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아르헨 유스 코치가 말하는 한국에 메시가 없는 이유

기사작성 : 2015-12-3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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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박민호(30) 씨는 아르헨티나 프로축구 3부 리그 소속인 데포르티보에스파뇰의 유스팀 코치다. 낯선 땅에 정착해 아르헨티나, 혹은 다양한 나라의 축구 유망주들을 키우는 한국인이다. 

박 코치는 서울공고 재학 중이었던 2004년까지 공을 찼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지도자의 입시 비리가 밝혀지면서 박 코치는 축구화를 벗어야 했다. 일찌감치 은퇴했지만, 그는 축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지도자로 성공해야겠다는 꿈을 꿨다. 일반적인 과정은 아니었다. 박 코치의 눈은 남미를 향했다. 박 코치의 눈에 든 나라는 아르헨티나. 디에고 마라도나를 동경했던 그는 오랜 시간 준비한 끝에 2008년 한국을 떠나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향했다. 

당시 이방인이었던 그는 이제 현지에서 인정받는 지도자가 됐다. 외국인, 특히 동양인을 무시하는 악조건을 극복하고 프로 유스팀에서 코치로 활동 중이다. 더불어 한국과 아르헨티나 주변 국가들의 유망주들을 스카우트해 아르헨티나 축구 환경에서 성장하도록 돕는 역할까지 소화하고 있다. 

박 코치는 아르헨티나 축구의 뿌리를 본다. 아르헨티나가 왜 축구 강국인지, 리오넬 메시, 세르히오 아구에로, 앙헬 디마리아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어떻게 배출하는지 목격하는 지도자다. 박 코치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흥미롭다. 


#1. 23세 청년, 1500만 원 들고 떠나다

포포투(이하 FFT): 한국인이 아르헨티나에서 코치를 하는 것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어떻게 남미까지 가신 건가요? 
박민호(이하 박): 은퇴 후 살 길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고민을 많이 했죠. 운동을 포기하는 생각도 했어요. 고민을 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어요.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그런데 제가 가르치는 데에 재능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런데 한국에서 지도자를 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저는 프로에 간 것도 아니고 줄도 없었으니까. 그래서 외국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마라도나를 좋아해서 아르헨티나에 가야겠다고 무작정 결정한 거죠. 

FFT: 마음을 먹는 건 쉽지만 실행하는 건 어려웠을 텐데. 떠나기까지 과정도 복잡했을 것 같아요. 
박: 20살 때부터 오직 아르헨티나에 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그런데 집에서는 반대하셨어요. 주변에서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전 확고했어요. 반드시 가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나중에 후회하기 싫으니 꼭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그때부터 지도자 자격증을 따고, 돈을 모았죠. 파트 타임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다 했어요. 서빙, 텔레마케팅, 인터넷 쇼핑몰, 배달... 안 해 본 게 없죠. 그 와중에 스페인어 공부도 했어요. 21살에 군대에 갔는데 저는 취사병이었어요. 낮에는 음식 하면서 요리를 배우고, 밤에는 스페인어를 공부했죠. 그리고 운이 좋았던 게 제가 군대 가기 전에 펀드를 하나 들었는데 그게 좀 뛰었어요.(웃음) 운이 좋았죠. 2008년 전역한 후 모은 돈 1500만 원을 들고 아르헨티나로 떠났죠. 

FFT: 막상 도착했을 땐 받아주는 팀이 없었을 텐데요? 처음에는 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습니다. 
박: 그 쪽에서는 동양인 받아주는 게 힘들어요.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요. 여러 클럽들을 다니면서 지도자 공부하고 싶다고 나 좀 받아달라고 했죠. 아마 20군데 정도 다녔을 거예요. 그러다가 2부 리그의 페로카릴오에스테라는 팀에 갔어요. 당시 감독이 디에구 메이라마라는 사람이었는데 다른 분들과 달리 오픈 마인드였어요. 한 번 해보자고 허락했죠. 그때부터 그 클럽에서 생활했어요. 낮에는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배우고, 밤에는 풋살을 했죠. 아무래도 제가 어렸기 때문에 운동을 잘했어요. 심지어 저한테 다시 운동할 생각이 없냐고 물어볼 정도였죠. 그렇게 자리잡기 시작했어요. 

