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상암] 서울v울산: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았을

기사작성 : 2015-06-01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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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서울월드컵경기장] 혹시 영화 <끝까지 간다>를 보셨는가? 초반부가 압권이다. 부패 경찰 고건수(이선균)는 모친상 중에 운전을 하다가 사람을 친다. 당황한 나머지 시체를 트렁크에 싣고 장례식장으로 돌아온다. 때마침 상납 비리가 감찰반에 발각되고, 동료들은 문상을 왔다가 고건수에게 혼자 뒤집어 써달라고 부탁한다. 곧이어 감찰반이 그의 자동차를 수색하기 위해 장례식장으로 오고 있다는 연락을 받는다. 짧은 순간, 고밀도 불행 퍼레이드다.
 
물론 축구 경기장에서는 이 정도의 사건사고는 벌어지지 않는다. 5월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졌던 FC서울과 울산의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도 그랬다. 예정된 시간대로 경기는 시작되었고 90분이 지난 후에 종료되었다. 0-0 무승부였다. 축구에서는 그리 드문 스코어가 아니다. 하지만 경기 후 양팀 감독의 표정은 극중 고건수와 똑같았다.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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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용수 감독: 나도 골 넣고 싶어
경기 전, 서울 서포터즈 쪽에서는 /'/핵노잼/'/(정말 재미없다는 뜻)이라고 쓰인 플랜카드가 등장했다. 지난 시즌부터 이어지고 있는 빈공을 꼬집은 것이다. 울산전까지 서울은 올 시즌 12경기에서 12골을 넣고 있다. 경기당 1골이다. 서울 팬들의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최용수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울산전 대비책을 이야기하다가 혼자 헛웃음을 흘렸다. "내 아무리 이렇게 말해봤자 경기 들어가면 또, 허허"라는 쓴웃음이었다. 주위에서 아무리 지적하고 비난한다고 해도 역시 제일 답답하고 가장 화가 나는 사람은 감독 당사자일 수밖에 없다.
 
울산전에서도 서울은 답답했다. 전반 4분 박주영의 프리킥과 후반 추가시간 정조국의 헤딩슛을 제외하면 상대 골문을 거의 위협하지 못했다. 유효 슈팅 7개라고 적힌 기록지가 안 믿겨질 정도였다. 야심작 박주영은 이날도 슈팅 시도 1개가 전부였다. 최용수 감독은 "경기력이 올라온다는 느낌"이라고 말했지만, 팬들의 머릿속에 사리만 쌓여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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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환 감독: 김신욱? 뭐?
올 시즌 최용수 감독은 박주영 관련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시간이 지나도 계속 날아든다. 그런 면에선 윤정환 감독도 별로 유쾌하지 못하다. 김신욱 때문이다. 2013년 K리그 MVP가 윤정환 감독 부임 후 후보 공격수로 전락했으니 당연하다. 올 시즌 김신욱은 리그 12경기 중 절반을 교체로 투입되었다.
 
이날도 경기 전부터 윤정환은 김신욱의 입지가 줄어든 이유를 /'/또/'/ 설명해야 했다. 윤정환 감독은 "본인은 체력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엔 운동량이 부족하고 수비 가담도 미흡하다"라고 밝혔다. 그리곤 "안에서는 그렇게 보는데 (기자들이) 밖에서 보시기엔 어떤가?"라고 되물었다. 울산의 내부 분위기를 엿보기에 충분한 발언이다.
 
서울전에서 김신욱은 후반 40분에야 교체 투입되었다. 시간이 없으니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볼 터치도 거의 없었다. 경기 후 윤정환 감독은 "투입이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김신욱이 들어가면 롱볼이 많아져서"라고 설명했다. 경기 시작부터 머리 위로 날아다니던 패스들은 도대체 뭐였나 싶었다.
 
# FC서울+울산: 무실점을 칭찬해줘
90분간 양 팀이 얻은 유일한 소득은 무실점이었다. 서울은 이 경기 전 ACL 두 경기에서 감바오사카에 총 6실점을 허용했다. 최용수 감독은 "ACL 6실점으로 불안감이 있었는데 무실점을 해서 다행이다"라며 작은 위안을 삼았다. 윤정환 감독도 리그 9경기만에 나온 무실점 결과를 애써 반겼다.
 
솔직히 양팀 모두 /'/수비를 잘해서/'/가 아니라 /'/골을 못 넣어서/'/에 가까웠다. 더 엄밀히 들어가면 공격 가담 숫자가 부족했다. 공격시 서울의 쓰리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는 하프라인 근처에서 역습에 대비했다. 울산의 양쪽 풀백도 오버래핑보다 측면 수비에 집중했다. 상대 페널티박스 근처에 공격수가 부족하니 당연히 득점 확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수비하기가 쉬워질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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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뛰어 한 골도 먹지 않은 선수들을 "왜 이기지 못했는가!"라고 꾸중하기란 참 어렵다. 현실 속 축구에선 득점만큼 실점 방지도 참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 시즌 K리그는 개싸움 양상이다. 3위부터 10위까지가 승점 3점 차이다. 한 경기만 이겨도 순위가 쭉 올라간다.
 
하지만 무실점만을 내세우기에 양팀 모두 구단 규모와 스쿼드 수준이 쑥스러워진다. 양쪽 팬들이 답답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 <끝까지 간다>는 고건수가 목숨 걸고 뛴 덕분에 의외의 /'/대박 행운/'/을 손에 쥐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서울과 울산도 그런 행운을 잡고 싶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뛰어야 할 것 같다.

 
글=홍재민,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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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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