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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4

[홍재민의 축구話] 유로를 읽지 말고 느껴주세요

[포포투=파리(프랑스)] 내용과 결과. 재미와 승리. 분석과 공감. 축구 안에서 인과관계이거나 아예 동떨어져 있거나 하는 것들이다. 이틀 전(22일) 툴루즈와 보르도를 거쳐 파리로 돌아왔다. 몽파르나스 기차역에서 곧바로 생드니에 있는 스타드 드 프랑스로 갔다. 아이슬란드와 오스트리아의 F조 3차전 현장이었다. 지하철이 찜통이다. 열린 창문으로 지하 냄새가 나는 바람이 들어왔다. 아이슬란드 팬들이 천정을 두들기며 응원 구호를 고래고래 외쳤다. 오스트리아 팬들은 빙긋이 웃으며 땀을 흘렸다. 경기 중 서울에 있는 동료와 문자를 주고받았다. 아이슬란드를 주제로 ‘한국 축구가 배워야 할 궁극점’이라며 서로 낄낄댔다. 전반 18분에 선제골을 넣었다. 롱스로인, 살짝 떨구고, 세컨드볼을 잡아 슛, 골인이다. 이 얼마나 간결한 득점 패턴인가? 메이저 대회에 나갈 때마다 ‘세트피스를 노려야 한다’라고 각오를 다지는 대한민국이 생각났다. 1-1 동점 상태로 후반 추가시간이 시작되었다. 아이슬란드 쪽은 난리가 났고, 오스트리아 쪽은 망연자실이다. 기사 작성을 마치려는 순간, 아이슬란드 팬들이 “우오오오~”라며 함성을 질렀다. 손을 멈추고 그라운드를 보니 땅볼 크로스가 들어갔다. 트라우스타슨이 미끄러지면서 뻗은 발에 맞은 공이 오스트리아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기사를 다 뜯어고쳐야 하는데, 멍하니 아이슬란드의 환희를 쳐다보기만 했다.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기쁠까? 얼마나 행복할까? 아이슬란드 축구의 새 역사가 만들어지는 순간을 직접 봤다. 유로2016 종료 후, 아이슬란드인을 만날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들과 교감할 최고의 이야깃거리가 생겼다. “저, 그때 스타드 드 프랑스에 있었어요.” 국내에서도 유로2016 관련 기사가 많다. 기사와 댓글 들은 ‘재미없다’라는 반응이다. 경기 수준이 낮아졌다는 불평이 많다. 사실이다. 그럴지도 모른다. 한껏 웅크려 버티면서 세트피스와 역습만 노리는 팀들이 전보다 많아졌다. 실력이 부족하면 그럴 수밖에 없다. K리그의 작은 팀, 월드컵의 한국이 그렇다. 유로 본선에 출전한 인구 33만 국가에 “왜 화끈하고 재미있는 공격 축구를 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 축구를 즐기는 방법은 개인 취향의 영역이다. 정답이 없다. 축구를 분석하거나 읽으며 재미를 느끼는 팬도 많다. 그러나 국가대항전은 관찰보다 공감이 어울린다. 한 시즌 40~50경기를 치르는 클럽 축구에는 과학이 끼어들 틈이 있겠지만, 월드컵, 유로, 아시안컵에는 국가, 국기, 국적이 전부다.  영국 축구 계간지 ‘더블리자드’ 편집장 조나단 윌슨은 메이저 대회에서 수비에 치우치는 원인을 이렇게 설명했다. “클럽 축구에서는 한 경기 져도 바로 다음 주에 만회할 수 있다. 빅클럽 팬들도 10경기 중 7~8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나오면 만족한다. 메이저 대회는 다르다. 훈련시간이 짧으니 수비만 맞추고 출전한다. 대패하면 그 기억이 영원히 지속된다.” 국가대항전이라는 목적어에 ‘읽다’가 아니라 ‘느끼다’라는 술어가 어울린다. 읽으면 따분하지만, 느끼고 공감하면 흥미진진해진다. 이곳에서 아이슬란드가 치른 셋 중 두 경기를 봤다. 그들이 경기에서 남긴 숫자는 지루했지만, 투지와 열정은 드라마 그 자체였다.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1만 명(전체 인구 3%)이 한 장소에서 기뻐서 날뛰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숙소로 가는 길에서 본 오스트리아 팬들의 실망감도 절절하게 다가왔다. 아이슬란드 대표팀에 “안티풋볼 좀 그만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오스트리아, 스웨덴, 터키 팬들에게 “패스 성공률과 슈팅 시도를 각각 15%씩 높여야 하겠더군”이라며 훈수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선수들은 국가를 대표해서 뛰고, 팬들은 같은 옷을 입고 그들을 응원한다. 국가가 그들을 하나로 묶는다.  유로2016 조별리그 10경기를 현장에서 봤다. 매 경기에 출전하는 대표팀과 팬들, 그들을 바라보는 프랑스 사람들은 모두 웃고 있었다. 즐거워 보였다. 경기가 있을 때마다 파리 에펠탑 팬존에는 많은 팬들이 모여 유로를 즐긴다. 맥주를 마시며 승패에 희비를 드러낸다. 유로를 가슴으로 느끼는 모습이 좋았다. 곧 유로2016의 16강 일정이 시작된다. 조별리그처럼 토너먼트도 따분하지 않을 거다. 느끼면 그렇다. 글=홍재민,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포포투

