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글래스고] 다리 없는 GK와 홈리스월드컵

기사작성 : 2016-07-14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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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정다워(글래스고/스코틀랜드)] "장애가 있지만, 나도 축구가 하고 싶었다.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 적은 없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즐기고 싶었고, 즐기고 있을 뿐이다." /'/홈리스월드컵 글라스고 2016/'/ 최고의 스타인 인도네시아 골키퍼 에만 술래멘(27)의 말이다. 

에만은 10일(이하 현지시간) 스코틀랜드 글라스고에서 개막한 홈리스월드컵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다. 탁월한 실력으로 인도네시아가 G조서 4승 1패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며 토너먼트 라운드로 진출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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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서 에만이 화제가 된 건, 그의 신체 때문이다. 에만은 장애인이다. 선천적 장애로 인해 두 발이 없다. 오른쪽은 발목까지, 왼쪽은 무릎까지만 뼈가 있다. 몸이 불편해 발목과 무릎에 가죽으로 제작한 보호장구를 차고 경기에 출전한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인이었던 그는 27년 평생을 두 발 없이 살았다. 그냥 걷기에도 불편한 사람이 축구를 하는 모습은 직접 보지 않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극적이다. 

놀라운 건 에만의 기량이 신체가 건강한 일반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더 나은 수준이다. 에만은 불편한 다리로 공을 막고, 심지어 점프까지 한다. 성인 가슴까지 오는 높이의 골대 사각지대까지 커버할 정도로 운동 능력이 뛰어나다. 기본적으로 바닥에 앉아서 방어하지만, 공중볼을 처리할 땐 순간적으로 일어나거나 점프를 해 공을 잡는다. 몸은 불편하지만 실수가 거의 없을 정도로 탁월한 골키퍼다. 

사람들은 에만의 몸에 한 번 놀라고, 그의 실력에 두 번 놀란다. 경기가 끝날 때마다 관중, 혹은 관계자들이 에만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거나 포옹을 한다. 짧은 시간 <포포투>와 인터뷰를 하는 와중에도 많은 이들이 에만을 찾아왔다. 한 아르헨티나 여자선수는 "네가 최고의 골키퍼"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개막 셋 째날이었는데, 에만은 이미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진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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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있지만 좌절은 없다

에만은 8살에 축구를 시작했다. 친구들이 공을 차는 모습을 부러워했던 어린이는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타고난 긍정적인 사고로 자신의 욕구를 행동으로 옮겼다. 에만은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다리는 불편했지만, 건강한 상체를 갖고 태어났다. 운이 좋게도 축구엔 골키퍼라는 포지션이 있지 않나. 골키퍼도 축구의 일부분이다. 꼭 공을 차야만 축구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축구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축구는 에만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불편한 몸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껴도, 축구를 할 때만큼은 자유로웠다. 에만은 "축구를 할 때 가장 행복하다. 축구를 할 땐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웃었다. 

밝은 표정으로 말하는 그의 배경엔 치열한 노력이 있다. 다리 하나로 서고, 점프까지 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근력이 필요하다. 에만은 좋은 골키퍼가 되기 위해 개인 운동을 열심히 했다. 혹시라도 자신을 색안경을 쓰고 바라볼 사람들의 시선을 걱정해 더 땀흘린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한 선수는 "에만은 이렇게 스타가 될 자격이 있다"며 자신의 동료를 치켜세웠다. 

이제 그는 홈리스월드컵서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나아가 대회를 상징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지금 그는 사람들의 관심을 즐기는 중이다. 에만은 "나 스스로 자랑스럽다. 가족들도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내가 열심히 노력했던 걸 보상받는 것 같아 행복하다. 앞으로도 축구는 나의 삶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누구보다 자신감이 넘치고 긍정적인 말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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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월드컵, 축구는 그래서 희망이다

홈리스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들마다 나름의 사연이 있다. 말 그대로 홈리스(homeless, 노숙인)였던 이들부터, 마약중독, 범죄 경험이 있거나 에만처럼 장애를 가진 이들까지 다양한 군상들을 목격한다. 단순히 노숙인들만을 위한 대회는 아니라는 의미다. 대회에 참가한 한국의 20대 선수 일부는 노숙 경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쉼터, 청소년센터 등에서 성장해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대회의 취지는 명확하다. 불우하게 살던 이들이 축구를 통해 삶의 희망을 찾고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돕는 것. 홈리스월드컵의 모토는 /'/공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A ball can change the world)/'/다. 꼭 세상을 바꾸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에밀의 이야기를 보면 축구공 하나가 최소한 한 사람의 인생은 바꿀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멕시코나 브라질, 포르투갈 등 홈리스월드컵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나라들은 10대의 어린 선수들을 출전시킨다. 재능은 있지만, 돈이 없고 부모가 없는 청소년들이 실제로 축구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축구가 실질적으로 누군간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되는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에만의 경우, 조국인 인도네시아의 스트릿사커 자활 프로그램의 덕을 봤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장애인이나 에이즈 환자, 마약중독자, 노숙인 등의 자활을 돕기 위해 스트릿사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인도네시아의 팀 매니저인 사브런 하나피는 "축구 자체로 보면 인도네시아는 수준 이하지만, 스트릿사커를 통해 취약계층을 돕는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체계적으로 짜여져 있다. 에만 같은 장애인이 축구를 할 수 있는 것도 프로그램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스코틀랜드의 전설적인 축구선수이자 홈리스월드컵 홍보대사인 스캇 브라운은 "축구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은다. 홈리스월드컵은 사회에서 가장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준다. 그들 스스로 일어서고 팀과 나라를 대표하며 새로운 삶을 살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며 축구의 의미를 설명했다. 글래스고 사람들은 흐린 구름 속에서 간혹 떠오르는 해를 보며 기뻐한다. 홈리스월드컵도 그런 존재다. 때로 축구는 희망이고 꿈이 된다. 

사진=포토그래퍼 김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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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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