FFT: 현지 적응에는 무리가 없었나요? 한국과는 환경이 많이 다르잖아요. 
박: 처음에는 진짜 힘들었죠. 일단 말이 잘 안 통하니까 늘 사전을 들고 다니면서 보고 배우는 방법밖에 없었어요. 나름대로 준비를 했지만 시스템이 너무 달라서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한국 문화에서 축구를 배우다가 아르헨티나에 오니까 환경이 너무 달랐어요. 특징이 있다면 자유롭지만 냉정할 땐 진짜 냉정하다는 점. 한국은 중학교 1학년에 입학하면 3학년까지는 가잖아요 기본적으로. 아무리 못해도. 그런데 여기는 달라요. 유스팀 선수들과도 1년 계약을 해요. 못하면 1년 만에 방출 당하는 거죠. 테스트를 한 번 보면 몇 백 명씩 와요. 그런 문화가 처음에는 너무 낯설었죠, 코치 입장에서는 어린 선수들도 냉정하게 대해야 하니까. 


#2. 코치, 그리고 가교 역할까지

FFT: 코치뿐 아니라 일종의 매니지먼트, 에이전트 역할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박: 기본적으로 제 주업무는 코치예요. 클럽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합니다. 그리고 2011년부터는 우리 매니지먼트라는 회사를 만들어서 일하고 있어요. 한국이나 다른 남미 국가들의 재능 있는 선수들을 데려와 아르헨티나 축구에서 성장시키는 회사예요. 제 꿈 중 하나였습니다. 

FFT: 정말 바쁠 것 같은데, 그 일을 다 혼자 하시나요?
박: 많이 바쁘죠. 보통 6시에 일어나요 저는. 일어나서 학교 가는 아이들은 학교에 보내고, 운동가는 아이들을 운동 보내죠. 그리고 제 일을 하러 가고요. 그럼 오후에 학교 끝나는 아이들을 챙겨서 운동을 보내요. 저녁에는 또 이것저것 챙겨줘야 하죠. 그럼 한 밤 9시에서 10시에 일과가 끝나요. 제 시간은 거의 없다고 봐야죠.

FFT: 보통의 유학 프로그램과는 많이 다르네요. 일반적으로 보내주는 역할만 하잖아요.
박: 저는 그게 싫어서 제가 직접 이 일을 하기 시작한 거예요. 아르헨티나에서 한국에서도 유학 에이전트는 사기꾼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요. 평판이 별로 안 좋죠. 수박 겉핥기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정직하게 제대로 해보고 싶었어요. 처음에 한 1년은 직접 밥도 해주고 함께 생활했어요. 지금은 결혼을 해서 그 정도까지는 못 해주지만, 최대한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선수들을 막 많이 받는 건 아니더라도 진짜 재능 있는 선수들을 몇 명만 제대로 키워보자는 그런 마음이 있어요.  

FFT: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 왜 꼭 해야겠다고 생각하신 건가요?
박: 제가 여기서 코치를 해보니 정말 좋은 거예요. 우리나라랑 너무 달라요. 재능 있는 선수들이 꽃 피기에 너무 좋은 환경인 거죠. 한국에도 재능은 있는데 빛을 못 보는 선수들이 많잖아요. 지도자로서 그런 선수들을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FFT: 그래서 이제 성과가 좀 나고 있나요?
박: 그렇습니다. 최근에 제가 키우는 17세 선수 한 명이 1부 리그인 아르헨티노주니오스라는 팀에 합격했어요. 그 팀은 마라도나와 후안 고메스 등을 배출한 명문이에요. 지난 7월에는 국제 대회에서 한국,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국적으로 이뤄진 우리 선수들이 17세 부문에서 우승을 하기도 했고요. 한국 사람이 이런 일을 하니까 현지에서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어요. 신문에도 소개가 되기도 했죠. 


#3. 아르헨티나 축구는 무엇이 다른가. 

FFT: 바로 옆에서, 혹은 내부에서 아르헨티나 축구를 보시잖아요. 무엇이 다른가요?
박: 아르헨티나 축구는 거품이 없어요. 한국은 겉모습이 중요해요. 축구화를 뭐 신는지, 유니폼을 뭘 입는지, 어떤 용품을 쓰는지 등이요. 거기에 부모가 어떻게 밀어주는냐에 따라 가는 학교가 달라지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 곳에는 오직 축구만이 있습니다. 축구 하나로만 승부를 보는 곳이에요. 그만큼 냉정하고 정직하죠. 