2016.02.26

[perfect.xi] 이천수가 상대한 라리가 올스타

[포포투] 지금은 무한도전 ‘못친소’에‘ 나와 입담을 과시하는 연예인으로 활동하지만, 이천수는 한국인 최초로 스페인프리메라리가에 진출한 이력의 축구 스타다. 스페인에서 뛰던 2003-05년이 그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선수들을 상대했던 시절이다. 이천수의 <PERFECT XI>이 라리가의 스타들로 가득한 이유다. 레알소시에다드 동료였던 사비 알론소는 이천수와 함께 벤치를 지켰던 관계로 명단에 들지 못했다는. GK 산티아고 카니자레스 “카니자레스 앞에서는 페널티킥을 차도 프리킥을 차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위협적이었다. 뭔가 압도적인 에너지가 느껴는 골키퍼였다” CB 카를레스 푸욜 “타고난 수비수. 끈질기다. 포기하지 않는다. 즐기면서 수비하는 게 이런 거구나 싶다. 정말 잘했다. 푸욜은 잘 때도 수비할 것 같다. 상대하기 싫은 스타일이다” CB 이반 코르도바  “지금 생각해도 무섭다. 키가 작은데 빠르고 힘이 좋다. 점프력도 좋아서 제공권에서도 크게 밀린다는 생각이 안 든다. 지금까지 내가 상대했던 수비수 중에 가장 뛰어났다”  LB 지오반니 판 브롱크호스트  “왼쪽 풀백 자리에서 공을 가장 잘 찼던 선수로 기억한다. 공격수처럼 공을 찼던 수비수다. 함께 뛰면 편안함을 주는 선수다. 상대하면 당연히 힘들겠지. 그리고 일단 나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해줬다” RB 미첼 살가도  “열심히 뛰던 선수다. 화려한 맛은 없지만 안정적이고 실수가 적었다. 포지션상 나와 맞대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쉽게 상대하기 어려웠다” CM 지네딘 지단  “세계가 인정하는 주장이다.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누구도 지단에게 대들 수 없다.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크다. 홀로 21명을 지배한다. 그렇게 경기를 혼자 컨트롤하는 선수를 본 적이 없다” CM 클로드 마케렐레  “세계 최고의 스테미나 플레이어라고 하면 어떨까? 정말 많이 뛴다. 미친 듯이 뛴다. 저기 있었는데 갑자기 내 앞에 와 있다. 마케렐레 같은 수비형 미드필더가 있으면 수비는 무조건 안정적일 거다” LM 루이스 피구  “피구는 못 하는 게 없다. 빠르고 돌파도 잘한다. 개인기가 좋은데 패싱력도 있어 팀플레이에 능숙하다. 슈팅력도 뛰어나다. 전체적인 능력치가 월드클래스였던 선수다” RM 데이비드 베컴  “이렇게 프리킥을 아름답게 잘 차는 선수는 본 적이 없다. 베컴에게 프리킥으로만 많은 골을 허용했던 기억이 난다. 킥 하나만 완벽하게 해도 레알에 갈 수 있다는 걸 베컴이 보여줬다” FW 호나우두  “내가 지금까지 본 선수 중 최고의 스트라이커다. 흠잡을 데가 없다. 몸 한 번 흔들면 수비가 속는다. 특별한 움직임을 가졌던 선수다. 따라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FW 호나우지뉴  “막말로 ‘미친X’이다. 축구 역사 최고의 테크니션이라는 말도 아깝지 않다. 뭔가 대단히 역동적인 건 아니었는데 화려했다. 공이 발에 늘 붙어 있었다. 축구화에 자석을 넣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교체선수 1. 박지성  “혹자는 내가 지성이 형보다 축구를 잘했다고 하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2. 고종수  “사람들은 나와 종수 형을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공을 정말 잘 찼다는 거” 3. 이천수  “내 이름이 빠지면 좀 서운할 것 같다. 그래도 한국인 최초로 스페인에 진출했으니 자격이 있지 않을까?” 감독 김정남 “국내외, 대표팀에서 많은 감독들과 함께했다.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그 중에서도 김정남 감독님과 함께하면서 가장 마음 편히 축구를 했다. 내가 기량을 발휘하도록 많이 배려해주셨다. 전술적인 면, 용병술 등도 뛰어난 지도자셨다” 글=정다워, 그래픽=임진성, 사진=FAphotos, Gettyimages/이매진스

