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전주] 벤치에 8-9-10번, 에이스 이렇게 많아도 돼?

기사작성 : 2016-02-24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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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전주] 등번호는 의미 있다. 유니폼 뒤에 박힌 숫자를 보면 선수의 역할과 비중을 가늠할 수 있다. 10번은 에이스고, 9번은 스트라이커다. 8번은 보통 플레이메이커다. 물론 이 번호를 단 선수들 대부분이 주전이다. 모든 팀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예외도 있다. 그것도 K리그에. 주인공은 전북현대, K리그 챔피언이다.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전북과 FC도쿄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킥오프 한 시간 전 양 팀 선발 출전 명단이 적힌 종이를 받았다. 전북이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건실하게 전력 보강을 했기 때문에 호기심을 갖고 리스트를 훑어봤다.

화려했다. 외국인 선수들을 제외하면 국가대표급으로 봐도 무방할 만큼 선수 구성이 좋았다. 흥미로운 것은 팀의 핵심 등번호를 가진 선수들이 대거 벤치에 앉았다는 점이다. 8번(루이스)과 9번(이종호), 10번(레오나르도)가 모두 베스트11에 들지 못했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99번을 단 K리그 최고의 스트라이커 김신욱도 대기 명단에 있었다. 심지어 7번인 한교원은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나머지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다. 

다른 팀 같으면 어색한 그림이지만, 전북이면 이해할 수 있다. 전북엔 8-9-10번 못지않게 뛰어난 13번(김보경), 17번(이재성), 18번(고무열)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선수들 중 누가 감독의 선택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 누구나 베스트11에 포함될 수 있는 게 전북이 가진 경쟁력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확인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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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전방엔 이동국, 허리엔 김보경, 측면엔 고무열
보통 ‘에이스’라는 말은 팀에서 가장 뛰어난 1인이 가져간다. 우리 팀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가 에이스다. 도쿄전에서는 누가 제일 빛났을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김보경이다. 김보경은 중앙에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 한 차원 위의 개인기를 선보이며 도쿄 선수들을 ‘농락’했다. 수비진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마르세유턴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에릭 파탈루는 가장 인상적이었던 동료로 김보경을 꼽았다.

최전방엔 이동국이 있었다. 이동국은 풀타임을 소화하며 골까지 넣었다. 왼발 뒷꿈치를 활용해 뒤에서 달려드는 수비를 따돌린 후 득점하는 장면에서 이동국의 건재함을 확인했다. 그는 챔피언스리그 통산 득점을 28골로 늘리며 이 부문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날 경기의 맨오브더매치도 그의 몫이었다.

측면의 주인은 고무열이었다. 동계훈련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관계자들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고무열은 왼쪽 사이드라인을 지배했다. 빠르면서도 파괴력 있는 돌파로 도쿄 수비진을 괴롭혔다. 측면에 있다가도 반대편에서 공격을 시도할 땐 페널티박스 안까지 진입해 득점 기회를 노렸다. 결국 전반 38분 전북의 시즌 1호골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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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베스트11만큼 무게 있는 벤치
후반 18분 최강희 감독은 첫 번째 교체 카드를 꺼냈다. 로페즈를 빼고 김신욱을 투입했다. 김신욱의 투입은 도쿄에게 괴로움을, 관중들에게 즐거움을 안겼다. 2미터 육박하는 장신 스트라이커를 도쿄 수비진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 김신욱은 자신에게 향하는 공중볼은 웬만하면 놓치지 않았다. 관중들이 감탄하는 소리가 경기장을 울릴 만큼 압도적이었다. 세트피스 상황에선 김신욱의 머리만 보게 됐다. 특히 수비진의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이라 더 위협적이었다. 생각해보니 김신욱은 울산현대 에이스였다. K리그 클래식 득점왕이기도 하고.

이어 이종호, 레오나르도가 들어갔다. 이종호는 전남드래곤즈의 에이스였다. 레오나르도는 전북의 원조 핵심이다. 지난 시즌 팀에서 가장 뛰어났던 공격수이기도 하다. 로페즈와 김보경이 나갔는데 이종호와 레오나르도가 들어갔다. 에이스 한 명이 나가면 또 다른 에이스가 들어오는 희한한 그림이었다. 아, 여기 전북이지. 스쿼드의 탄탄함이 실감이 난다. 조후쿠 히로시 도쿄 감독은 “후반에 들어온 선수들도 공격력이 좋더라”라며 상대의 스쿼드를 인정했다.

#3. 에이스 많은 건 좋지만 과제도 있다
100% 만족할 만한 경기는 아니었다. 여기저기 허점이 보였다. 공격 쪽에 가장 큰 이슈는 이재성과 김보경의 공존 문제다. 김보경이 펄펄 나는 사이 이재성이 자취를 감췄다. 두 사람 모두 제 몫을 했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시즌 첫 번째 경기라 그런지 호흡이 맞지 않는 데가 있었다. 동선이 겹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재성의 컨디션이 나빴다는 걸 감안해도 아쉬운 대목이다. 최강희 감독도 “손발이 안 맞는 부분이 있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어쨌든 전북은 김보경과 이재성 모두 잘하기를 바랄 게 분명하다. 한 사람, 특히 김보경만 잘하는 건 전북이 원하는 결과가 아니다. 두 사람의 공존 여부는 전북의 아시아 재패의 키를 쥐고 있다.

두 번째 이슈는 출전 시간 분배다. 선수는 누구나 뛰고 싶다. 못 뛰면 답답하고 불만을 갖게 된다. 당연한 수순이다. 경기 내내 몸을 풀었지만 루이스와 최철순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벤치에 앉지 못한 선수도 많다. 한교원, 최재수, 서상민, 이주용 등이다. 다른 팀에 가면 핵심이 될 만한 자원들이다. 최강희 감독이 가장 신경 써야 할 과제가 이 대목이다. 물론 작년에도 그는 선수단 관리에 성공해 K리그 클래식 2연패를 달성했다. 하지만 전북은 작년보다 스쿼드가 화려해졌다. 벤치에 오래 앉고 싶어 하는 에이스는 없다. 경기 수가 많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 전북은 K리그와 FA컵,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한다. 선수들의 출전 시간을 분배하는 건 최강희 감독의 몫이다.

글=정다워,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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