FFT: 최근 유럽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아르헨티나 출신이죠. 비결이 뭘까요?
박: 아르헨티나는 브라질의 기술, 자유로움과 유럽의 치열함을 겸비한 나라예요. 어린 시절부터 축구를 정말 치열하게 합니다. 몸싸움도 장난 아니에요. 그건 간절함이 있기 때문이에요. 내가 축구 선수로서 성공해야 한다는 간절함. 아르헨티나에서는 축구가 전부입니다. 모르는 사람도 같은 팀을 응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금방 친구가 되죠. 축구는 아르헨티나 자체예요. 그러니까 아이들도 축구 선수를 동경하게 되고, 메시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만큼 간절하게 공을 차니까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한국에서는 스카우트를 하러 다니지만, 여기에 있는 1,2부 클럽들은 스카우트보다 공고를 통해 선수를 모집해요. 공개 테스트를 하면 보통 몇 천 명이 몰리니까. 좋은 선수들을 직접 보고 뽑을 수 있죠. 

FFT: 그래도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은 건 분명한 사실 아닐까요?
박: 글쎄요. 그 재능이라는 말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한국에도 재능 많은 선수들은 있어요. 그런데 10대라는 중요한 시기에 그 재능을 어떻게 살리느냐가 관건인 거죠. 아르헨티나에서는 선수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선수가 가진 재능은 다 다르잖아요. 어떤 선수는 돌파를 잘하고, 어떤 선수는 슈팅을 잘하죠. 그걸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여기에서는. 그래서 아르헨티나가 전술적으로도 뛰어난 거예요. 최근에 보면 선수들뿐 아니라 지도자들도 아르헨티나 출신이 빛을 보고 있어요. 이번에 코파아메리카에서 4강에 든 나라들 감독들이 모두 아르헨티나 국적이죠. 칠레의 호르헤 삼파올리, 아르헨티나의 타타 마르티노, 페루의 히카르도 가레카, 파라과이의 라몬 디아스. 이 감독들은 선수들이 가진 재능을 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그게 아르헨티나 축구예요. 가진 걸 100% 발휘하게 만드는 게 지도자의 능력이죠. 


FFT: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아르헨티나는 정확하게 자신들의 철학이 담긴 축구를 어려서부터 하는 나라라는 의미로 볼 수 있을까요?
박: 네. 제가 한국을 보면서 느끼는 게, 어떻게 보면 안타까운 게 한국은 한국의 축구가 없어요. 늘 뜨는 나라들을 따라하려고 해요. 스페인이 뜨면 스페인을 따라하고, 최근에는 벨기에에 관심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한국은 스페인이 아니고, 벨기에도 아니에요. 환경과 문화, 선수들이 가진 재능이 모두 다르죠. 그런데 너무 어딜 따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한국에 맞는 철학을 갖고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데 벤치마킹 하는 데에 너무 많이 집중하는 것 같죠. 중요한 건 그 나라에 맞는 환경과 시스템, 철학을 만드는 거예요. 아르헨티나처럼요. 

FFT: 이야기를 들어보니 메시, 아구에로, 디마리아를 만든 환경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박: 앞에 말에 더하자면, 전통 있는 나라는 다른 것에 관심이 별로 없어요. 국민성, 색깔에 맞게 한국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해요. 더 중요한 건 축구는 결국 본인이 하는 것이라는 사실이죠. 부모가 대신 할 수 없어. 선수들도 간절해야 해요. 메시, 아구에로는 처음부터 스타가 아니었죠. 그들도 어려서부터 치열하고 간절하게 뛴 거예요. 이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한 가지 더 이야기하면, 하루에 세 번 운동한다 해서 잘 되는 게 아니에요. 한국은 딱 눈 앞의 결과만 보는 문화가 있어요. 최근에는 달라지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그런 문화가 남아 있다고 봐요. 멀리 보고 가야 하는데 한국은 급해요. 성적 위주고 대학 진학이 중요해요. 여기에서는 하루에 운동 세 번 하면 죽는다고 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렇게 하죠. 단기전에서는 성적이 날지 모르지만, 긴 승부를 볼 때 질 수밖에 없어요. 한국 선수들도 짧은 승부는 할 수 있어요. 뭉치는 힘이 있으니까. 그보다 중요한 건 선수 한 명이 18세가 됐을 때 프로에 들어갈 수 있는지의 여부예요. 어떤 과정에서 성장하느냐에 따라 메시가 나올 수도 있고 나오기 어려울 수도 있는 거죠.  

글= 정다워, 사진= 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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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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