인기사커톡
[포포투=정재은(파주)] “부상으로 축구를 그만두고 열다섯 살부터 코치를 시작했다” “축구를 하다가 안될 수도 있지 않은가? 사회인으로서 제대로 살아가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아이들이 클럽 정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결국 클럽 잘못” “어린 선수들을 프로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는 것은 선수들을 발전시킬 의지가 없다는 거다” 22일부터 파주NFC서는 제2회 2016 K리그 유소년 지도자 아카데미가 열렸다. 운동장으로 내려가니 23개 구단 U18팀 감독 및 코치진이 세 그룹으로 나뉘어 실기 수업을 받고 있었다. 웃음소리가 유난히 큰 그룹이 시선을 당겼다. 그들 사이에는 앳된 얼굴의 외국인 코치가 있었다. 사우샘프턴 유소년 아카데미 코치 루크 미들윅스(22)다. 그는 2박 3일 동안 파주에 머물며 유소년 지도자들을 교육한다. <포포투>가 미들윅스를 만났다. 사우샘프턴의 철학과 지도 방식, 그리고 미들윅스 개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 훈련은 즐겁게, 복습은 스스로 철저하게 Q. 만나서 반갑다. 어제 한국인 코치와 감독들을 훈련하던데, 어땠나? A. 정말 즐거웠다! 유소년 선수를 육성하는 코치들을 위한 자리라고 들었다. 나는 정말 재밌게 훈련하려고 했다. 내 의도를 잘 이해하고 따라줘서 정말 좋았다. 훌륭했다. 미국과 독일을 다니며 축구를 경험했는데, 한국에서도 좋은 경험을 했다. 내가 더 도움을 받은 것 같다. Q.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것만큼은 꼭 알려줘야지’라고 생각한 게 있었나?   A. 무언가를 알려준다기보다는, 훈련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건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재미다. 두 번째로는, 공격 시 상대 수비를 압박하는 것과 점유하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 (442: 적용이 잘 됐나?) 정말 감동적이었다. (한국 지도자 및 코치진의)수준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았다. (파주NFC)시설도 좋았다. 훈련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들 이해력이 빨랐다. 언어 장벽이 있었지만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Q. 본인이 사우샘프턴에서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하는 스타일은 어떤가? A. 사실 코치하는 건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다. 경기나 훈련이 끝나면 우선 ‘그래, 맞아, 잘했어’라고 한다. 그리고 경기 장면을 되돌려본다. 예를 들어, 골을 넣은 장면이 나왔다. 우리가 훈련하며 연습했던 걸 토대로 나온 골이면 스스로 뿌듯함을 느낀다. 잘 된 거다. 반대로 그런 골이 아니라면, 그것 역시 선수들이 스스로 느낄 수 있다. 다시 연습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Q. 선수들이 그렇게 직접 영상을 보면 훈련 과정 외에도 얻는 게 많을 것 같은데. A. 미니 게임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게임하기 전에 선수들에게 내가 요구하는 바를 알려준다. 그리고 영상을 통해 선수들이 그 게임을 다시 보게끔 한다. ‘성공적으로 잘 됐나?’를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 그때 잘못된 게 있으면 그 장면을 다시 본다. 누구의 책임이고, 또 이런 실수가 나왔을 때는 누가 대응을 해야 하는 지 되돌아보게 한다. 그들이 스스로 ‘내가 뭘 해야 할까?’ 생각하는 거다. 정말 중요하다. 선수들도 알고 있다. 