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탄천] 축구 보러 갔다가 정치인만 보고 왔지요

기사작성 : 2014-11-30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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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탄천종합운동장] 2014년 K리그 클래식 최종전에서 성남FC가 활짝 웃었다. 구단주 이재명 성남 시장도 기뻐했다. 내년 추가 지원도 약속했다. 공평하지도, 깨끗하지도 못하다는 K리그 판에서 자력으로 쟁취한 리그 잔류였으니 더 기뻤나 보다.
 
29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는 2014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스플릿B 최종전이 있었다. 홈팀 성남은 승강 플레이오프를 피하기 위해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야 했다. 원정팀 부산아이파크는 11경기 무패로 시즌을 마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기자들도 많이 모였다. 성남의 리그 잔류 여부가 결정되는 경기였으니 당연한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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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현장의 주인공은 축구가 아니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주연배우였다. 전일 SNS에서 터트린 핵폭탄급 발언 탓이었다. 그는 이전 3경기를 적시하며 “잘못된 경기 운영 때문에”라며 울분을 터트렸다. 경기 전부터 취재진은 이재명 시장을 찾았다. 구단 측에선 부랴부랴 경기 후 시장의 인터뷰 자리를 만드느라 진을 뺐다.
 
눈앞에서는 성남과 부산의 22명이 녹색 그라운드 위를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성남은 리그 잔류를 확정하기 위해 혼신을 다했다. 후반 10분 곽해성의 선제골로 성남이 1-0으로 앞서기 시작했다. 금상첨화 같은 시각 경남이 상주에 1-3으로 뒤지고 있었다. 성남에 따듯한 햇살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성남은 패해도 잔류가 가능했다. 축구에서 3-1로 뒤진 상황을 뒤집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김학범 감독은 후반 중반 교체를 통해 최후방 수비 라인을 다섯 명으로 늘렸다. 비겨도, 아니 져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성남 선수들은 슈팅을 막기 위해 몸을 던졌다. 그들이 순위표에서 어디에 있든지 이런 투혼은 아름답고 고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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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경기 후에도 주인공은 이재명 시장이었다. 선수단, 팬들과 함께 리그 잔류를 자축했던 이재명 시장이 카메라 앞에 섰다. 선수단이 지나가는데도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 양 팀 감독과 수훈선수(곽해성)의 인터뷰도 모두 뒤로 밀렸다. 올 시즌 그라운드 밖에서만 화제의 중심이 되었던 구단다운 엔딩신이었다.
 
이재명 시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자신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내친 김에 더 나아갔다. 이재명 시장은 “문제가 있다면 은폐하거나 자제해서 숨길 게 아니라 드러내서 고쳐나가야 한다. 그게 대한민국 축구계, 체육계를 개선하는 길”이라며 질주했다. 관중석에서는 “이재명! 이재명!”이라는 연호가 날아들었다.
 
아쉽게도 인터뷰는 그의 소신보다 축구 몰이해만 더 부각시켰다. 구단 관계자의 판정 관련 발언 금지라는 규정이 “경기 중에 항의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었다. 그 규정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고찰도 없었고, 이의제기 절차 유무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재명 시장은 “구단의 이의 제기 자체를 막아선 안 된다. 헌법에도 표현의 자유가 있다”라는 일반론을 내세웠다. 답답할 뿐이다.
 
“유럽에서는 그런 지적이 나오면 언론에서 칭찬한다”라고 말한 점이 가장 재미있었다. 아마도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관련 비리를 파헤치는 움직임과 자신의 투쟁(?)을 동일시한 것 같다. 집행부의 행정 투명성과 축구 판정 문제가 차원이 아예 다르다는 사실을 이재명 시장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FC바르셀로나를 이탈리아 구단으로 만든 것은 애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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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기자는 한국을 찾은 스승과 6년만에 재회했다. 그는 영국 프로축구 거버넌스와 스포츠마케팅 전문가다. 스승의 수업은 상식에서 출발한다. 축구 규정의 이해다. 축구 경기 중 언제 어디서 기업 로고를 얼만큼 노출시킬 수 있는지 관련 규정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시장도 키보드를 두드리기 전에 성남FC가 회원사로 되어있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규정, 그리고 FIFA 축구 규정을 먼저 숙지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시즌 첫 홈경기에서 이재명 시장은 예정 없이 보좌관들을 대동해 기자회견실에 불쑥 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리곤 예정에도 없던 ‘게릴라 기자회견’을 가졌다. 양 팀 감독, 선수, 취재진이 모여 일하는 장소의 목적성에서 한참 빗나간 돌발 행보였다.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또, 그는 주인공이 되었다. 이재명 시장은 축구팀을 대단히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정치인이었다.
 
경기 내내 영상 기온을 비웃는 겨울 바람이 허벅지를 때렸다. 계속 다리를 꼬아가며 성남과 부산의 시즌 마지막 경기를 지켜봤다. 그런데 지금 경기가 아니라 한 정치인의 엉뚱한 패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오늘 지출한 교통비는 회사에 청구하지 못할 것 같다.
 
성남FC에 대한 징계가 확정되는 날, 이재명 시장의 페이스북은 또 뜨거워지려나? 얼만큼 뜨거워지든 그의 ‘정치적 축구 세계관’에 관해 다시는 이야기하지 않으련다. 축구 전문지 기자로서 최소한 월급값은 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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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by 홍재민

축구는 재미있어야 합니다. 하든 보든 쓰든 읽든 뭐든 @jaemin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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