금 대표팀은 감독을 교체해야 할 시점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무능력해서라기보다 그럴 타이밍이 왔다는 뜻이다. 어느 축구팀이든 위기를 맞는다. 아스널처럼 장기적 관점에서 위기가 찾아오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한국처럼 지금 당장 ‘부스트’를 받아야 할 팀도 있다.

장기적 개선을 꾀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팀은 감독 교체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2015-16, 2016-17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디펜딩챔피언 감독 두 명이 연달아 해임되었다. 조제 모리뉴와 클라우디오 라니에리가 무능력했던 탓일까? 아니다. 극약 처방이 필요했을 뿐이다. 지금 대표팀이 그렇다.

무엇보다 라커룸 안에 머물러야 할 문제가 바깥으로 새어 나온다는 점이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중국전 패배 직후 구자철은 “할 말이 있는데 시리아전이 끝난 다음에 하겠다”라고 말했다가 마음을 바꿔 입을 다물었다. 시리아전 후, 주장 기성용은 “이대로라면 감독이 누가 와도 소용없다”라며 선수단 전체에 퍼진 정신력 저하를 직설했다. 대표팀 안에서 스스로 고칠 수 없는 문제이거나 문제가 너무 많아 밖으로 넘치는 것이다.

# 딜레마

감독 교체가 절실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큰 딜레마가 존재한다. 일정이다. 다음 경기(카타르 원정, 6월 13일)까지 두 달 넘게 남았다. 시간은 충분한데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다. 대표팀 선수를 일찌감치 불러모을 수가 없으니 지금 당장 세계 최고 명장이 와도 관찰과 분석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거꾸로 슈틸리케 감독과 지금 헤어져도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정 딜레마는 후임자 선임을 힘들게 한다. 협회 예산상 외국인 명장 영입이 불가능하니 선택지는 국내 지도자로 좁혀진다. 단 3경기로 운명을 함께해야 할 사람이어야 하니까 현직 지도자들이 대상에서 또 멀어진다. 있는 자리를 박차고 나오기에는 현 대표팀 상황이 너무 나쁘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 긴급 투입되었던 최강희 감독을 보라. 대표팀을 본선에 보내 놓고도 그는 세상의 홀대를 받았다. 그 동안 전북의 후진을 생각하면 최강희 본인에게는 후회막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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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태용 카드

지난주부터 가장 빈번히 들렸던 이름이 바로 신태용 현 U20 대표팀 감독이다. 클럽 축구에서 정점을 찍었으며 2016 리우올림픽에서도 화끈한 팀컬러로 박수를 받았다. 짧은 지도 기간에도 불구하고 U20 대표팀은 신태용 감독 아래서 활기찬 공격팀으로 환골탈태했다. 말 많았던 바르셀로나 소속 선수들도 요령껏 잘 다루며 능력을 끌어내고 있다.

그래서 신태용 카드를 더 아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명보 감독의 전철을 밟게 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2014년 브라질 실패 후, 우리는 한국 축구사 최고 레전드 중 한 명을 무심하게 태워 없애는 대실수를 저질렀다. 중국에서 재기에 도전 중이지만, 국내 복귀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앞서 말했듯이 신태용 감독은 발군의 행보를 걷고 있다. 쉽게 얻을 지도자가 아니기에 그를 더 아껴야 한다. U20월드컵이 코앞인 시점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지금 신태용 감독이 보이는 능력은 한국 축구가 그와 함께 더 오래 더 멀리 갈 수 있음을 말해준다.

욕속부달(欲速不達). 논어에 나오는 말로서 ‘서두르면 도리어 달성하지 못한다’라는 뜻이다. 감독을 바꿔야 할 때가 왔음에도 마지막 3경기의 시작인 카타르 원정까지 두 달 넘게 남았다는 잊어선 안 된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신속한 대처는 환영하지만, 긴급회의가 묘안 도출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면, 특급 선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면,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는 속담을 되새겨보자.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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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_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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