동료의 실수가 나왔을 때 누가 먼저 반응해야 하고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선수들끼리 알아갈 수 있다. 그러면 서로의 플레이 스타일도 알게 된다. 선수들은 다 다르니까. 또, 나를 가르치는 코치에 대해서도 알아가는 좋은 과정이다.  # 스물두 살의 코치 Q. 나이가 어려서 깜짝 놀랐다. 스물두 살이라던데, 코치를 하기엔 어린 나이라고 느껴진다. 코치 경력이 궁금하다. A. 내 나이는 어떻게 알았나?(웃음) 맞다. 나는 15세부터 코치를 시작했다. 당시 본머스에 살았는데 지역팀들을 코치하는 걸 시작했다. 열여덟 살이 됐다. 코치하는 게 너무 재밌더라.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 미국으로 건너가서 많은 걸 배웠다. 2013년 막바지에 다시 잉글랜드로 돌아왔다. 본머스로 들어가 8~12세 팀들을 코치했다. U21 팀과 공생하며 많은 걸 얻었다. 그렇게 단계별로 코치 생활을 하다가 사우샘프턴에서 나를 스카우트했다. Q. 열다섯 살 때부터 코치를 하기엔 쉽지 않다. 코치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나? A. 사실 어릴 적 나는 좋은 축구 선수였다. 아마도 내가 지금까지 뛰었으면 훨씬 더 높은 레벨에서 축구를 했을 거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부상이 너무 많았다. 축구를 그만뒀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열다섯 살이 됐는데 축구가 그리워지더라. 그라운드가 그리웠다. 대신 선수보단, 축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더 나은 방법이 뭘까 생각하다가 코치를 결심했다. 다행히 적성에 맞았다. 사람을 가르치고 어린 선수를 발전시키는 게 너무 좋았다. 그들에게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그들이 능력을 더 키울 수 있게 돕는 그 과정이 모두 좋았다. 선수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그게 너무 좋다. 코치로서 최고의 위치에 오르고 싶다. 물론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다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웃음)  Q. 어린 소년이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코치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결정적인 요소가 있었나? A. 내 고유의 생각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 선수 이후의 삶까지 말이다. 나는 후에 체육교사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축구를 잠시 멈춘 기간을 통해 알게 됐다. 나는 그라운드 안에 있고 싶었다. 그래서 코치를 택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걸 잘했고 선수들을 발전시키는 걸 즐겼다. 당시 나는 아주 어렸지만 정말 열정적이었다. 그 길을 계속 파고들었다.  Q. 아이들의 좌절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입장이다.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해주기도 하나? A. 상황에 따라 다르다. 같은 상황이어도 나의 메시지가 통하는 선수가 있고, 그렇지 않은 선수가 있다. 아까 말했듯 선수의 스타일은 다 다르니까. 선수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 수밖에 없다. 그러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내가 과거에 저질렀던 실수나 시행착오들을 아이들에게 얘기해준다. 아이들이 그런 실수 안 하게끔. 무엇이든 결정은 그들의 몫이다. 난 단지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입장이다.  # 구단의 철학이 아이들에게 녹아들어야 한다 Q. 사우샘프턴 유소년 아카데미 출신 명단이 화려하다. 루크 쇼, 애덤 랄라나, 가레스 베일까지 있다. 잉글랜드 내에서도 프리미어리그 최상위 수준이라 평가하더라. 사우샘프턴만의 비결이 있는 건가? A. 믿음(trust), 기회(opportunity), 신념(belief)이다. 간단하다. 아이들에게 믿음을 주고, 기회를 준다. 그러면 아이들은 1군으로 갈 수 있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좋은 코치진, 좋은 환경, 그리고 좋은 선수들이 맞물렸을 때 가장 큰 시너지 효과가 난다. 사실 어느 팀이든 내가 말한 요소는 갖고 있다. 중요한 건 팀의 철학이 얼마만큼 녹아들었느냐다.  Q. 팀의 철학이라면? A. 매년 1군 선수단 절반 이상을 아카데미 졸업생으로 채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선수들의 재능과 실력을 키우는 데 사력을 다한다. 모든 아카데미 출신 선수들이 1군에서 뛸 수 있게끔 키우는 게 목표다.  Q. <포포투 한국판> 12월호에 사우샘프턴 유소년 아카데미 이야기가 실렸다. 훈련뿐만 아니라 공부도 중시하더라.  A. 한국의 축구선수는 축구만 한다고 들었다. 사우샘프턴에서 축구와 공부는 5:5다. 축구를 하다가 안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선수이기 전에 사람이다. 사회인으로서 제대로 살아가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중요하다. 사우샘프턴에 많은 코치가 있는 만큼 선생들도 많다. 모두 함께 아이들을 훈련하고, 가르친다. 중요도는 5:5 비율이다.  Q. 코치 입장에서 훈련과 공부의 밸런스를 맞추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A. 그렇다. 밸런스 맞추는 건 사실 좀 어렵다. 그전에, 공부 자체가 어렵다.(웃음) 그러나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미래를 봐야 한다. 개인의 삶도 중요하다. 아이들이 우리(사우샘프턴)의 정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그것도 결국 우리의 잘못이다. 아이들이 사우샘프턴 아카데미에 온 이상 책임은 우리에게 있는 거니까. 교육을 잘 받을 수 있게 이해시켜야 한다. 교육도 축구의 일부다. 그렇다고 우리의 틀에 아이들을 억지로 맞추려고 하진 않는다. 어느 정도 타협점은 있다. 개개인이 가진 능력과 우리의 정책을 잘 조합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도 부담 없이 공부를 할 수 있다.  Q. 마지막 질문이다. 많은 지도자가 어린 선수들을 프로 무대에 데뷔시키는 걸 어려워 한다. ‘경험 부족’이란 이유에서다. 루크의 입장이 궁금하다. A. 오, 그건 정말 좌절이다. 말 그대로 좌절이다. 뛰지 않으면 경험을 어떻게 쌓을 수 있나? 생각해보자. 올해 프리미어리그 데뷔 평균 나이가 22세다. 데뷔하려고 약 16년간 준비 기간을 가진다. 12~14년 동안 뛰기 위해 16년을 준비하는 거다. 그렇다고 준비 기간이 쉬웠을까? 정말 힘든 기간이다. 그들이 힘들게 뛰고 훈련하는 이유가 뭘까? 단순하다. 누군가 “오케이, 넌 됐다!”라고 말하는 걸 듣고 싶어서다. 그 한마디를 위해 16년 동안 준비하는 거다. 이런 점에서 축구는, 결정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감독의 결정에 따라 갈리는 것이다. 그런 선수들을 뛰지 않게 하는 건 그들에겐 좌절 그 자체다. 선수들을 발전시킬 의지가 없다는 거다. 그러면 어린 선수들 육성하기 힘들다.  * 포포투 12월호에서 사우샘프턴의 <교육(education)>시스템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사진=FAphotos
[포포투=배진경]  프로 클럽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유스팀의 현재를 보면 된다. 그런 면에서 울산은 당분간 ‘배부른’ 팀이다. 최근 몇 년 간 고교무대에서 가장 두각을 보인 팀이 울산 U-18팀(현대고)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에도 ‘K리그 주니어’ 전후기 통합 우승을 비롯 개 타이틀을 휩쓸었다. 특히 주니어 후기리그에서는 10전 전승(31득점-9실점)으로 이변없이 선두 자리를 지켰다. 주니어리그가 시작된 2008년 이래 전승 우승과 전후기 통합 우승을 동시에 이뤄낸 팀은 울산 U-18팀이 처음이다.  시즌 전체를 통틀어도 성적이 좋다. 12월에 끝나는 고교리그 왕중왕전을 제외하고 6개의 우승 타이틀을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4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몇 년째 꾸준한 강세다. 고교무대 관계자들은 “성적뿐 아니라 경기를 풀어가는 과정 자체가 좋다”고 입을 모은다. 팀을 정상으로 올려놓은 박기욱 감독을 인터뷰했다.  울산 U-18팀의 꾸준한 성장이 두드러진다. 타팀 지도자들도 ‘압도적’이라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지금 3학년 선수들과는 중학교 때부터 함께했다. 길게는 6년 동안 같이 지냈다. 감독과 선수 사이에 서로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원하는 걸 알 수 있는 정도다. 경기장에서도 그런 게 잘 드러났다. 선수 개개인을 봐도 좋은 자원들이 많다. 잘하고 있어도, 성적이 좋아도 그에 안주하지 않는다. 서로가 경기장 안에서 경쟁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물론 다른팀이 우리팀을 견제할 때 그걸 이겨내는 힘은 더 끈끈하다.  성적도 좋고 경기를 만들어는 과정에도 호평을 받고 있다. 성적과 내용의 상관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선수들에게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런데 과정이 좋으니까 결과물이 나온다. 지지 않는 경기를 많이 하니까 우승도 한다. 이런 흐름이 반복되니까 선수들은 계속 자신감을 갖는다. 성적이 중요한 건 아니라고 말해도 선수들이 알아서 잘해주고 있다. 우리팀에 대해 연구하고 나오는 팀들이 많지만, 우리 선수들도 이기고 버티기 위해서 또다른 노력을 많이 한다.  울산 프로팀은 전통적으로 선 굵은 축구를 한다는 이미지가 있다. 유스팀에서의 훈련 프로그램이 궁금하다. 기본적으로는 어떤 스타일의 감독을 만나더라도 적응할 수 있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 패스로 풀어가는 방식을 선호하는 지도자도 있고 롱볼을 활용하기 좋아하는 감독도 있다. 우리팀(U-18)에서는 밑에서부터 풀어나가는 빌드업 과정을 중시하지만, 롱볼에 대해서도 인지할 수 있게끔 다양한 축구를 접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442: 전술적 이해도가 높다는 의미인가) 그런 능력에서는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훈련 과정에서부터 연계플레이를 중시하기 때문에 고등학생이라도 전술적인 움직임에 대한 적응도와 이해력이 높은 편이다.   U19대표팀 자원이기도 한 이상헌은 전기리그 득점왕이었다. 미드필더인데 이번 시즌 득점력(13골/12경기)이 급상승한 배경은? 대표팀에서는 미드필더지만 전반기에 섀도우 스트라이커로 뛰었다. 공격력이 뛰어나고 다양한 재능을 갖고 있다. 기본기가 좋아서 어느 포지션이든 잘 소화한다. 경기 운영 능력뿐만 아니라 평소 훈련 자세도 좋다. 기복이 없는 선수다. 내년에 골키퍼 문정인과 함께 프로팀으로 올라간다. 문정인은 또래 중 키(192cm)가 크다는 장점이 있다. 골키퍼 치고 발기술이 좋아서 빌드업이나 경기 운영 능력이 돋보이는 선수다.  유스팀 운영 철학이 있다면? 울산 프로팀으로 올라가는 유스 선수들이 많아지길 기대하고 있다. 단장님이 장기 비전을 갖고 특별히 요청하신 내용이기도 하다. 잘하는 선수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환경을 고민하고 프로그램도 짠다. 가능성이나 경쟁력은 있다고 본다. 올해 프로팀에 입단한 김건웅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잘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이런 선수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하고 있다. 물론 유스팀은 유스팀대로 재밌는 경기를 하는 팀이 되어야 한다. 선수들에게도 재밌게 뛰자고 주문한다. 선수들은 0-2, 0-2로 지고 있어도 항상 자신들이 뒤집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분위기와 컬러가 우리 유스팀의 전통이 되었으면 한다.  10년 뒤 제자들이 어떤 모습이길 기대하나. 경기는 물론이고 인성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는 선수들을 많이 키워내고 싶다. 좋은 인격을 갖춘 선수는 프로 무대 어디에서나 잘할 수 있다. 자기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까지 갖춘다면 더 바랄 게 없지 않을까. 사진=FAphotos